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중요한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관광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각 지자체에서는 지역을 발전을 이루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역특화 관광상품’을 꾸준히 개발하고 관광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발맞춰 관광산업이 보다 성숙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누구나 이용 가능한 ‘무장애 관광’ 인프라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무장애 관광’이란 장애인, 어르신, 영·유아 동반 가족 등이 이동과 접근에 불편을 느끼지 않고 제약 없이 관광활동을 즐길 수 있는 관광을 말한다.)본지는 이번 기획을 통해 △교통약자의 접근성·이동권 개선의 필요성과 △누구나 편하고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는 국내 ‘무장애 관광’ 사례 등을 소개함으로써 또다시 찾고 싶은 함양군을 만드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 편집자주 글싣는 순서① 함양군 장애인, 무장애 여행에 대하여② 제주도 ‘무장애 여행’ 제도적 기반③ 제주도 휠체어로 떠나는 여행지④ 장애인이 엮은 무장애 대전여행⑤ 교통약자의 특성과 욕구에 맞게 구성된 경주 관광⑥ 장애인을 위한 여수세계엑스포 출발점⑦ 나무 데크, 완만한 경사로 ‘구포 무장애 숲길’⑧ 서울 무장애 관광 컨트롤 타워민·관·산·학의 협력으로 ‘누구나’ 접근 가능한 제주도 “휠체어를 타고 스스로 갈 수 있는 곳인지, 가는 길의 바닥면은 어떤지, 장애인 화장실은 있는지 등, 집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쉽지 않은 관광 약자들을 위한 환경 개선으로 재방문율을 높이는 것이 제주 관광의 큰 목표이다”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정책과의 관광 복지를 담당하고 있는 김민경 주무관은 민·관·산·학의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안전한 국내 여행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최고 여행지로 손꼽히는 제주도는 모두에게 균등한 관광 활동 여건을 조성하고 관광약자의 행복 추구권 및 관광 향유권을 보장하는데 제주특별자치도를 비롯한 관광관련 학계, 관광약자 당사자, 관광 산업체, 유관기관 등이 협력해 앞장서고 있다. 그간 도는 △공영 및 사설 관광지에 관광 약자 편의시설 보강 △접근성 향상을 위한 이동 수단 단계별 확대 △관광약자 대상 관광 정보 접근성 강화 △관광업계 종사자 인식 교육 및 관광약자 맞춤형 관광 콘텐츠 개발 △관광약자를 위한 정책적 배려 및 다양한 관광기회 제공 등의 사업들을 추진해 왔으며, 접근가능한 관광환경을 ‘시설’ 중심에서 ‘관광상품 및 관광사업’까지 확대해 나가고 있다.제주특별자치도 제도적 기반 마련국내 주요 관광지 가운데 하나인 제주도는 일찍이 관광 약자의 접근 가능한 관광에 대한 인식 변화·개선과 인프라 구축에 주력해 왔다. 지난 2013년 5월 제주도는 ‘관광진흥법’ 제47조의 3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약자의 접근 가능한 관광환경 조성 조례’를 제정했다. 자치단체에서 관광 약자를 위한 조례를 제정해 기반을 마련한 것은 전국 최초이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는 ‘전국 최초’ 관광약자 제도적 기반 마련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민·관이 함께 관광 약자 복지에 임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정책과 김민경 주무관은 “장애인을 비롯한 관광 소외계층은 관광 활동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접근 가능한 관광 자원 및 시설에 대한 정보의 부재, 접근 불가능한 관광시설 및 관광지, 교통수단, 장애인을 비롯한 관광 소외계층에 대한 관광산업 종사자들의 부정적 태도 등, 관광환경 속에 존재하는 물리적·사회적 제약 요인들로 인해 관광활동 참여를 통한 다양한 편익 향유 기회를 상실해 왔다”면서 “이에 도는 장애인 등 관광 약자의 보편적인 관광권 확보의 필요성을 인지하여 2013년 전국 최초로 ‘관광약자의 접근 가능한 관광환경 조성 조례’를 제정함으로써 제도적인 기반을 다졌다”고 말했다.이 조례를 통해 제주도는 매년 관광약자를 위한 접근 가능한 관광환경 조성을 위한 기본계획과 그에 따른 사업들을 진행해 왔다. 관광약자 접근성 안내센터 운영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약자의 접근 가능한 관광환경 조성 조례’ 제13조에 의거해 2014년부터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를 설치하고 운영해오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이하 관광약자안내센터)’는 공개모집 과정을 거쳐 민간위탁 운영하고 있다. 관광약자안내센터는 관광약자의 이동권 접근권 등 권익을 대변한 권익옹호 및 접근 가능한 제주 여행 정보 제공을 통해 관광약자의 보편적 관광 권리를 보장하는 제주특별자치도의 긍정적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대부분의 제주도 무장애 여행 안내 시스템 구축 및 제작도 관광약자안내센터에서 도맡아 하고 있다. 종합적인 접근성 모니터링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기반으로 매년 ‘이지제주’ 리플릿을 발간하여 숙박지, 관광지, 음식점 등 분야별로 접근이 쉬운 곳을 추천 및 홍보하고 있다. ‘이지제주’는 (www.easyjeju.net) 홈페이지를 통해 관광지, 숙박지, 음식점 등 개별 접근성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나만의 여행 코스 제작도 가능하다.또한 어플리케이션 ‘장애 in 제주’를 개발하여 위치기반 서비스, 내비게이션 기능 등을 제공하고 있다. 관광약자들의 의견을 수집하기 위해서 콜센터도 운영하고 있으며 제주 관광 상담과 불편사항 및 차별사례 등을 접수한다. 이후 의견 수용을 통한 개선점 검토 및 수정, 향후 방향성을 제시하며 이를 바탕으로 도내 관광사업체 컨설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4.3 역사로 풀어본 관광약자 테마 여행 2018년 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와 함께 4·3 70주년을 맞아 관광약자들도 접근 가능한 4·3 유적지 지도를 제작하기도 했다. 제주 4.3사건은 1947년 3월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3일에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많은 주민들이 억울하게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 한국전쟁이 휴전될 때까지 계속된 제주도 역대 최대의 참사 중 하나로 양민 학살의 대표적인 아픈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제주도는 제 70주년을 맞는 4.3사건 알리기와 추모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지속해 오면서 관광약자 맞춤형 역사 관광 콘텐츠 개발한 것이다. 이에 따라 관광약자와 함께하는 4·3유적지 지도 제작을 위해서 제주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는 4·3 유적지 현지 조사를 통해서 휠체어 접근성 등을 기준으로 20곳을 선정했다. 또한 ‘장애 in 제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4·3유적지 및 관광지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약자를 배려한 4·3 기념사업으로 눈길을 끌었다. 관광업계 종사자 인식 교육 제주도의 많은 관광 약자 관련 사업들 가운데 가장 ‘핵심’은 관광업계 종사자 등 도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 인식 교육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사설 관광지를 대상으로 관광 약자를 배려하는 장비와 리프트 설치 등에 대한 지원 사업을 추진했다. 도는 업체의 부담을 줄이고 관광 약자들의 접근 가능한 관광지를 확대하기 위해 개인 사업장을 대상으로 공개 모집했으며 장비 구비에 대한 지원금을 70% 이상 제공한 것이다. 또 관광약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관광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실시했다. 최근 노키즈 존(영유아와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곳)이 증가함과 동시에 장애인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함께 존재했다. 식당과 가게 등에서 업주들이 불편하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또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거절을 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에 제주도는 관광산업체와 외식업협회, 숙박업협회 등을 대상으로 장애인 인식개선에 나선 것이다. 관광 약자를 이해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접근 가능한 관광 전문 인력을 양성’ 교육이 단계별 추진 되고 있다. 한번, 두 번, 세 번 찾는 제주도사실 최근 여행의 추세는 패키지·단체관광에서 소규모·가족여행, 개별 자유여행으로 변화되었다. 그러나 휠체어를 이용한다는 이유로 ‘가고 싶은 맛집’이 아닌 ‘갈 수 있는 식당’을 선택해야 한다는 일은 씁쓸한 일이다.김민경 주무관은 “점점 사회가 개인화되면서 요즘은 혼자 떠나는 여행이 늘어나고 있다. 장애인들도 스스로 여행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진다면 개인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가고 싶은 곳을 돌아나가야 하는 경우들이 최소화될 것이다. 관광약자들이 제주도를 방문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충분하고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데 고심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무장애 여행 코스를 확대해 나갈 것 이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한 번 방문은 쉽지만, 2번, 3번 방문하는 것은 다른 의미이다. 관광지에서 편안하게 여행을 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늘어나고, 또 다른 사람에게 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광 약자를 위한 큰 목표이다. 복지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아직도 실질적으로 불편한 곳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인프라 구축을 넘어서 관광의 다양함을 관광 약자도 누릴 수 있길 희망한다. 한 번 본 것도 또 다시 볼 수 있도록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유혜진 차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