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바닥이 갈라지고 초목이 축 늘어진 7월입니다. 잡초는 뜨거운 태양의 열기를 즐기며 자랍니다. 잡초를 심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잡초는 필요한 곳에서 스스로 자라기 때문입니다. 잡초는 레이다에 잡힌 타깃에 잡음이 표시되는 모습을 가리키는 속어이기도 하고 농업에서는 이로움보다 해로움이 많은 식물로 방제해야 하는 식물로써 농경지나 임야 등에 자라는 풀들입니다. 귀농하신 분들의 애로를 느끼는 농사이야기는 잡초와의 전쟁입니다. 잡초 없는 세상에서 농사짓고 싶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농경사회는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한 이래 내 터에 침범하는 잡초와 싸워 왔습니다. 잡초는 한번 뽑으면 끝나는 게 아닙니다. 온도와 일장의 변화 그리고 토양의 성질에 따라 계속 발아하고 자라납니다. 겨울이 되면 멈춥니다. 종전이 아니라 휴전입니다. 봄이 오면 다시 끝없는 전쟁이 시작됩니다.잡초는 내가 기르는 작물보다 빨리 자라는 것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늦게만 자라면 공생을 하는데 앞서서 자라다가는 뽑힘을 당합니다. 적당한 거리에 있기만 하면 익충의 서식지가 되기도 하고, 경쟁의 대상으로 서로 성장하며, 토양유실을 막고, 토양 습도를 조절하기도 합니다. 미국의 시인 랠프 월도 에머슨은 잡초를 “그 가치가 아직 발견되지 않는 식물들”이라고 했습니다. 잡초 전문가들은 “잡초는 농작물과 비교 했을 때 그 가치가 조금 모자란 식물”이라고 평가하였습니다. 사실 지금의 가치를 창출한 몇몇 작물들은 예전에 잡초였습니다. 몇 해 전에 출간하여 스테디셀러가 된 ‘약이 되는 산나물 들나물’에는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산나물과 들나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과수원에 자라는 민들레, 고사리, 애기똥풀이나 밭을 기름지게 하는 쇠비름, 고들빼기, 진주초, 여우구술, 한련초, 참비름, 땅빈대 등은 우리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켜 주는 약초입니다. “잡초는 약초다”라는 등식이 됩니다. 이제는 잡초가 약초가 되어 병든 사람들이 건강을 회복시켜 줍니다.청정 함양땅에 잡초들도 살기 좋은 곳을 찾아 터를 잡았습니다. 함양군의 총면적은 724.73㎢이고 78.4%인 임야에는 밤나무, 고로쇠나무, 산양삼, 약초, 버섯과 여러 나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9.9%인 논 7,149ha와 4.9%인 밭 3,539ha에는 쌀, 보리, 콩, 감자 등의 식량작물과 고추, 마늘, 양파, 참깨 등의 양념 채소류 그리고 사과, 감, 복숭아 등의 과실수와 인삼, 여주, 약초 등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결국, 잡초가 자라는 면적은 그 모든 것의 자라는 임야와 경지면적 전체입니다. 이는 함양군에 잡초연구소를 서둘러 만들어 볼만한 이유가 됩니다. 이 땅에서 오랜 세월동안 악착같은 생명을 이어 온 산야의 잡초들은 자신의 번식을 위해 끊임없이 파도처럼 경작지로 밀려들어 왔습니다. 그 동안 뽑아낸 잡초가 태양 아래 말라가고 있습니다. 강아지풀, 개망초, 개쑥갓, 개여뀌, 광대나물, 까마중, 괴불주머니, 꽃다지, 냉이, 달래, 달맞이꽃, 닭의장풀, 돌나물, 돼지감자, 며느리밑씻개, 명아주, 무릇, 민들레, 박주가리, 방가지똥, 방아, 뱀딸기, 별꽃, 비름나물, 뽀리뱅이, 새삼, 소리쟁이, 쑥, 쑥부쟁이, 씀바귀, 쇠뜨기, 쇠무릎, 쇠비름, 시금초, 애기똥풀, 야생돌콩, 어성초, 엉겅퀴, 왕고들빼기, 원추리, 자리공, 제비꽃, 쥐꼬리풀, 지칭개, 질경이, 칡덩굴, 큰개불알꽃, 털별꽃아재비, 토끼풀, 피, 환삼덩굴들입니다. 모두 요즘 먹을 수 있는 잡초로 선정되어 자연을 먹는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는 재료가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잡초는 사람에 의해 구분된 생물집단입니다. 과거에 잡초였다가 나중에 숨은 가치를 인정받아 농작물로 인정받은 것도 있고 인류에 유익한 용도로 쓰이고 있습니다. ‘잡초의 가치’의 저자 조지프 코캐너는 50년 동안 생물학과 환경보존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며 잡초가 생태와 환경 뿐 아니라 농작물에도 이롭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잡초로 힘든 시대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잡초는 박멸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사는 방법을 찾아낼 때까지 잠시 거리두기가 필요한 때 입니다. 잡초를 제거하는데 너무도 많은 시간과 경비가 소요되었습니다. 인공위성을 쏘아 달에도 갈만한 노력입니다. 7월의 태양이 뜨거운 것만큼 그늘은 시원합니다. 잡초는 미래의 꿈을 꾸며 희망의 나래를 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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