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여름 폭염에 정원 장미꽃이 시들고 떨어지니 기분이 묘하다.지난 오월 행복했던 원인이장미 때문이었다는 듯사기가 떨어진다.정원을 장식했던 멋진 장미들이줄을 서서 가버리니아직 반 이상 남은 한 해가 다 가버릴 듯 아쉽다.하지만 늦게 시작해서이제 막 절정인 장미도 있다.이 장미를 보면 그나마 위안이 된다.아내가 뒷마당 텃밭에 물을 주다절정인 이 장미를 보고는“꽃송이가 내 얼굴만하네~” 라며흐뭇해 하는데,이 장미는 올해 우리집 정원에 핀 것 중 금메달을 받을만하다.이 장미를 나는 ‘로코코’ 라고 알고 있는데확실하지는 않다. 정말 꽃송이가 어찌나 큰지몇 송이만 피어도 마당이 훤하다.그런데 이 큼지막한 꽃이몇 송이만 피는 것이 아니고수십 송이 한꺼번에 공연하니혼자보기 아까울 정도다.로코코는 꽃이 화려한데다 향기도 은은하고꽃이 질 때 모란처럼 뚝뚝 떨어져서지는 모양까지 예쁘니가히 장미 중의 장미라고 할 만하다.내가 로코코를 구입한 건 5~6년 쯤 전이다.그 때 욕심에 장미를 한꺼번에 5그루나 샀는데정작 심을만한 적당한 자리를 찾지 못해집 뒤 언덕에 일단 심어두었다.언덕에는 배나무, 사과나무, 매실, 감나무, 자두 등등유실수들이 자라는 곳인데가까이 두고 보살펴야할 장미를배나무, 매실 등등 나무 옆에 심어둔 것이다.(방치한 것이다.)그러다 세 그루는 관리 소홀로 죽고살아남은 것 중 한 그루는지난 해 뒷마당 개 울타리 안에 새로 만든 플랜트 박스에 옮겨 심었다.흙을 채우기가 힘들어 공사하고 남은 마사토에개똥을 섞어 대충 심었는데올해 이 장미가 마법이라도 부린 듯갑자기 덩치가 커지더니꽃을 엄청나게 피워 깜짝 놀랐다.뒷마당에서 사는 양치기 개 모녀사랑이와 오디 똥을 던져준 게뜻밖에 효과를 본 것이다.(그동안 개똥 치우는 게 싫었는데이제는 개가 똥을 싸면 하나도 안 밉고 고맙기까지 하다.)우리 집 주변에 심은 장미 중나이가 많은 것은 스무 살이고제일 어린 것은 두 살이다.앞마당, 뒷마당, 돌담 앞, 돌담 뒤...여기 저기 심은 장미를 하나씩 떠올려보니 모두 22그루나 된다.장미는 게으른 사람이 심기에 딱 좋은 꽃나무다.내가 장미를 많이 심은 것은다 내가 게으른 탓이다.장미는 관리를 안 해도매년 때가 되면 꽃을 피워주기 때문에나는 고생안하고 꽃을 즐길 수 있는꽃나무를 심은 것이다.그런데 그런데 세상에....올해 뒷마당에 옮겨 심은장미 로코코는 이런 나의 생각에약간의 토를 달게 만들었다.장미는 게으른 사람이 심기에딱 좋은 꽃나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그런데 개랑 같이 키우면 더 좋다.개는 개대로 똥을 싸고도 미움 받지 않아도 되고장미는 장미대로 영양을 공급받고멋지게 꽃을 피워 더욱더 사랑받으니 ‘개 좋고 장미 좋고’라는 속담이라도 만들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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