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양파 농사는 제가 제일 잘 지은 것 같아요.” 지난 6월 12일 금요일, 본지 주간함양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지난해 7월 수동면 구라마을로 귀향해 처음 양파 농사를 지었다는 정태상(67)씨가 귀농·귀촌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연락을 받은 취재진은 15일 수동면 구라마을에서 정씨를 만났다. 현장에 도착, 확인해 보니 성인 남성의 주먹보다 큰 고품질 양파가 수확을 앞두고 있었다. 양파 줄기 또한 푸른 빛을 돌며 건강한 상태로 말라 있었다. (양파는 잎이 거의 다 넘어지고 잎이 30~50% 정도 말랐을 때 수확하는 것이 가장 좋다.)
정태상씨는 처음 짓는 양파 농사이지만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농업기술센터에서 시키는 대로만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함양군으로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저도 해냈으니 겁먹지 말고 제2의 인생으로 농사를 도전해 보라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지난해 7월 치매에 걸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어머니를 직접 보살피고자 함양으로 전입을 했다. 졸업 후 고향을 떠난 40년 만에 주소를 옮겼다.
그의 하루 중 2시간 30분 정도가 농사에 전념할 수 있는 자유시간이다. 2시간 30분은 어머니를 돌봐주는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방문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 시간 안에 풀을 뽑고, 농업기술센터의 강의를 듣고, 비료와 물을 주는 등 농사꾼으로의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부산에서 건설업을 해 왔던 그는 어릴적 부모님을 따라 밭일을 도왔던 것 빼고는 농사에 대해 전혀 아는 지식이 없었다. 처음 시작한 농사이기에, 모르기 때문에 지난해 11월 500여 평의 땅에 양파 모종을 심어 놓은 뒤부터는 끈질기게 농업기술센터를 찾았다고 한다.
그가 말한 양파 농사의 성공 비결인 ‘농업기술센터에서 시키는 대로’가 마치 수능 만점자가 ‘교과서 위주로 공부를 했다’는 전통적인 대답처럼 취재진에게 들렸다.
그는 “요즘 공무원분들이 예전과 달라서 농업관련 지식을 많이 가지고 계신다. 토양 검정을 통해 비료 사용 처방을 정확하게 내려줬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농사를 지어온 것 뿐이다”고 말했다. 양파가 자라는 동안 땅의 흙을 직접 채취한 후 밭 토양 검정을 받은 처방서를 취재진에게 보여주었다.
사실 농사의 베테랑이라고 하는 농촌 어르신들은 자신의 방식대로 몇 십년 간 농사 일을 해 왔기 때문에 주변의 도움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 자신이 직접 판단한 상태로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러나 정씨는 조금의 문제가 발생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군은 물론 농협 등에 열심히 쫓아다니며 전화도 수시로 했다. 또 전문 분석을 거친 처방서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퇴비 등을 선택했다.
그 결과 지금은 주변의 어르신들이 “어떻게 이렇게 농사를 잘 지었냐”고 묻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씨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시키는대로 했습니다”라고 정석인 답변을 한다.
정태상씨의 고품질 양파를 확인한 지곡농협에서는 수확도 하기 전에 벌써 사들이겠다고 약속을 했다. 첫 농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지자 큰 자신감이 생기게 됐으며, 양파를 수확하고 나면 벼도 심고 내년에는 양파밭을 더 확장할 계획이다.
“귀농귀촌을 희망하시는 사람들은 저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감을 가져 도전을 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적극적인 지도와 도움을 주신 농업기술센터 황인주 주무관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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