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름 모습으로 제게 떠오르는 것은 냉면입니다. 여름 되면 식욕이 떨어집니다. 그때 먹는 냉면은 진짜 맛있습니다. 저도 좋아하는 냉면집이 있습니다. 냉면이야말로 꼭 맛있는 가게에서 먹어야하는 것 같습니다. 집에서 만들어도 되는데 저의 손맛으로는 만족할만한 냉면을 아직 만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맛있게 하는 분이 계시면 알려주세요. 일본의 여름모습은 어떤지 오랜만에 생각해봤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온지 25년이 돼서 이제 일본의 현재 모습은 잘 모르지만 제가 어렸을 때를 생각해봤습니다. 저희 집은 앞에 조선소가 있습니다. 집이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창문을 열면 바람이 잘 들어옵니다. 바람뿐만 아니라 햇빛도 잘 들어와서 たたみ(타다미)라는 짚으로 만들어져있는 일본식 바닥이 한여름 지나면 색이 변해버립니다. 그래서 햇빛을 가리기위해 すだれ(스다레) 한국에서는 ‘발’이라고 하는 그것을 창 위에 걸면 햇빛이 가려져 그늘이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발이 걸린 그 창가를 특히 좋아했는데요. 거기엔 또 하나의 제가 좋아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름이 되면 항상 있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ふうりん(후우린)이라는 것인데요. 한국에서는 ‘풍경소리’입니다. 저의 어머님께서 생활환경에 신경을 많이 쓰시는 편이였는데 풍경소리도 더운 여름을 조금이라도 시원하게 보내기위한 어머님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늘이 된 그 자리에서 풍경의 작은 종의 소리를 들으면 행복했습니다. 어머니가 그것을 알고 계셨는지 예쁜 풍경소리를 자주 사오셨습니다. 유리로 되어있는 풍경이 가장 일반적인데 저의 집이 도자기로 유명한 ありた(아리타)라는 곳에 가까웠기 때문에 도자기 축제에 갈 때마다 도자기 풍경을 사왔습니다. 유리와 도자기의 소리는 조금 달랐지만 어떤 소리도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기 위한 사람들의 대단한 지혜가 담겨있었습니다. 저에게 떠오르는 또 하나의 여름의 모습은 빨래대가 있었던 곳입니다. 거기에는 아버지가 벽돌로 만들어주신 화단이 있었는데 어머니는 그곳에 꽃도 심고 쪽파도 심었습니다. 상추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루에 한 번씩은 꼭 거기에서 쪽파나 상추를 가져오라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농사를 하게 돼서 별일이 아니지만 그 때 어머니가 채소를 키우시는 일이 존경할 만한 일이었습니다. 이 시기가 되면 작은 노란색 장미가 벽을 따라 아주 예쁘게 피어났습니다. 수국도 있었고 백합도 있었습니다. 집이 높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아침에 빨래를 말리면 점심때가 되서는 바람에 잘 말라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 만처럼 되어있는데 바다를 왕래하는 여객선이나 미군의 큰 모함 등 이 많았기 때문에 바다를 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오전 내내 그냥 멍하니 바라볼 때도 있었습니다. 개도 한 마리 키웠습니다. 그리고 시장에서 생선을 살아있는 신선한 생선을 사오면 어머니는 능숙하게 비늘을 빼고 요리를 해주셨습니다. 그것을 등 뒤에서 보면서 언젠가 저도 모르게 스스로 생선을 요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좁은 마당이었지만 여름엔 거기서 지냈던 시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배웠던 것도 많았고 우리나라가 아니라 바다건너의 해외를 궁금해 하는 생각도 여기서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또 잊지 못하는 것은 한 여름날의 식탁입니다. 역시 여름은 식욕이 떨어져서 면류를 먹는 일이 많아지는데 저희 집도 국수를 많이 먹었습니다. 우리 가족 전부 다 국수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삶은 국수의 집고 반 정도를 양념에 담궈서 먹습니다. 저는 그 양념에 わさび(와사비) 고추냉이를 많이 넣고 맵게 먹었습니다. 한국에 시집오는 것이 예정된 일이었던 건지 원래 다른 일본사람보다 맵게 먹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국수 중에서도 가장 좋아했던 것은 메밀국수입니다. 외식하러 가면 꼭 그것을 시켜서 먹었습니다. 부모님이 제발 다른 음식을 주문하라고 부탁할 만큼 그것만 시켜먹었습니다. 메밀국수는 왠지 집에서 해먹으면 맛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여름밖에 없는 메뉴라 짧은 여름에 다른 음식을 시켜먹으면 아까웠습니다. 다른 메뉴는 언제든지 먹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다시 돌아보면 더 맛있는 것을 먹었으면 좋았을 텐데 어린 저에게는 메밀국수가 최고의 여름 음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랑 메밀국수를 먹으면서 행복해했던 자신의 모습이 아주 그립습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