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두 달이 다 되어 갑니다. 친구, 이웃, 친지 등등 사람 안 만나고 지낸지 어느새 두 달이 다 되어가네요. 산책길에 이웃과 마주쳐도 반가운 악수는 생략하고 적당한 거리에서 “어떻게 지내십니까?” 안부만 묻고 지나칩니다. 오늘도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 하느라 스스로 미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감내하기 힘든 나날이지만 다들 잘 버티고 있네요. 우리가 누굽니까? 쑥과 마늘만 먹고 햇빛 안 드는 동굴에서 100일 동안 자가 격리를 견뎌낸 단군의 후손 아닙니까? 하지만 아무리 은근과 끈기의 DNA를 물려받은 단군 후손이지만 벚꽃이 만개한 화창한 봄날에 집안에서만 맴돌기는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 더 연장된 4월은 정말 잔인한 달입니다. 프랑스의 어느 신경과 의사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오랫동안 혼자 있다 보니 벽이나 식물을 보고 말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 정도는 정상이니 병원에 올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벽이나 식물이 말을 하면 병원에 오라고 했다 합니다. 청명 주말 오후 함양 읍 장보러 가는 길에 백전 운산에 다녀왔습니다. 지방도를 따라 앞차 두 대가 거북이걸음을 해서 천천히 따라가는데 뒤따라오는 차들도 재촉하지 않고 느긋이 따라 오더군요. 보통 때 같으면 빵~울리고 추월들을 할 텐데 주말이라 바쁠 일이 없어 여유가 있는 건지 오늘따라 성격이 느긋하고 운전 매너가 좋은 사람들만 나온 건지 잠시 의아하긴 했지만, 상황을 판단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습니다. 모두 벚꽃 나들이 나온 차들이었답니다. 드라이브 스루 벚꽃 놀이~ 시절이 시절인지라 차안에서 벚꽃 놀이를 합니다. 이어지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심신이 지친 단군의 후손들이 벚꽃이 만개하자 더 이상 참지를 못하고 밖으로 나오니 감염확산을 우려한 방역당국과 지자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서둘러 벚꽃축제는 취소되었다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붙고 산책길은 아예 막아버렸습니다. 함양 백전은 매년 이맘 때 벚꽃축제로 상춘객이 넘치는 곳인데 올해는 축제가 취소되었다는 현수막이 상춘객보다 많고, 그래도 오는 사람들을 위해 창의적인 현수막을 하나 더 붙여 놓았습니다. “벚꽃 구경은 드라이브 스루로~” 나는 본의 아니게 천천히 움직이는 차량의 흐름 속에서 벚꽃 구경을 했습니다. 사실 나는 지난해에도 벚꽃 구경을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했습니다. 그때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화계 벚꽃 구경하러 갔다가 상춘객이 너무 많이 몰리는 바람에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겨우 지나쳤던 건데 솔직히 그때는 너무 힘들었고 기름 값이 아까웠답니다. 지난 3월 구례 산수유마을에 꽃구경 다녀온 사람들이 확진되었다고 매년 꽃 축제를 하던 지역 주민들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그 뒤 강원도 어느 지자체는 트랙터로 애써 가꾼 유채꽃밭을 갈아엎었고 매년 벚꽃축제로 유명한 어느 지자체는 벚나무 가지치기를 지금 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년 같으면 유채꽃밭은 한 달 뒤에나 갈아엎고, 벚나무 가지치기도 벚꽃이 다 지고 나서야 할 일인데 말입니다. 아깝고 한숨이 나오고 유감스럽지만 어쩌겠습니까? 코로나는 마늘과 쑥으로도 막을 수 없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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