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배운 많은 과목들 가운데 단연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 아마도 수학일 것이다. 지금 재학 중인 학생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을 포기한 사람을 ‘x포자’라 하는데 그 으뜸이 수포자인 것도 분명하다. 그럼에도 수학은 가장 중요한 과목에 속하며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왜 우리는 그렇게나 어렵고 힘든 수학을 어린 시절부터 공부해야 할까? 1687년 과학혁명을 이끈 뉴턴의 저서는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이다. 이 책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몇 권의 책에 속하며, 지난 1,000년 동안 가장 중요한 인물에 있어서도 뉴턴은 선두를 다툰다. 그 이유는 뉴턴이 미적분학이라는 도구를 만들어 움직이는 물체의 위치와 속도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수학적’ 법칙을 도출했기 때문이다. 뉴턴이 사망했을 때 당시의 위대한 시인 알렉산더 포프는 이와 같은 조시를 바쳤다. 신께서 이르시기를 “뉴턴이 있으라! 그래서 세상이 밝아졌다.”다시 말해 수학적 원리가 없는 시대와 있는 시대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사실 뉴턴 이전에도 수학을 통해 우주의 원리를 찾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사상가 피타고라스는 만물의 본질이 ‘수(number)’라고 했으며, 서양철학의 기둥인 플라톤은 기하학을 가지고 우주를 설명했다. 그가 설립한 학교인 ‘아카데미아’ 입구 현판에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들어올 수 없다.’고 했을 정도이다. 이후 2천년이 지난 후 뉴턴이 우주를 합리적이고 보편적으로 이해하는 수학적 원리를 찾아낸 것이다. 또 뉴턴과 동시대에 살았던 독일의 철학자 라이프니츠는 세상을 정확히 설명하는 보편 수학을 찾다가 동양의 주역을 발견하고 매우 탄복했다고 전해진다. 주역 역시 고대 동아시아의 과학이요 수학이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자연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다른 것이 아닌 수학적 원리가 중요할까? 그것은 수학 자체가 가지는 중요한 특성 때문이다. 사실 우주를 이해한다는 것은 모든 물질들 간의 관계, 즉 상호작용을 정확히 규명하고 상호작용에 따라 세계가 어떻게 변해가는 가를 아는 것이다. 여기에서 ‘안다’는 것은 변화의 결과를 수량적으로 정확히 예측할 수 있고 또 그 예측이 검증을 통해 확인되는 과정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지구가 태양 주위를 타원궤도를 그리며 공전하고 있고 어느 때든 지구가 어디 있는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으며 이는 검증을 통해 확인되었다. 이것은 상호작용으로서 태양이 지구에게 작용하는 만유인력의 형태를 정확히 규명했으며 이에 의한 지구 위치의 변화를 미분과 적분을 통해 계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뉴턴은 이러한 이론 체계를 일반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수학은 만유인력과 같이 두 물체 사이에서 작동하는 관계성을 기술하는 데 가장 적절하다. 자연수 1, 2, 3 등의 가장 기본적인 숫자들은 매우 오래전부터 물건의 개수를 헤아리는데 유용하게 쓰였다. 어떤 물건이든 숫자와 1:1 대응시킴으로써 개수를 파악하여 물건을 관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인간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수를 서로 관련이 없는 두 종류의 물건을 연관시킬 수 있는 매개자로 사용했다. 예를 들어 사람과 돌은 서로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만일 3명의 사람과 3개의 돌이 있다면 이 둘은 3이라는 숫자를 매개로 원소의 수가 같은 집합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수학은 이처럼 둘 사이의 관계맺음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태양과 지구는 만유인력을 통해 연관되는데 이는 수량적으로 각각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둘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관계에 있다. 이들에 해당하는 수치들을 집어넣어주면 태양과 지구 사이의 만유인력이 정확히 하나의 수치로 결정된다. 이 숫자 하나로 두 천체는 연결되는 것이다. 물리학이 수학을 언어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인 것이다. 물리학이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로 더 깊이 들어갈수록 수학은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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