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되니 한낮에는 여름처럼 따스하다. 가로수 벚꽃과 들판의 꽃들은 앞 다투어 만개하고 냉이도 한철이 지난 듯 꽃을 피우고 있다. 어저께는 밤산 밭가에서 쑥과 머위를 캐 나물과 쑥국을 해 먹었는데 봄향기가 가득하다. 강 건너 논에 심겨진 양파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 겨울 내도록 얼어 있던 땅에 초록의 생기가 넘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농사철인 듯 아침 일찍 농부들의 들판에서 일하는 소리도 바쁘고, 동네가 생동감이 넘친다. 한남교 다리 아래 엄천강의 물줄기도 세찬 소리로 시원한 생동감에 한몫을 거든다. 자연을 비롯한 농부님네~ 모두들 바쁜 시기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우리집은 겨울동안의 바쁜 일상에서 잠시 쉬었는데 이제부터 또 바빠질 듯 싶다. 논갈이와 거름 뿌리기 등 옥수수를 심어야하고 밤산에는 비료를 줘야 한다. 그동안 곶감일로 미뤄 두었던 무말랭이 작업도 완료 하고 채리 나무며 복숭아, 자두, 감나무, 무화가 나무 등 과일 나무에 거름을 모두 주어 과실수들이 예쁜 꽃을 피우고 키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매년 20그루 남짓 심고 있는 과일 나무들이 종류도 많고, 수량도 많아지고 있어 그 꽃들을 보는 재미도 날로 더해진다. 수확기가 되면 과일을 구경해서 좋고 또 나눠 먹으니 더욱 좋다. 농산물을 열심히 가꾸는 보람은 아무래도 판매하고 또 수익이 생기는 것이지만 나눠 먹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주는 즐거움도 좋지만 받는 분이 좋아 하시니 더욱 보람이 있는가보다. 커가는 아이들 미래를 위해서 저축도 해야 하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투자도 해야 하지만 밥 굶지 않고 사는데 대해 우리집 식구들은 만족감이 높은 듯 싶다. 내일 당장 밥 먹을 걱정을 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지만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 농민들은 가난하지만 모두들 만족감이 높은 듯 싶은게 나의 생각이다.나의 고향 네팔은 대한민국의 평균 소득에 비하면 그야말로 비교할 수 없을만큼 미약하지만 만족감은 그와 반대로 대체로 높은 것으로 보여진다. 이미 많은 돈을 벌거나 이미 부자이거나 이미 부유한 생활을 해 본 사람이 가난해진다면 그 행복감은 어떨까? 주변에 부자들만 있고 부유한 생활을 누리는 사람들만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아마도 행복감이 줄게 될 듯 싶다. 대한민국은 이미 돈의 단위가 억, 억 소리가 난다. 억대 부자는 이미 옛말이라고 한다. 현금 1억을 평생동안 만져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을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을 것이다. 대한민국도 실제로는 그럴거라 생각된다. 그러나 그 정도 재산으로 어디 가서 돈 있다고 내세우기에는 이미 대한민국은 비교대상이 너무 높게 책정되어 있다. 너무 높게 책정 되어 있는 나의 행복지수. 돈 뿐만이 아닌 모든 면에서 너무 높게 책정되어 있는 행복지수가 결국 인간의 행복을 무너지게 하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본다. 농사일도 결국 그런 느낌이 개입되다 보니 사실 힘들다. 수익과 보람이 낮아지는 농사꾼의 현실. 갈수록 그 희망이 더 낮아질까 걱정인 게 오늘의 현실. 평생을 천직으로 알고 평생을 농부로만 살아오신 수많은 함양의 농부님들. 그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 옆에서 남편을 지켜보면 늘 고민하고 스스로부터 해결하려고 노력하는데 안타깝게도 힘들어 보일 때가 많다. 세상을 바꾸고, 세상을 다르게 보이게 하려면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더 많아야 할 듯 싶어서다. 농사철, 힘들겠지만 새참을 즐겁게 나눠 먹고, 힘들겠지만 웃음과 행복이 넘치는 농부의 아침이 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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