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데크 보수 공사하고 나온 폐자재로 이것저것 만들다 재미가 들어 장미 아치와 새집도 만들기로 했다. 올해는 정원에 장미들이 기대 이상으로 화려하게 피는 바람에 욕심을 내서 덩굴장미를 4품종 더 구입하게 되었는데, 이것들을 지지해줄 새로운 아치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새집은 오래 전부터 만들어 보고 싶었다. 우리 집은 산 아래 첫 집이다 보니 새가 둥지를 자주 튼다. 새들은 주로 집, 정자, 곶감 덕장 처마 밑에 집을 짓고 심지어는 무성한 장미 덤불 속에 둥지를 틀기도 한다. 한번은 덩굴장미 덤불속에 박새가 둥지를 틀어 거실 창을 통해서도 보였는데, 어쩌다 박새랑 눈이 마주치면 서로가 당황하고 불편해 했다. 지난겨울엔 앞마당 뽕나무 고목에 잎이 지고 나니 물까치 둥지가 두 채 드러났다. 현재도 집 주변에는 사용 중인 새둥지가 3군데 있다. 모과나무에 물까치 둥지가 있고, 정자 처마 아래 찌르레기 A가족, 곶감덕장 처마 아래 찌르레기 B가족이 육추중이다. 새가 집 주변에 둥지를 틀면 우리 집 고양이 수리가 제일 관심이 많고 그 다음으로 내가 수리와는 다른 이유로 관심을 가진다. 정자 처마 아래 각 파이프 구멍에서 육추중인 찌르레기 A가족 둥지와 모과나무 물까치 둥지는 수리 때문에 알게 되었다. 평소 정자에 잘 올라가지 않는 수리가 정자 기둥을 자꾸 타고 올라가려고 해서 왜 그러나 싶어 살펴보니 처마 밑으로 찌르레기가 먹이를 물고 들락거리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기둥은 미끄러운 쇠 파이프라 고양이가 올라갈 수 없는 곳이다. 찌르레기 부부가 먹이 사냥 나간 틈에 잠시 둥지를 훔쳐보니 새끼가 노란 주둥이를 쫙쫙 벌리고 있다. (미얀~나는 어미가 아니란다~) 모과나무에 있는 물까치 둥지도 수리가 흔들 그네 지붕 위에서 둥지를 노리는 것을 보고 알았다. 어디서 어떻게 잡는지는 모르겠지만 수리는 가끔 붉은머리 오목눈이를 잡아 자랑삼아 현관에 전시하기도 한다. 곶감 덕장 처마 아래에도 찌르레기 부부가 한창 육추를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는 요즘 같은 폭염에 심히 걱정이 된다. 한낮에 너무 뜨거우면 각 파이프 구멍 속 둥지가 달궈져 새끼가 위험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고양이로부터도 안전하고 폭염으로부터도 안전한 나무로 만든 새집을 두어 채 지어 분양하려고 하는 것이다. 새집 만드는 거는 간단하다. 쓱쓱 도면 그리고재단해서 뚝딱 만들어 정자 아래 한 채, 곶감 처마 아래 한 채 분양하려고 한다. 문제는 장미 아치다. 내가 며칠 전에 데크 보수 공사를 하고 나온 폐자재로 이것저것 만들었다고 했는데, 개집 한 채, 개들 평상, 야외용 플랜트 박스 등등이 그것들이다. 이제 새로 들인 덩굴장미 4품종을 위해 아치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건 새집처럼 간단하지가 않다. 현재 우리 집에는 전문 목수가 이틀에 걸쳐 만든 멋진 장미 아치가 하나 있는데 이런 건 내가 도무지 흉내 낼 수가 없다. 가진 공구도 각도 절단기와 드릴 밖에 없다. 주어진 공구로 간단하면서도 좀 그럴 듯한 아치를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할지 엄두가 안 나 열흘째 고민 중이다. 아이디어를 구하는 차원에서 포탈이나 유튜브에서 장미 아치 만들기를 검색해보니 조립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들도 있고 만드는 과정이 담긴 영상들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간단하면서도 그럴듯한 자료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일단 집에 있는 자재를 이용해서 되는대로 만들어 볼 참이다. 나무를 자르다 보면 어쩜 봐줄 만한 그림이 그려질 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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