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생명의 공간이다. 다양한 작용과 현상이 어우러져 생기를 만든다. 숲속의 공기, 물, 햇빛, 다양한 소리, 숲의 색깔, 꽃과 열매, 자연경관, 특별한 장소 등등을 치유 인자라 한다. 우리는 숲의 다양한 치유 인자를 오감으로 받아들인다. 생기를 얻고 기분도 좋아진다. 몸과 마음이 이완되고 면역기능과 저항력이 높아진다. 숲길을 걸으면 자외선이 걸러진 적당한 햇빛을 받을 수 있다. 숲속의 햇빛은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여 우울감을 떨쳐내고 활력을 준다. 긍정적인 감정이 되도록 도와준다. 비타민D의 합성을 도와 뼈를 튼튼하게 한다. 우리는 양수 속에서 태어나 순환하는 물을 몸속에 가득 채우고 살아간다. 부딪히는 물속에서는 많은 음이온이 나온다. 음이온은 뇌 속에서 알파파가 활동하도록 돕는다. 알파파는 몸과 마음이 조화를 이룰 때 발생한다. 활성산소를 억제하고 혈액순환을 돕는다. 그래서 마음이 가라앉고 기분이 좋아지며 활력이 생긴다. 이러한 효과는 숲속 나무들이 내놓는 피톤치드를 만나 배가 된다. 자연의 소리는 미세한 파동을 일으킨다. 주파수가 일정하고 고정된 패턴이 없기 때문에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이런 소리를 들으면 알파파가 나와 마음이 빠르게 안정된다. 집중력과 창의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자연의 소리는 계절의 변화도 알아차릴 수 있게 한다. 더불어 섬세한 감각을 키울 수 있다. 풍성한 녹색의 잎을 보면 안정감을 느낀다. 눈의 피로도도 덩달아 내려간다. 우리는 외부환경을 지각하는데 시각을 주로 사용한다. 오감 중에서 87%를 차지한다. 녹시율이 높은 곳에서는 스트레스 해소와 면역계의 기능이 향상된다고 알려져 있다. 대화를 더 많이 나누게 되고 사회적 유대나 결속력이 높아진다. 더 행복하고 안전하다고 느끼며, 범죄율이 낮아진다. 우리는 사바나라는 숲의 환경에서 진화해 왔다. DNA라는 먼 기억 속에 숲이 있는 까닭이다. 이 봄 자연의 초록을 자주 만나보자. 함양상림은 해발고도 171~180m에 평지로 이루어져 있다. 위천을 따라 1.6km에 이르는 띠숲이 아름답다. 숲속에는 풍부한 물이 있다. 숲속 가운데로 운치 있는 개울이 구불구불 흐른다. 하나의 경관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 숲의 가장자리를 따라 연결된 산책로는 약 4km에 이른다. 숲 안쪽으로는 중앙산책로와 중간중간에 작은 오솔길들이 나 있다. 누구나 자유롭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노인이나 유아 등 가족 단위의 휴양·치유 활동에 아주 좋은 마을숲이다. 숲이 포근하게 감싸주는 위요환경은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다. 안과 밖을 구분하여 적당히 가려주어 생명을 보호한다. 예로부터 인류는 이러한 곳을 보금자리로 삼았다. 우리의 마을숲도 이런 역할을 한다. 전국에서 제일 큰 함양상림은 더욱 그러하다. 초록이 옷을 갈아입는 5월 숲길을 걸으면 행복하다. 땅거미가 질 무렵이면 더욱 좋다. 사위에 낮게 깔리는 고요한 초록 내음,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는 숲의 큰 나무들, 살갗을 스치는 선선한 바람, 햇잎에 내려앉는 부드러운 햇살,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 새소리를 듣노라면 마음에 평화가 깃든다. 어머니의 품 같은 상림의 숲속으로 들어가 보자. 자연경관 속 생명의 용트림이 우리를 치유하도록. 계절에 따라 빠르게 변해가는 숲의 다양한 옷차림은 새로움을 준다. 봄이다. 새소리가 유달리 많이 들린다. 짝을 이루고 새끼를 키우려는 사랑의 하모니다. 4월 중순의 햇잎은 뭉게뭉게 피어나는 안개구름 같다. 바라만 보아도 마음에 생기가 돋는다. 오월이면 나도밤나무 꽃내음이 진동한다. 어스름 저녁에 중앙숲길을 걸으면 바닥으로 깔리는 꽃내음이 황홀하다. 이른 아침 숲길을 걸으면 나뭇잎 사이로 부드러운 햇빛이 스민다. 한 줄기, 두 줄기 실안개를 뚫고 내리는 빗살에 태고의 신비로움이 깃든다. 마음이 동화처럼 맑아지는 시간이다. 여름 숲은 강렬하다. 뜨거운 햇살 아래 피톤치드는 절정에 이른다. 나무가 내놓는 냄새로 가득하다. 냄새는 오감 중에서 깊고 진하다. 자연의 냄새는 오랜 기억의 향수를 부르기도 한다. 장대비가 쏟아지면 큼큼한 숲은 모락모락 김이 난다. 달구어진 여름 숲이 한숨을 돌린다. 풀숲의 흙이 스멀스멀 깨어나며 특유의 냄새를 풍긴다. 미생물이 자라면서 내놓는 큼큼하고 상쾌한 천연의 향기다. 지오스민이라 부른다. 기분 전환을 하려거든 소나기 내린 숲으로 달려가 보자. 가을이 오면 거대한 졸참나무가 펼치는 단풍의 향연을 올려다 본다. 그렇고 그런 평평한 잎들이 쪽빛 하늘에다 은하를 수놓는다. 도토리 물고 나무를 타고 오르는 다람쥐를 보노라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여치와 메뚜기, 풀벌레 소리를 듣는다. 형형색색으로 개성있게 날리는 낙엽을 바라본다. 개서어나무 열매도 느티나무 열매도 바람을 타고 난다. 땅바닥에 떨어져 바스락바스락 내달리는 낙엽을 바라본다. 제 몫을 다 한 잎이다. 겨울 숲에서는 거대한 알몸을 본다. 아름드리 고목들이 우람한 몸통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자유분방한 가지의 율동 속에서는 무질서의 질서를 본다. 무한 반복하되 처음과 다른 창조의 세계, 형식을 벗어난 자연미, 프랙탈 구조다. 이따금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 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몸속의 수많은 나뭇가지가 동화한다. 멈추어 서서 비우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겨울 숲은 깨달음을 준다. 한겨울 큰오색딱다구리 생활사를 보는 것은 경이롭다. 화려하고 늠름한 자태로 졸참나무 등걸에 쉴 새 없이 부리를 박는 모습은 평범하지 않다. 남다른 삶의 개척자다. 자연은 마음을 움직인다. 적당하고 온화하면서도 변화무쌍하다. 그 속에는 생명의 조화와 아름다움이 녹아있다. 바라보기만 해도 긴장이 풀리고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오감이 깨어나 정서를 순화하고 감성을 자극한다. 자연 속의 치유다. 함양상림은 멋드러진 치유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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