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펼치면 덮을 수 없는 책이 있는데 <날개의 발명>이 그런 책이 아닌가 합니다. 도서관에서 오르한 파묵의 소설 <순수 박물관1,2>를 연장 대출해 오면서 새로 입고된 수 몽크 키드의 소설 <날개의 발명>을 빌려와 먼저 읽던 <순수 박물관>을 재껴 두고 읽었습니다. 엄청 재밌습니다.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고전이 될 만한 명작입니다. 요즘 책을 읽으면 눈이 피곤해서 웬만큼 재밌는 책이 아니면 끝까지 읽지 못하고 포기하게 됩니다. 대부분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는 것이라 읽다가 중간에 덮어도 아쉬울 게 없습니다. 다음 기회에 언제라도 빌려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포기한 대가로 더 재밌는 책을 읽을 기회가 생기기도 합니다. 독서는 공부가 아니고 즐거움으로 하는 거니까 억지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카릴 차펙의 <도롱뇽과의 전쟁>이 재밌다는데 함양 도서관에는 없어서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반쯤 읽다가 덮었습니다. 본문 글씨도 작아 눈에 부담이 되는데 그것보다 더 작은 글씨로 된 페이지들이 너무 많아 눈이 아플 정도네요. 재미는 있지만 <날개의 발명>만큼 놓을 수 없는 정도는 아니라 일단 중단했습니다. (빌려온 책이 아닌 고로) 나중에 컨디션이 좋을 때 (악착같이) 다시 읽으려고 합니다. 예전에 카릴 차펙의 수필집 <초록숲 정원에서 온 편지>는 너무 재밌어서 키득대며 두 번 세 번 읽은 적이 있습니다. 원예가는 식물보다 흙에 대하여 더 고민하는 사람이라는 작가의 글은 정원에 꽃나무 가꾸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큰 인상을 주었습니다. 매혹적인 소설 <날개의 발명>을 쓴 수 몽크 키드의 첫 번째 소설은 <벌들의 비밀 생활>입니다. 제목이 익숙해서 예전에 한번 읽은 책이라 생각하고 작가의 두 번째 소설 <인어 의자>를 읽어볼까 하고 도서관에 갔는데, <인어 의자>는 없고 <벌들의 비밀 생활>만 보입니다.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분명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 책이라고 생각하며 펼쳐보았는데 하나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이럴 수가~ 표지도 눈에 익었는데... 비슷한 제목의 다른 책과 혼돈한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잘됐다 하고 빌려와서 읽고 있습니다. 언급한 수 몽크 키드의 소설 세권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고 모두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습니다. 함양도서관에는 <벌들의 비밀생활> DVD도 대출이 가능합니다. (집에 DVD 플레이어가 있으면 빌려볼 텐데 살짝 아쉽습니다.) 작가의 세 번째 소설 <날개의 발명>은 여성이 온전한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했던 시대인 19세기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흑인 노예와 백인 상류층 집안 딸로서 주종관계에 있는 두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에 나오는 배경과 인물들은 대부분 실제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놀라운 의지로 역경을 극복하는 주인공들의 노력은 노예 해방을 앞당겼고 오늘날 여성들의 지위향상에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시대를 앞서 나간다는 것은, 날개를 발명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새로운 사고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은 큰 모험입니다. 최근 미국 백인 경찰의 강압적인 체포과정에서 억울하게 사망한 흑인 플로이드 사건을 이해하는데 <날개의 발명>보다 적합한 책도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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