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적극 동참한 대가로 무척 심심해진 농부가 요즘 두 가지 재미에 푹 빠졌다. 하나는 정부에서 받은 재난지원금을 쓰는 재미고, 또 하나는 각도절단기로 나무를 재단하여 데크 보수공사를 하고 남은 자재로 정원용품까지 만드는 즐거움이다. 2인 가족 60만원이라는 거금이 입금되자마자 나는 방부목 자재를 사가지고 와서 데크 보수공사를 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사람을(전문가, 목수) 부르지 괜히 일만 키우는 게 아니냐는 아내의 진심어린 말에 나는 자존심이 약간 상했지만 반박하지는 않았다. 공구를 다루는 솜씨에 관한 한 나를 잘 알고 있는 아내의 충고가 결코 근거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을 부르느냐? 직접 하느냐? 그건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볼만한 문제였는데 사실 나는 다 계획이 되어 있었다. 어쩌면 이번 일이 코로나로 우울하고 답답했던 최근의 삶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내 등을 떠밀어 준 것은 뜻밖에 생긴 재난지원금이었다. 큰돈이 들어갈 수도 있는 공사를 내 돈 한 푼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침 나는 지난해 나무를 재단하는 각도절단기를 하나 장만해두었다. 언젠가 내가 데크 공사를 직접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구입한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정원에 놓을 플랜트 박스여러 개를 손 톱 하나만 사용해서 만든 적이 있는데 그 때 톱질하느라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장만해 두었다. 다른 일로 진주에 있는 공구가게에 갔다가 진열된 각도절단기를 보고 욕심이 나서 덜컥 구입했다. 그런데 구입한지 일 년이 다 되어 가도록 그동안 사용한 거라곤 각목 하나 반 토막 낸 게 전부다.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기계치인 나는 이 멋진 공구를 구입한 뒤 낯설고 자신이 없어 나무 한 토막 잘라보고는 창고에 고이 모셔두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읍에 가서 방부목을 사가지고 오고 창고에서 잠자고 있는 각도절단기를 흔들어 깨웠다. 이번에 보수하는 베란다 데크는 사람보다 개들이 주로 사용하는 공간이고 해도 많이 드는 곳이라 일찍 망가졌다. 망가진 데크에 개들이 뛰어다니면 바닥이 덜컥덜컥 시끄러웠고 특히 한밤에 그러면 잠을 설치곤 했다. 더 이상 방치해둘 수가 없어 이번에 싹 뜯어내었다. 그리고 새 각도절단기로 방부목을 싹둑싹둑 잘라 다시 깔았다. 나는 고속으로 돌아가는 원형톱으로 나무를 싹둑싹둑 자르는 즐거움에 힘든 줄도 모르고 결코 해내지 못할 것 같았던 데크 보수 공사를 단 하루 만에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진짜 재미는 이제부터. 나는 뜯어낸 낡은 나무를 버리지 않고 각도절단기를 사용하여 개들을 위한 놀이터를 만들고 정원에 놓을 플랜트 박스를 몇 개 더 만들었다. 데크 보수공사는 일이라는 부담을 가지고 한 것이지만 버려야할 자재로 이것저것 마음 가는 대로 만들어보는 일은 순수한 즐거움으로 하는 일이다. 이번에 구입한 데크 자재값으로 13만원 정도 들어갔다. 나는 이번 재난지원금을 카드 포인트로 받았는데 돈을 쓰면 사용내역이 문자로 뜬다. 어제 마스크 구입비 4500원, 어제 아내랑 화계반점에서 비빔냉면이랑 콩국수 먹은 값 1만5000원, 어제 마트에서 장 본 것 2만7890원, 함양읍 강산골 로컬매장에서 감국꽃차 구입 4000원... 뜻밖에 생긴 돈을 쓰는 것은 정말이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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