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봄볕 따스한 함양에 화사하게 벚꽃은 만개하고 정치의 계절이 찾아왔다. 제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운동은 시작되었고 스마트폰이 유난히 바쁘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고 축제임에도 온 나라가 두 진영으로 갈려 사생결단을 하는 듯해서 불편한데, 우리 정치를 퇴행으로 단정짓고 유권자들의 “냉엄한 심판”에 모든 책임을 미루는 신문들의 논조는 언제나처럼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끝없는 정당정치의 퇴행이 이어지다가(세계일보) 탈법·꼼수 속에 21대 총선이 시작되었으니(한겨레) 이제 유권자가 심판해야 하고, 3년 국정에 대한 평가는 선거밖에 없으니(조선일보) 꼼수 비례당, 뒤집기 공천(중앙일보), 거대 정당의 오만(한국일보), 전과·막말·꼼수 후보도(경향신문) 이번만큼은 유권자가 걸러내고 심판해야 한단다. 심지어 이번에 제대로 투표하지 않으면 이 나라는 더 이상 희망이 없을 것이라고 “막말” 까지 하는데 속셈이야 모르지 않지만 이렇게 좌·우를 싸잡아 비난만 해대면서 국민에게 책임을 미루면 어쩌란 말인가? 이제 언론들은 정치갈등과 혐오를 조장하고 재생산하는 일에 이력이 난 것 같다. 위의 논설들도 아마도 4년 전 신문의 판박이임은 不問可知다. “급속한 ‘변화’와 ‘진보’를 추구하는 자들은 그 변화에 매몰되어 변화의 이유이자 목적인 ‘사람’을 잊은 지 오래됐으며 소중한 가치를 지키려는 보수는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데 매몰되어 자기들이 지키려는 ‘가치’를 잊었다. 이제는 국민들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 손으로 뽑은 자들이니 우리 손으로 제거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정치인들이 정신을 차릴 것이다.“ 지역 신문의 사설인데 마치 검사님의 준엄한 논고 같다. “변화에 매몰된 죄”와“이익을 지키는데 매몰된 죄”로 정한 罪目이 유권자들의 판단에 도움이 될 듯해 소개해 보지만 “우리”들께서 뭔가를 보여 줄 일도 정치인들이 정신을 차릴 일도 없을 것임은 우리 신문이 제일 잘 알고 있을 터!흔히 우리나라는 정치가 정말 문제라고 말하곤 하는데 이런 주장은 무책임하고 누워서 침 뱉기다. 어차피 정치의 수준이 국민의 수준인데 우리 국민은 이미 세계 일류다. 전후 70년 현대사에서 경제, 문화, 사회 모든 분야에서 세계가 인정하는 성취를 이룬 나라가 한국이고, 인류를 강타한 코로나 사태 속에도 그나마 정상적 일상을 지속하는 얼마되지 않는 나라들 중에서도 생필품 사재기 하나 없는 우리 국민들의 성숙한 모습이 우리의 수준이다. 전쟁의 위협 속에서도 무제한적인 언론과 종교의 자유를 누리며 오직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10여 년마다 평화적으로 정권을 교체하는 정치선진국이 한국이다. 황제를 흉내 내는 시진핑의 중국, 차르를 꿈꾸는 푸틴의 러시아, 비열한 군국주의자 아베의 일본, 이기적 장사꾼 트럼프의 미국, 모두 강대국이라고 우쭐대지만, 과연 이들 중 어느 나라의 국민이 우리보다 나은 “정치판”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정치인을 비난하더라도 너무 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본의회에서도 멱살을 잡고 영국 국회의원도 막말은 한다. 어느 나라인들 지역주의에 기댄 정치인이 없겠는가? 원래 민주주의는 시끄럽고 비용이 많이 드는 제도라는데, 가끔은 志士的 정치지도자가 그리울 때도 있지만 지금은 애국심만 강요할 수도 없는 생계형 정치의 시대인 걸 어쩌겠는가.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선거권자인 우리 국민들은 편안히 축제를 즐기다가 변화를 주장하는 정파나 소중한 가치를 지키려는 진영 중에 마음이 가는 곳에 한 표를 주면 된다. 그리고 결과에 승복하는 것, 혹여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일단 제도와 시스템에 맡기고 다음 선거를 기다리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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