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노랑, 주황, 초록 색깔도 다양하고 효능도 다양한 농작물이 있다. 눈치껏 어떤 작물인지 맞췄겠지만 역시 맞다, 파프리카. 아삭한 식감으로 입맛을 돌게 하고 시원한 단맛을 내는 파프리카. 뼈 건강에 좋고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빨간색 파프리카, 항산화작용이 가장 뛰어난 주황색 파프리카, 칼로리가 적어 다이어트에 좋은 초록색 파프리카, 비타민C가 풍부한 노랑색 파프리카.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파프리카의 세계다. 함양군 서상면은 여름철 파프리카 생산의 최적지다. 서상면 봉정마을에서 20여년간 파프리카를 재배하며 함양군의 파프리카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고 있는 문성만(64세)씨. “함양군에서 서상면 대표작물로 파프리카를 내세워 지원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파프리카를 키우고 있다. 20여년간 파프리카를 키우고 있지만 나는 아직 파프리카를 다 알지 못한다” 한 가지 일을 10년만 해도 전문가가 되는데 20여년이 지나도 알지 못한다는 문성만씨는 그만큼 파프리카를 대하는 자세가 진중하다. “농사도 배워야 할 수 있는 거다. 파프리카는 환경이 정말 중요하고 까다로운 작물이다. 파프리카는 무척 예민해서 햇빛 양이나 물의 양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해충이나 바이러스에도 약해서 파프리카 한 개를 생산하기 까지 얼마나 많은 손을 거쳐야 하는지 모른다”고 했다. 문성만씨는 수입작물인 파프리카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초창기에는 행정에서 지원해주는 교육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네덜란드에 직접 가서 선진지 교육을 받아 우리 지역에 맞도록 접목하기도 했다. “파프리카생산자조회 전국대의원을 6년간 했다. 2004~5년 경 다녀왔던 네덜란드는 이미 최첨단 시설로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전자동 시스템에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 시절 서상면은 파프리카 농가가 20여곳이나 되어 일본으로 수출까지 했다. 그야말로 서상파프리카 전성기였다. 지금은 이곳에 파프리카 재배농가는 3곳이다. “파프리카 농가가 블루베리나 달기육묘, 난, 토마토 재배 등으로 바꾼 곳이 많다” 이런 현상에 대해 문성만씨는 출하양의 증가를 들었다. 파프리카는 씨앗도 수입 한다. 좁쌀만한 파프리카 씨앗이 500원, 한때 유행했던 미니파프리카 씨앗은 한 알에 1200원이나 했다. 파프리카는 씨앗에서 키워 열매를 맺기까지 4개월이 걸린다. 여름파프리카는 3월에 씨를 뿌려 7월부터 수확해 12월말까지 출하한다. 하지만 출하시기가 타 지역 겨울 파프리카와 겹치면서 출하양이 많아지니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다. 특히 인건비가 점점 증가하고 있어 원가는 높아지고 매출은 떨어져 농가들이 힘들어하는 요인이 됐다. 문성만씨는 육십령 고개가 고향이다. 서상에서 학교를 다니고 평생 농사를 지었다. 처음에는 고랭지 무배추 농사를 짓다가 화훼를 해 안개꽃, 데지오(카네이션)을 키웠다. 그 후 지금까지 파프리카 농사를 짓는 문성만씨는 “농사를 조금만 지으면 귀하다 여길 텐데 너무 많이 지으니 값어치를 잃었다”며 파프리카가 흔한 채소로 치부돼 안타까워했다. 초록빛을 내는 문성만씨의 파프리카가 이제 곧 출하된다. 문성만씨는 알록달록 색깔 옷을 입고 파프리카가 출하될 시기로 6월25일 날짜를 못 밖아 주었다. 잔류농약검사도 철저히 지키며 깨끗하고 품질높은 파프리카를 출하하기 위해 문성만씨는 자신의 데이터를 정확히 꾀고 있었다. 출하가 시작되면 아내와 함께 하던 일이 버거워진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자를 쓸 수 없어 고민이지만 문성만씨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농사지은 파프리카 대부분을 공판장에 내지만 문성만표 파프리카를 찾는 개인 소비자를 외면할 수는 없어 미리 주문을 받는다. 7월초부터 본격적으로 바빠질테지만 이미 마음이 바쁘다. 젊은 농부의 열정을 쏟게 했던 파프리카를 오늘도 지켜내고 있는 문성만씨. 서상파프리카의 애정이 남다른 문성만씨의 결실이 헛되지 않도록 6월25일 출하일을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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