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두 세 세 번 꼬박꼬박 사료를 먹고 틈틈이 고등어 캔 같은 간식을 상납받는 고양이가 사냥을 한다고 해서 사치스럽다고 새삼 흉을 볼 수는 없다. 고양이에게 사냥은 무의미한 사치가 아니고 유익한 스포츠다. 고양이도 살기 위해 먹는 거지 먹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닐 진데 먹는 것이 해결 되었다고 아무 활동도 하지 않는다면 건강한 삶이라고 볼 수가 없다. 친구도 사귀고 틈나는 대로 사냥도 하고 놀이도 해야 건강하고 조화로운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외톨이 수리에게 친구가 생겼다. 이제 절친이다. 한 달 전부터 길냥이 꼬리와 친해져서 요즘은 항상 붙어 다니며 장난치고 뒹굴고 티격태격 격투기를 하며 재밌게 논다. 그런데 지난 휴일 아침 창밖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수리가 다람쥐를 한 마리 입에 물고 돌담에서 뛰어 내려오고 있고 꼬리가 부러운 듯 뒤따르고 있었다. 제법 큰 다람쥐였는데 도대체 어디서 잡은 걸까? 고개를 한껏 치켜들고 개선장군처럼 당당하게 걷는 수리의 등 근육이 아름답게 물결쳤고 꼬리가 마치 수리의 병사라도 되는 듯 잔디마당을 뒤따라 가로지르고 있었다. 수리가 쥐나 두더지 박새는 가끔 잡아 데크나 현관에 자랑삼아 전시를 하기는 하지만 저렇게 큰 다람쥐는 처음이다. 도대체 저 운 나쁜 다람쥐는 어쩌다가 수리에게 잡혔을까? 나는 혹 다람쥐가 아직 살아있으면 구해주려고 후다닥 밖으로 뛰쳐나갔는데 수리의 눈빛이 쥐나 두더지를 잡았을 때랑은 달랐다. 눈이 반짝반짝 기쁨과 흥분으로 광채가 나고 있었다. 쥐나 두더지는 강제로 뺏으면 집사가 욕심이 많나보다 하며 마지못해 양보를 하는데 다람쥐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노획물이라고 생각했는지 후다닥 도망을 갔다. 쫒아가다 보니 다람쥐는 이미 숨이 끊어졌고 억지로 빼앗는 것도 치사한 것 같아 내버려두었다. 산 아래 첫 집에 살다보니 산짐승이 많이 내려온다. 흔한 고라니는 앞마당까지 내려오고 산돼지는 집 앞 고구마 밭에까지 침범한다. 토종벌을 많이 키울 때는 반달곰이 마을 집집을 순례하며 꿀을 얻어먹었다. 한 때 닭을 키울 때는 족제비, 담비 같은 산짐승들 때문에 병아리를 많이 잃었다. 집에 시끄럽게 잘 짖는 개가 두 마리 있긴 하지만 사냥개가 아니라서 곰이나 산돼지 같은 짐승이 내려오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냥꾼 수리도 쥐나 두더쥐, 박새나 잡지 큰 짐승은 어림없다. 만일 수리가 집 주변 지네나 뱀이라도 처치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텐데 집안에는 여전히 지네가 출몰한다. 지난해엔 집안에 지네가 자주 출몰해 아내는 대책으로 수리를 다시 실내로 들이자고 했다. 수리가 실내에 있으면 지네 정도는 완벽히 처리해줄 테니 나도 진지하게 고려해보았다. 하지만 지네 때문에 마당에서 잘 지내는 고양이를 답답한 실내로 들이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확실히 마당에 뱀은 잘 안보이기는 하다. 수리가 뱀 잡는 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수리 덕분인지 알 수는 없지만 뱀이 고양이를 피해 사라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수리를 키우기 전에는 화단, 돌담, 심지어는 데크에서도 뱀을 발견하고 기겁을 한 적이 많다. 예전에 키우던 사냥개 코카 스파니엘은 집 주변에서 매년 뱀을 대 여섯 마리씩 잡아주었다. 마당에 수리뿐만 아니라 꼬리도 있고 밥 때면 서리도 오기 때문에 고양이 세마리 덕분에 뱀이 안 보이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리야~ 내가 장려하고 싶은 고양이 스포츠는 다람쥐 잡기가 아니라 뱀 쫒기야~ 알아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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