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고 있는데, 검은 개 한 마리가 짖으며 성가시게 따라붙었다. (쉭~쉭~ 저리 가~) 그리 큰개는 아니었지만 성깔이 사나워 보였다. 발바리였던가? 그 시커먼 개는 끈질기게 따라오더니 갑자기 이빨을 드러내며 기습적으로 달려들었다. 나는 놀라서 앗! 하며 반사적으로 발을 내질렀다. 그랬는데 헐~ 아내가 아얏~하고 비명을 지른다. 꿈을 꾼 것이다. 꿈을 꾸다 이불 속에서 아내 다리를 걷어찬 것이다. 이불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방귀 뀌는 나이가 되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다. 내 발가락이 아플 정도였으니 많이 아팠을 텐데 아내는 잠시 끙 하더니 다행히 다시 잠이 들었다. 한 달 전쯤 이야기다. 그때는 그냥 개꿈이라고 웃어 넘겼는데 문득 내가 왜 그런 황당한 꿈을 꾸었는지 짐작되는 바가 있어 끄적여 본다. 예전에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읽은 적이 있는데 내가 꾼 그 개꿈을 프로이트 식으로 해몽해보면 이렇다. 지난 2월 하순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였다. 정말 두려웠고 나는 멘붕이 되었다. 미지의 바이러스가 예상을 뛰어넘어 창궐하는 바람에 세간의 시선은 온통 숫자에 집중되었다. 오늘의 확진자는 어디 어디 몇 백 명이고 신규 사망자는 몇 명이고.....(유감스럽게도 이건 아직도 진행형이다.) 불과 수일 전까지만 해도 확진자가 한 두 명 씩만 나와 그 사람의 동선을 따라 A마트가 폐쇄되었느니 B병원과 C약국이 문을 닫았느니 하는 뉴스가 주를 이루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대구 신천지 교회에서 수 백 명 씩 확진자가 쏟아져 나와 나라가 뒤집어졌다. 나는 비록 지리산 엄천 골짝 오지에 살고 있지만 워낙 전염력이 강한 바이러스라고 하니 결코 안심할 수가 없었다. 나만 조심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오지지만 사람을 만나지 않고 살 수는 없는 것이다. 온라인에는 신종 바이러스와 관련된 온갖 정보가 넘쳐났다. 그 중 전문 의학박사가 알려줬다는 중요한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코로나19 감염여부를 확인하려면 숨을 크게 들이 쉬고 10초 이상 참아보라. 폐에 통증이 없으면 감염이 되지 않은 거다”는 자가 진단법부터, 생강을 먹으면 면역력이 생긴다는 예방법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수시로 숨을 크게 들이쉬고 10초 이상 참아보곤 했다. 그리고 커피를 끊고 생강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나중에 이 비방들은 다 인포데믹으로 확인되었지만) 이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는 다 계획이 있었고 부지런히 실천도 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어느 날 (내가 개꿈을 꾼 날) 아침 눈을 뜨니 목이 까칠했다. 감기가 오려고 그러나 싶다가 갑자기 가슴이 철렁했다. 혹시... 내가... 설마... 목이 살짝 까칠 따가운 정도였으니 여느 때 같으면 따뜻한 물 한 모금 마시고 말았을 텐데 혹시 모르는 일이다 싶어 공격적으로 집에 있는 상비약 함에서 종합감기약을 한 알 찾아 먹었다. 그날 오후 감나무 과수원에서 사다리에 올라가 가지치기를 하고 있는데 아내한테서 겁먹은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갑자기 열이 난다는 것이다. 나는 너무 놀라 하던 일을 접고 집으로 달려갔다. 보건소로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하나? 1339로 먼저 전화를 해야 하나? 걱정하며 집에 가서 아내 이마를 짚어보니 열은 없다. 괜찮아 보였지만 나도 아내도 혹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공포는 질병보다 무섭다. 아무 것도 아닌 거 가지고 걱정을 하고 겁을 먹고 그날 밤 꿈속에서 코로나라는 시커먼 개와 발길질 하며 싸움까지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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