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인구 절벽으로 인한 사회 전반적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극복할 하나의 방안으로 교육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지역 양극화에 노출되어 있는 지방 시·군에게 교육 생태계 조성은 저출산, 균형 발전, 지역 경제 활성화 문제 등이 결부돼 있다는 점에서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하지만 학교 교육에만 의존해 지역 교육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러한 점을 인식해 경기도는 2011년부터 학교와 지역사회가 소통하고 협력해 공교육을 혁신하고 지역교육공동체를 구축하는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시작하면서 교육 다양화에 앞장서고 있다. 교육청과 기초지방자치단체의 협력으로 운영되는 혁신교육지구 사업은 현재 국내 226개 지자체 중 150개의 지자체가 참여 중에 있다. 경남에서는 ‘행복교육지구’라는 명칭을 사용해 2017년 김해를 시작으로 밀양, 양산, 남해, 진주, 사천, 고성, 하동, 합천 등 총 9개의 시·군 단체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창원, 거제, 산청은 내년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행복교육지구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처럼 시대의 방향과 지역교육공동체 흐름에 있어 함양군에도 사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이에 경남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김해행복교육지구센터와 후발 주자로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고성군 및 고성교육청 방문을 통해 함양교육 방향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또 함양교육청 관계자와 인터뷰를 진행해 함양교육 진단과 함께 행복교육지구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편집자주<글 싣는 순서>1.나누며 함께하는 김해행복교육지구2.고성의 교육은 고성군이 책임진다3.함양교육 현주소선진교육 현장을 가다 ‘김해’김해는 경남에서 제일 먼저 행복교육지구 사업 운영을 시작한 곳으로 비교적 안정된 지역교육공동체 체계를 갖추고 있다.김해시는 지역사회의 교육적 기능 회복과 역할분담에 대한 요구를 확인하고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2017년 경상남도교육청과 행복교육지구 지정 협약을 맺어 행복교육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이에 2017년 3월 사업 운영 기구로 김해행복교육지원센터가 설립되었다. 지자체와 교육청으로부터 지원된 예산 활용과 행복교육지구 주요 사업은 모두 센터에서 주도한다. 김해행복교육지구센터는 장학관 1명, 장학사 1명, 파견교사 2명, 주무관 1명, 지자체 주무관 1명, 마을교육 활동가 1명, 학습연구년 교사 2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변화하는 학교 교육 환경을 지원하기 위한 지역 교육 인프라 발굴과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지역 교육력을 끌어올리데 주력하고 있다.이제 4년 차에 접어든 김해행복교육지구센터에 지원되는 올해 예산은 경남교육청 8억, 김해시 6억원으로 총 14억원(추경감액포함)의 예산이 책정됐으며 작년보다 약 3억원 증가했다.김해는 매년 증액된 예산으로 도내 지자체 중 가장 많은 행복교육지구 예산 규모를 갖고 있다. 즉 행복교육지구 사업의 중요도와 지속성이 높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는 것이다.김해행복교육지원센터 김창준 장학사는 “우리나라 교육은 그동안 학교에만 의존하며 성장해왔기 때문에 지역과 학교가 단절되어 있었다. 학교 교육력과 지역 교육력이 서로 교류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행복교육지구 사업이 시작됐다”며 “이에 교육청과 지자체가 협력함으로써 두 기관 사이에 연대의 지점을 만들어 나감과 동시에 지역사회와 소통 창구를 만드는 것 또한 하나의 목적”이라고 말했다.소통과 협력의 지역교육공동체 조성을 위한 단체별 지원 전략으로 김해교육지원청은 김해행복교육지구 운영위원회 참여 및 김해행복교육지원센터를 운영하며 단위 협력 사업, 컨설팅, 예산 등을 지원한다.김해시는 김해행복교육지구 운영위원회 참여, 행복교육지원센터 운영 지원, 사업 개발 및 조정, 예산 및 인력 등을 지원하고 지역사회는 학교와의 교육 네트워크 및 지역 학습 공동체를 구축하며 마을 배움터 조성과 함께 마을교사를 양성한다.이러한 지원 체계 속에 김해행복교육지구는 학교교육 지원사업, 마을교육 지원사업, 지역교육공동체 구축 등 3가지 중점 과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학교교육 지원사업김해행복교육지구는 학교교육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행복한 학습공동체’를 현재 김해 관내 초·중·고 30개교에서 운영 중이다.행복한 학습공동체는 행복학교 기반 조성을 위한 교직원 연수 및 교육과정 운영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교사들의 업무 경감을 위해 교육과정 지원인력을 배치하고 전문적 학습공동체 구축을 통해 교사들의 연구 풍토를 조성하는데 주력한다.‘마을교사와 함께하는 학교교육과정’은 학교의 문턱을 낮추며 마을교사와 학교교사가 함께 교육과정을 만들고 협력수업을 실시해 학생들에게 새로운 흥미와 다양한 체험거리를 제공한다.마을교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방과후 수업을 통해 자기 전문성을 살리는 것과 함께 재능을 기부하며 지역과 학교 간의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전국 기준으로 시간당 3만원 정도의 강사비가 지원되며 경력단절 여성 등의 참여로 일자리 창출 효과도 간접적으로 나타난다.학교교육 지원사업은 학생들의 배움을 지역으로 확장하고 나아가 지역사회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관내 현장체험학습’도 운영하고 있다.김 장학사는 “보통 학교에서는 관내로 현장체험학습을 가는 경우가 잘 없다. 그래서 자신의 지역에 어떤 체험관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며 “김해 관내에만 200여 개의 현장 체험관이 있다. 센터에서 버스와 현장체험비를 제공해 주중 관내 현장체험학습터를 골고루 다니다 보면 침체해 있던 학습터에는 어느새 생기가 돌고 이것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마을교육 지원사업과 지역교육공동체 구축마을학교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배움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선택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학생중심 마을학교’가 있다.특히 김해여중의 유휴교실은 2018년에 김해행복마을학교로 리모델링되어 학생들의 다양한 체험공간 및 청소년 자치배움터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교육부의 풀뿌리교육자치 협력체계 구축사업 공모에 선정된 예산으로 김해 장유동에도 교실 2칸 규모의 공간을 임대해 장유행복마을학교를 만들었다.김해행복마을학교에는 ‘나비·날다’라는 프로젝트가 있다. 나비프로젝트는 초등학교 3~6학년을 대상으로 방과 후에 2시간 동안 바리스타, 오카리나 등 10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날다 프로젝트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토요일 오전에 제과제빵, 3D 프린트 등 11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장유행복마을학교도 초등과 청소년으로 구성된 코딩, 천연화장품 등 11개의 기린 프로젝트를 운영했다.이러한 다양한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일반학교 주도의 배움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 공간 자체를 배움터로 인식함으로써 지역에 대한 애착과 함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이 불가피한 과목은 수업을 중단하고 나머지 수업은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교육부의 코로나 대처 과정에서 갖춰진 원격 시스템을 활용해 변화된 환경 속에서 학생들과 마을교사의 소통이 이루어진다. 공예와 같이 재료가 필요한 수업인 경우 해당 재료를 택배로 발송한다. 이어 네이버 밴드에 마을교사들이 직접 제작한 수업 영상을 업로드하면 학생들이 집에서도 영상을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끔 하고 있다.앞으로 김해행복교육지구센터는 온라인 프로젝트에 참여할 마을교사들을 모집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는 수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시공간에 제약이 없는 원격 수업이라는 점에서 더 많은 학생의 인원이 참여할 것이라고 센터는 예측한다.이 밖에도 마을교육의 중심적 역할을 도모하고 지원하는 ‘지역 중심의 마을학교 운영’, 아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하고 놀이문화의 올바른 정착과 학부모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놀이 중심의 마을학교 운영’ 그리고 기존의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스스로 프로젝트를 정하여 친구들과 유의미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꿈 키움 마을학교 운영’ 등을 마을학교 지원 사업으로 진행 중이다.앞서 말한 두 사업은 실질적으로 교육공동체 환경이 먼저 조성되어야 실행에 옮길 수 있다. 김해행복교육지구는 지역교육공동체 구축을 위한 방안으로 ‘지역사회 마을교사 양성 및 협의회’를 구성하고 지역사회 교육자원을 활용해 마을교육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또 ‘김해 토론촉진단 및 컨설팅단’ 구성을 통해 민주적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김해행복교육지구 사업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행복교육지구 어울림 한마당 축제’를 열어 발표회, 박람회, 콘퍼런스, 축제 등으로 김해행복교육지구의 전체적인 운영 성과를 공유하며 지역과 소통한다.“지역교육력 향상 위해 지자체 의지 중요” 김해는 경남도내에서 행복교육지구 선발주자로서 그동안의 내공을 통해 공교육 혁신 기반 조성과 지역사회 소통에 앞장서 왔지만 2011년 혁신교육지구를 일찌감치 운영해온 경기도와 비교하면 예산 규모나 협력에 있어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예산 규모에 있어서 경남도내에서는 가장 큰 위치에 있지만 경기도와 비교했을 때는 현저히 떨어진다. 약 55만명 인구 규모의 김해시가 책정한 김해행복교육지구의 올해 예산은 14억인 반면 보다 적은 인구인 경기도 오산시와 시흥시의 혁신교육지구 예산은 올해 각각 60억 정도로 책정됐다. 이같은 예산 차이는 기관 간 협력 비중에서 비롯된 것으로 경남은 교육청이 행복교육지구 사업을 주도하는 반면 서울시와 경기도는 예산 활용이 비교적 유연한 지자체가 사업을 주도한다.김 장학사는 “지역교육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우선 예산을 쥐고 있는 지자체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 그동안 경남에서는 행복교육지구 사업을 제안하는 지자체가 없어 도교육청이 먼저 추진하다 보니 1대1 부담으로 운영되면서 교육청의 인력과 예산 부담이 커졌다”며 “지자체장이 의지를 갖고 사업을 주도한다면 경기도와 같이 더욱 역동적이면서도 견고한 교육지구 체계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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