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 말 그대로 지역 간의 감정싸움을 뜻하는 말이다. 더 나가서는 정치적인 대립으로써 우리나라 정치사에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기에 그 중요성은 매우 크다. 물론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는 의미가 아닌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의 현대 정치사에 좋지 않는 쪽으로 대격변을 몰고 온 것이 바로 이 지역감정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정치 선호 영역을 보면 보수의 빨간색이 왼쪽 전체를 차지하고 있고, 충청도와 경기도는 부동표, 그리고 진보의 파란색이 전라도만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다.(물론 21대 총선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불변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지금까지의 가장 평균을 적용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며, 그 와중에 보수의 중심인 경상도 안에서도 낙동강 라인을 따라 남쪽에 있는 김해-부산 지역은 진보의 세가 강한 기현상이 벌어지는데, 이것이 ‘낙동강 벨트’라고 하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결코 넓다고 할 수 없는 땅에서 다양하고 특이하고 복잡한 정치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 분포는 세계 정치사에서도 주목할 만한 것인데, 어쩌다가 대한민국에는 이런 정치적 현상이 발돋움하여 현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일까.먼저 요약을 하고 들어가자면, 이런 정치적 구조의 가장 직접적이고 명확한 원인은 ‘3당 합당’이라는 정치적 사건으로 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3당 합당은 말 그대로 3개의 정당이 하나의 정당으로 합당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차치하는 바는 매우 크다. 다른 것을 생각할 필요 없이, 4개의 정당이 있고 그 4개의 정당 중 어느 한 정당도 혼자서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상황이 존재한다고 치면 그 중 3개의 정당이 하나의 정당으로 합당하면 각 세 당의 의석수가 모두 모아져 한순간에 국회를 지배하는 거대 여당이 되지 않겠는가? 이것이 바로 1990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3당 합당이라는 것이다. 야당에게 강한 반감을 사던 노태우의 민정당이 김영삼의 통일민주당에게 김영삼을 다음 대권 주자로 올려주겠다고 제안하며 합당을 권유하였고 여기에 김종필 전 총리의 신민주공화당까지 합쳐지며 의석 217석을 가진 거대 여당 민주자유당이 탄생하였다. 이 여파로 순식간에 대한민국의 정치 구도는 비호남 VS 호남 구도로 단순화되게 되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정치 발전에 심각한 해악을 끼치게 되었다.3당 합당 직전까지의 국회는 가히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4개의 정당 중 어느 한 당이 혼자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는, 권력의 집중이 우려되지 않고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민주주의 정치를 올바르게 실행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그런데 한순간에 3당 합당으로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면서, 군사정권 때 정착되어 아직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던 지역주의와 지역감정, 대립 등의 심각한 문제들이 고름마냥 연이어 터져 나와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3당 합당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적어도 지금처럼 한쪽에게 힘이 몰리는 시소같은 형세를 이루는 정국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이, 지금 이 기사를 쓰는 필자의 마음을 더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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