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참으로 다양한 음식들이 있는 것 같아요. 나물류와 장아찌, 젓갈류 등. 사실 네팔에서는 어느 한 가지도 먹는 게 아니거든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고사리를 먹는 모습에 조금은 이상하게 보였는데 조금 더 지나고 보니 못 먹는 게 없는 듯 온갖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징그러운 낙지를 생으로 먹거나 이상한 냄새가 나는 젓갈류를 어찌 그리도 잘 먹는 모습이라니. 짬뽕에 들어 있는 오징어 다리가 징그러워 짬뽕조차 먹기 거북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그랬던 저였는데 지금은 한국 음식 중 한 두 가지 빼곤 못 먹는 게 없답니다. 특히 산나물류는 참으로 맛나네요. 취나물은 특히 맛나고, 머위도 맛이 아주 좋답니다. 그래서 요즘 취나물과 고사리 머위 채취에 무척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답니다. 취나물은 쌈용으로 생으로도 먹고, 삶아서 무쳐서도 먹고, 장아찌도 담고 있답니다. 머위도 장아찌가 맛이 좋더라고요. 수확량이 너무 많다보니 삶아서 말리기도 하는데 삶는 방법도 이젠 완벽하게 배웠답니다. 처음엔 색이 좋지 않거나 여러 문제가 있었는데 지금은 파릇한 나물 본연의 색을 유지하도록 말린답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야생 나물이어서인지는 몰라도 제법 단골로 찾으시는 분들이 많아서 채취한 수량은 전부 판매를 하고 있답니다. 일종의 용돈 벌이도 하고, 한국 특유의 전통 음식도 배우고, 맛도 보고, 제법 재미가 쏠쏠 하답니다. 다른 다문화가정에서는 어떻게 음식을 해 먹을까 가끔 궁금할 때도 있는데 저희 집처럼 한국 음식을 다양하게 종류도 너무 많게 하지는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저희는 시아버지 계실 때도 그랬고, 남편도 비슷한 식성을 가진 탓으로 여전히 한국 고유의 전통 음식들이 많답니다. 대충 생각해보면 장아찌류 중에 옻순, 가죽, 머위, 취나물, 고사리, 무, 산초, 마늘, 양파 등등. 한국 음식 중에 된장과 간장을 비롯 고추장 등에서부터 김치와 마른 반찬류, 온갖 종류의 국, 찌개, 찜류. 이제까지 배우고 또 배우다보니 제법 못하는 게 없는 솜씨가 되었답니다. 시아버지 입맛에 신경이 곤두서던 새댁 시기부터 남편 입맛을 걱정하는 시기를 거쳐 오다보니 결혼 12년차 주부로서의 이제 어느 정도는 음식에 무섭지는 않답니다. 한국 음식. 종류도 많고, 맛도 천차만별이지요. 네팔은 접시 하나에 밥과 반찬류 한 두개 올려 식사를 하는 문화인데 한국에 와보니 음식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얼마나 놀라고 부담스러웠는지 지금 생각해봐도 그때를 어떻게 버티고 잘 견뎌 왔는지 싶네요.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없던 시기를 거쳐 지금에 오고 보니 다른 다문화 결혼이주여성들의 한국 음식과의 맛대결에서 힘든 점은 없었는지 무척 궁금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하지만 아직 누구에게도 그런 질문은 해보지 못했답니다. 자칫 누군가의 자존심을 건드리게 되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되고. 삶은 모두 자기 의사대로 살아가는 것인데 괜히 저의 경험과 비교하게 되는 결과가 되거나 혹여라도 한국 음식을 이렇게 열심히 배웠다거나 하면 그것도 결국 문화적 차이를 극복이 아닌 존중하지 않는 게 될 수 있겠더라고요. 사실 문화적 차이는 같아지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데 있는 것 아닐까요? 좁히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존중하는 것. 다양한 한국 음식이 이젠 정이 들기 시작하네요. 맛도 좋고 재미도 있답니다. 그리고 한국 사람이 더 많이 살고 있는 한국이니까 아무래도 집에 찾아 오는 분들도 한국 사람이 많더라고요. 그분들 입맛에 맞춰 주는 것이 제가 그분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게 될 듯 싶네요. 처음엔 한국 사람이 이방인 취급하는 것으로 오해도 하고, 왜 다른 문화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 서운하기도 했었는데 가만 생각해보고 경험이 쌓이다보니 이게 그거고 그게 이거더라고요~^^ 지리산의 산나물 많이 드시고, 코로나19 거뜬히 이겨 내시고,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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