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교육계로부터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그 인재상으로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능력 즉 창의력을 갖춘 인재를 꼽는다. 다수의 학교가 이에 기초한 교육을 시작해보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입시라는 벽은 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안 그래도 입시 경쟁과 지나친 사교육 열풍으로 시간에 쫓기는 학생들에 창의력까지 요구하는 것은 또 하나의 폭력이다. 교육에 대한 선택권이 좁고 새로운 것을 생각할 틈도 없는 환경 속에서 창의력을 갖춘 인재가 나타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 우리 교육이 과거형을 넘어 미래형으로 전환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할 것은 선택과 여유다. 그런 의미에서 행복교육지구는 미래형에 걸맞은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우선 학생들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들이 구성되어야 한다. 행복교육지구를 통한 마을교육공동체는 학교라는 공간을 넘어 지역 자체를 배움터로 조성하기 때문에 선택의 폭은 훨씬 넓어진다. “나는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파기 시작했다”라는 스피노자의 말처럼 어느 한 분야의 깊이를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경험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한다. 특히 함양 같은 경우 풍부한 자연 자원과 창의력을 융합해 활용하는 인재를 키울 수 있다는 측면에서 도시권보다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렇게 인재가 늘어나면 마을 교육 시스템 또한 같이 진보하기 마련이어서 지역의 색깔 또한 선명해진다. 행복교육지구는 삶에 대한 여유도 제공한다. 입시 경쟁의 가장 큰 폐해는 공감 능력 결여라 할 수 있다. 과도한 학업 경쟁으로 그만큼 사람을 돌아볼 시간이 예전보다 줄어든 탓이다.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는 학생들이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고 협력하게 함으로써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여유를 준다. 이로써 지역에 대한 애착과 더불어 타인을 존중하는 공감능력이 향상된다. 창의력은 기본적으로 여러 분야를 새롭게 결합하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이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데 있어 공감을 통한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이 고착화된다면 학생들이 마을과 서로 호흡하며 성장해나감과 동시에 지역과 사람을 하나의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면서 공동체는 한층 더 견고해진다. 학생들이 입시에만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배움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역이 팔을 걷고 나선다면 혜택은 고스란히 그 지역에 다시 되돌아온다. 지방 소멸 위험에 처해 있는 함양이 이런 생기 있는 사업을 외면하는 것만큼 슬픈 일이 어디 있을까 싶다. 세 번의 의사봉 두드림에 누군가의 삶이 좌우되듯 지자체의 의지에 따라 함양 아이들의 앞날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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