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를 구성하는 물질의 96% 가량이 탄소(C), 수소(H), 산소(O), 질소(N)이다. 이 원소들은 우주에서 매우 흔한 원소들이다. 생명체라고 해서 아주 특별하고 귀한 원소들로 채워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생명체는 무생물과 매우 다르다. 보통 생명의 특성이라 함은 대사, 생식, 유전 등을 꼽는다. 그러나 이 특성이 정말 생명만이 갖는 특성일까? 우리는 산소를 호흡하고 이산화탄소를 방출시키며 음식물을 먹고 배설하는 신진대사를 통해 삶을 유지하는데 사실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자동차 역시 대사과정이 없이는 작동할 수 없음에도 자동차를 생명이라고 하지 않는다. 또 모든 생명체는 생식을 하는 것 같지만 잡종 동물인 노새나 곤충 사회에서 일개미, 일벌은 생식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은 분명 생명이다. 이처럼 그 특성만으로 생명을 정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모든 생명체는 고립된 상황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우리는 단 몇 분만 호흡을 하지 못하거나 오랜 기간 먹지 않으면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다. 즉 생명이란 계속적으로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흡수하여 삶의 동력으로 활용함으로써 자신을 유지하는 존재로 에너지를 제공해주는 외부가 없다면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 그 외부는 어디일까? 자세히 보면 우리가 얻는 대부분의 에너지는 태양으로부터 온다. 즉 태양을 포함하여 지표 부근에 분포하고 있는 생물권이 있어야 한 생명이 살아갈 수 있다. 따라서 기존의 관점대로 한 명의 사람, 한 마리의 고양이, 한 그루의 감나무를 각각 하나의 생명으로 규정하면 위에서처럼 생명을 정의하는 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결국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태양과 그 에너지를 통해 살아가는 지구 행성의 생물계 시스템 전체를 한 단위의 생명을 규정함으로써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이 시스템 전체를 가리켜 ‘온생명’이라 한다. 이는 물리학자이며 2003년 함양에 최초의 대안대학인 ‘녹색대학교’ 설립자 중 한 명인 장회익 교수다. 현재 녹색대학교는 온생명의 정신을 살려 보다 대안적인 명칭인 ‘온배움터’로 개명한 상태다. 우리 인간을 포함하여 동식물을 포함한 모든 생물들, 산과 바다를 비롯한 무생물들은 모두 온생명의 일부이다. 45억 년 전 지구가 생겨나고 약 38억 년 전 최초의 단세포 생물의 등장이 바로 온생명의 시작이다. 그런데 이제 온생명 내부에 처음으로 온생명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존재들이 등장하게 되었는데 그들이 바로 인간인 것이다. 온생명에서 인간은 우리 몸에서 중추신경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독립된 개인이 아니라 개인들의 사회적 연대와 문화적 소통이 온생명의 의식을 생성시킨다고 볼 수 있다. 온생명은 외부의 물질적 도움 없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생명의 기본 단위로서 38억 년 만에 인간이라는 존재를 통해 스스로를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그러나 대부분의 인간은 스스로 뿐만 아니라 생명을 품고 있는 생태계 역시 온생명의 일부라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4대강 바닥이 시멘트로 발라지고 새만금 갯벌이 사라져도 그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몸에서 발가락 하나만 다쳐도 얼마나 아픈지 상상해보라. 더욱이 인간은 온생명의 중추신경계로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온갖 탐욕으로 스스로 주체할 수 없는 암세포와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즉 온생명이 지금 암에 걸려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제 쓰러지기 직전에 와 있다.온생명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생명의 기본 단위이자 새로운 패러다임이며 절대 절명의 생태위기 앞에서 인간이 인식해야 할 중요한 이념이다. 우리 민족의 삶에는 오랜 농경사회 전통에 의한 생명 존중의 사상이 깃들어 있지만 산업사회로 들어서며 그 전통이 사라져 버렸다. 이제 우리는 온생명의 중추신경계로서 아직 잠들어있는 온생명을 깨우는 인간으로 거듭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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