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국민이 봐도 2020년의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 손에 꼽는 혼란스러운 시기가 분명하다. 지금과 비슷한 때를 되짚어봤자 6월 항쟁, IMF 같은 국가의 존망이 위태로웠던 사건들 정도로만 추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은, 그만큼 지금의 정국과 형세가 결코 가만히 견딜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의미가 된다.
이 글을 읽지 않더라도, 비단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국민이라면 알 수 있을 만큼, 고비 중의 고비를 마치 업보를 쌓는 듯한 모양새로 현재의 국가는 움직이고 있다. 제동이 걸리지 않는 자동차는 언젠가 절벽으로 떨어지기 마련이고, 대한민국이 거기서 예외란 보장은 없다. 현 정권은, 현 여당은, 그리고 절대다수의 국민들은, 왜 이토록 험악한 골짜기를 지나고 있을까.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이전부터 조금씩 나오다가 한 번에 크게 터진 민주당에 대한 성토와 불신은, 코로나 19을 기점으로 더욱 더 확산되고 있다. 여당에 대해 필자는 중립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확실히 작년 이래로 민주당의 모습을 평가하자면 적어도 국민이 바랐던 모습과는 조금씩 다른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결론을 내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정치란 것은 하다 보면 반드시 누군가의 반대와 원성을 사기 마련이지만, 정치 생활을 연장하고 싶다면 그 반대와 원성이 다수가 되게 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 여론은 어떠한가?
다수를 넘어 대다수가 되어가는 정부에 대한 불신은 이젠 무서울 정도이다. 그 옛날 로베스피에르의 모습처럼, 국민들은 점점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느 샌가 정부의 치부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만천하에 공개되고, 그런 상황에 국민들은 더 격양된 시선을 보인다. 그런데, 이와 상반되는 국민들의 반응 또한 흥미는 아니지만 관심을 끌 만한 소재이다.
우선 처음으로 봐야 할 것은 지지율이다. 기본적으로 국민의 정부에 대한 선호도는 지지율로서 대략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그런데, 지금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은 최소 50%를 넘고, 최대 60%에 이르는 상태이다. 이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매일 실시간 인기 뉴스 댓글란에 비판이 가득한 현 정부의 지지율은 과연 이와 비교했을 때 정상적인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여론조사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과 그 대상의 폭넓음이다. 하지만 여론조사는 기본적으로 그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하기 마련이라, 공정성이 완벽한 여론조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때문에 여론조사는 최대한 덜 불공정한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하지 않고, 특정 대상을 상대로만 실시하고, 그것도 결과에 의도적으로 손을 댄 여론조사를 내놓는다면 당연하게도 그 여론조사는 절대로 신용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바로 이 문제점이 현 정권의 지지율의 의문을 공략하는 주요 무기라고 할 수 있다.물론, 여론조사를 무조건 안 믿고 보는 것 또한 좋은 행동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의 지지율 그래프를 유심히 볼수록 이 좋지 않은 행동은 가중되어 가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지금의 모습이다.
두 번째는, 얼마 전에 치러진 총선 결과이다. 총선 전까지 가장 쉽게 알 수 있었던 국민의 여론과 총선의 결과는 솔직히 필자가 보았을 때 상당한 대척점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총선 시작 직전까지만 해도 문재인 정부에게 쓴 맛을 보여주겠다거나, 현 정권에게 우리의 분노를 제대로 표출하겠다거나 하는 말들은 총선의 이례적인 결과 앞에 메아리가 되어 버린 것이 현실이다. 과연 국민들은 본인들이 작성하고 형성하고 동조한 여론을 그대로 반영한 투표를 자행했을까, 깊은 고민을 하게 되는 논제가 아닐 수 없다.
정치를 하면서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다. 반드시 반대하는 여론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정치를 정치인들에게 맡기는 이유는 그 반대를 불식시키리라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를 보고 있으면, 여당과 야당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당들이 그들이 그토록 없애고 싶어 할 만 한 반대를 스스로 만들어 내고 이를 정치에 동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신뢰에 보답할 수 있는 것을 내놓는다면, 어찌 국민들이 그들을 믿고 기꺼이 지지를 보내주지 않을 수가 있을까. 정치라는 것은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생활 개혁을 위한 것임을 부디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내비치며, 무거운 심정으로 이만 펜을 내려놓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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