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라는 것이 있다. 한국에서 나비가 일으킨 작은 날개 짓이 미국에서 거대한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식으로 비유되곤 하는데, 처음의 미세한 차이가 커다란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는 말이다. 이 현상은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1963년 컴퓨터를 이용하여 날씨 변화에 대해 계산하던 중 날씨를 결정짓는 수치에 아주 작은 변화를 주었음에도 그 결과는 엄청난 차이가 발생함을 발견하고 붙인 명칭으로 카오스 이론을 상징하는 말이 되었다. 나비효과는 언제나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 나비효과가 가능한 대표적인 사례가 인간 사회라 할 수 있다. 인간을 비롯한 많은 생물들이 사회성을 갖고 있으며 또 사회성이 강할수록 생존확률이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인간의 경우 문명이 발달할수록 사회적 관계없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인간사회는 강한 사회성 때문에 사회의 구성요소인 인간들 간의 상호작용이 매우 강해지면서 사회 전체가 부분인 인간 개개인을 합한 것 이상의 새로운 현상이 ‘창발’할 수 있게 되는데 이런 영역을 분석하는 분야가 복잡계 과학이다. 복잡계 과학의 연구에 따르면 세계의 모든 인간들은 6단계만 거치면 모두 연결된다고 한다. 이 결과는 어찌 보면 매우 놀라운 일이지만 이제 인간들의 관계망이 어느 때보다 더 조밀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인간 개인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잘 인식되어지지 않게 된다. 온 국민이 감동했던 2002 월드컵의 응원이라든가 촛불문화제도 개인이나 작은 집단이 아닌 집합적인 전체로서 의미를 지니게 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집단적 행위가 전국적인 규모로 확장된 과정을 보면 대체로 처음에 소수의 사람들이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의 아주 적은 수가 시간이 지나면서 폭발적으로 증폭되는 나비효과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비효과가 일어날 조건은 무엇일까? 촛불의 경우 당시의 정권이 만일 정상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국정을 이끌고 있었다면 소수의 집단이 모여 문제점을 지적하고 촛불을 든다 해도 전국적 규모로 확대되기는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비선실세에 의해 국정이 농락당하며 온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시기에는 거리에 관계없이 개인들은 매우 강한 연결고리가 생겨난다. 이 상황을 ‘임계현상’이라 하는데 물이 액체에서 고체로 바뀌는 현상, 즉 비교적 자유롭게 돌아다니던 물 분자들이 섭씨 0도에 이르면 서로 연결되어 마치 하나처럼 행동하며 얼음이 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임계점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개인들 간의 연결고리가 더욱 팽팽해지는데 이 상황에서는 한 개인의 작은 움직임도 즉각적으로 그와 연결된 고리들을 통해 순식간에 전파되어 짧은 시간 안에 전체가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경험해보지 못한 바이러스 감염 상황에 처해 있다. 이 상황도 사회 전체가 임계점으로 가까이 다가가 있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나비효과가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자그마한 소수 집단, 혹은 개인 하나가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신천지란 조직에서 시작하여 대구 전체를 넘어 전국으로 확산된 것이 나비효과를 잘 보여주고 있다. 다행이 초기 신천지 발 감염은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는 듯 보이지만 다시 소규모 집단감염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방역 당국이 더 이상의 감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살얼음을 걷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교회의 주말 예배를 통해 감염되는 상황은 과거 중세 유럽을 집어삼켰던 페스트를 연상케 한다. 무지에서 벌어진 아픈 역사를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각자가 나비가 될 수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작은 집단 하나, 혹은 단 한 사람의 부주의가 전체를 흔들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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