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 아침 일찍 출근하면서 이어폰으로, 트로트 열풍을 일으켰던 미스트트롯에서 정동원이 부른, 여백(餘白)을 즐겨듣고 있습니다. 경연 당시에는 초등학생이 기성 가수에 밀리지 않고 노래를 참 잘 한다는 정도였는데 요즘 ‘여백(餘白)’을 들으며 열네 살, 어린 학생이 5∼60대 정도나 되어서야 느낄 수 있는 감성을 어떻게 저렇게 담담하면서도 절절하게 표현해내는지 감탄을 합니다. 이 노래는 미스트트롯 작곡가 미션 곡으로 ‘사랑을 위하여’, ‘존재의 이유’ 등으로 잘 알려진 김종환님이 정동원군을 위하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저는 노랫말을 출력해서 몇 번을 읽어보았습니다. 노랫말 한 소절 한 소절이 구구절절 가슴에 와 닿아 제 나름대로 의미 부여를 해봅니다. “얼굴이 잘 생긴 사람들은 자신이 늙어간다는 게 얼마나 슬플까? 매일매일 자신의 얼굴을 가꾸며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살다가 나이의 흔적이 얼굴에 드러나니 얼마나 슬플까? 그 슬픔을 감추기 위해 화려한 옷을 입고 치장을 해도 저녁이면 벗게 되고 또 다시 허무감에 빠져 들겠지? 갑자기 찾아드는 허무함, 난 무엇을 위해 살아왔지 하며 자신의 지나온 삶을 돌아보겠지? 그래, 내 손을 봐 내 손에 주름이 있는 건 길고 긴 내 인생의 훈장이야. 내 마음에 주름이 있는 건 버리지 못한 욕심의 흔적 때문이야. 청춘은 붉은 색도 아니고 사랑은 핑크빛도 아니더라고. 마음에 따라서 변하는 욕심 속 물감의 장난일 뿐이지. 그게 인생이겠지. 전화기 충전은 잘도 하면서 내 삶은 충전하지 못하고 살았어. 마음에 여백(餘白)이 없어서 인생을 쫓기듯 그리며 살아왔어. 이제 마지막 남은 나의 인생의 후반전은 지나온 날을 돌아보고 여유(餘裕)있게 살면서 아름답게 가꾸고 꽃 피우며 살아가야지” 며칠 전 아침 일찍, 이런저런 인연으로 알게 된 선배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선생님, 오늘 우리 농막에서 온갖 한약재 넣고 유황오리 백숙이나 삶아서 막걸리 한 잔 합시다. 점심때까지 농막으로 오세요” 전날 모임이 있어 귀가가 늦어진 탓에 피곤했지만 귀한 분의 초대라 다른 선배님 몇 분과 같이 농막에 갔습니다. 농막에 가니 30여 가지가 넘는 갖가지 작물들을 어찌나 정성스럽게 가꾸었던지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십여 년 전부터 퇴직 이후를 대비해서 땅을 사고 주말이면 와서 관리를 하셨다고 합니다. 농장에 있는 갖가지 재료로 부친 전과 유황오리 백숙을 먹으면서 “살면서 큰 욕심 없이 퇴임 이후에 좀 여유 있게 살고 싶어서 오랫동안 준비한 것들이 이제 모양을 조금씩 갖추어 갑니다. 무엇보다 나만의 공간이 있고 마음의 여유(餘裕)가 생기니 참 좋습니다. 언제든지 와서 편안하게 놀다 가세요” 하시며 만면에 웃음을 짓습니다. 평생 직장생활 하며 자식들 키운다고 고생하시고 삶의 여유를 누리며 인생의 후반전을 시작하시는 모습이 부럽고 좋은 멘토(mentor)를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얼굴이 잘생긴 사람은/늙어 가는 게 슬프겠지/아무리 화려한 옷을 입어도/저녁이면 벗게 되니까/내 손에 주름이 있는 건/길고 긴 내 인생에 훈장이고/마음에 주름이 있는 건/버리지 못한 욕심에 흔적/청춘은 붉은 색도 아니고/사랑은 핑크빛도 아니더라./마음에 따라서 변하는/욕심 속 물감의 장난이지/그게 인생인거야/전화기 충전은 잘 하면서/내 삶은 충전하지 못하고 사네./마음에 여백이 없어서/인생을 쫓기듯 그렸네./마지막 남은 나의 인생은/아름답게 피우리라// 김종환 작사 작곡 정동원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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