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집에 밥 얻어먹으러 오는 어린 길냥이가 한 마리 새로 생겼다. 8개월째 우리 집에 밥 얻어먹으러 오는 길냥이 서리의 꼬리를 잡고 온다고 꼬리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어린 치즈테빈데 얼굴이 피카츄를 닮아 귀엽다. 한번 만져보고 싶은데 어찌나 경계를 하는지 스무 걸음 이내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다. 배가 고파서 밥은 얻어먹지만 인간들이란 도대체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꼬리를 원망할 수는 없다. 실제로 이 세상에는 패악질을 밥먹 듯 하는 악마구리들이 수두룩하다. 인간들이란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실제 상황인데 오늘 얼굴이 정말 인간처럼 생긴 악마가 뉴스에 나왔다. 텔레그램이라는 사이버 공간에서 26만명이나 되는 무리를 이끌고 패악질을 하다가 잡혔다고 한다. 꼬리는 서리를 따라다닌다. 서리도 8개월쯤 전 우리 집에 처음 나타났을 때는 꼬리처럼 경계가 심해서 밥은 얻어먹되 곁은 절대로 주지 않았는데 아주 최근에야 무장을 해제했다. 무장을 해제한 뒤 화해와 우정의 표시로 내 다리에 목덜미를 비벼대더니 오늘은 아예 발라당 누워 애교까지 부린다. 솔직히 서리는 외모가 좀 험상궂게 생겼는데 그런 녀석이 애교를 부리니 더 귀엽다. 꼬리가 서리를 따라 밥 먹으러 온 건 불과 며칠 전이다. 서리가 밥 달라고 냐옹냐옹 해서 밥을 주고 집에 들어가다가 느낌이 이상해서 뒤돌아보니 처음 보는 어린 냥이가 대신 밥을 먹고 있고 서리는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거다. 그것이 알고 싶었다. 저 녀석은 누구지? 둘은 어떤 관계지? 꼬리가 만약 서리가 낳은 어린 새끼라면 상황이 쉽게 납득이 간다. 하지만 서리는 사타구니에 큼직한 방울을 두 개나 달고 다니니 꼬리의 어미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둘은 길에서 오다가다 만난 사이 같은데 서리가 자기도 배가 고플 텐데 양보하기가 결코 쉽지 않을 텐데 말이다. 꼬리가 다 자란 암컷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꼬리는 아직 어리다. 수컷의 관심을 받기에는 너무 어려 보인다. 나는 서리가 성자처럼 보였다. 고양이가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그 뒤로 서리는 수리를 데리고 다니며 뭔가 중요한 것을 가르치는 것 같았다. 서리가 밥 달라고 냐옹냐옹하면 어딘가 잘 안 보이는 곳에서 꼬리도 따라 냐옹냐옹 갸날프게 운다. 내가 밥을 한 그릇만 담아놓으면 꼬리가 밥을 먹고 서리는 옆에서 지켜본다. 그리고 내가 밥을 두 그릇 담아 놓으면 나란히 밥을 먹는다. 수리는 하루 저녁에 갸르릉테라피로 자수성가하여 냥작의 작위를 얻었다면 서리는 선행으로 성자의 반열에 올랐다. 성 베드로처럼 성 서리라고 불릴만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부러지는 않겠다. 물론 나는 아니라고 보지만 좀 더 두고 볼 필요는 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짝꿍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꼬리가 아직 어리긴 하지만 언제 우아하고 앙큼한 암코양이로 변신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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