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는 소포 두 개를 부치는데, 한 개 무게가 1009g(그램)이다. 우체국 직원이 소포를 저울에 올려놓고는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9g만 줄이면 요금이 3000원 준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냐고 했더니 박스 밑 날개 부분을 잘라내면 된다고 했다. 귀찮고 번거로워 그냥 그대로 해주라고 했다. 그런데 이 친구 기어코 박스를 뜯어 날개 부분을 잘라내고는 무게를 1000g 아래로 맞춘다. “고맙다”고 하니 “고객이신데???” 한다. 비 오는 아침, 우체국에서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친구이자 필자의 첫 직장 부장이셨던 분이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좋아요’는 물론이고 ‘세상 살만해요. 신납니다.’ ‘그런 사람이야말로 건강하고 서로 신뢰하는 사회를 만드는 건전한 구성원입니다’라는 등 칭찬의 덧글(댓글)도 잇달았다. 다른 사람 이야기할 것도 없다. 불편함을 감내하고 그동안 아날로그로 살아왔던 금융거래 방식을 청산하기 위해 며칠 전 집 근처 NH농협은행을 찾았다. 코로나19 때문인지 점심시간이어서인지 평소보다 창구는 한산했다. 인터넷뱅킹 가입신청서를 작성하고 창구 직원에게 서류를 건넸다. 인터넷으로도 승인을 받아야 이용할 수 있다면서 기한 내에 꼭 승인 받아야 한다고 친절하게 안내했다. 그러더니 “기다리는 손님이 없는데 인터넷 승인 도와드릴까요”라고 한다. 웬 재수인가 싶어 들고 있던 휴대폰을 선뜻 내밀었다. 직원이 휴대폰에 앱(애플리케이션)을 막 깔기 시작할 무렵 손님 서너 명이 한꺼번에 들이닥친다. 당황한 직원은 “선생님 어떡하죠. 기다리는 손님들이 계셔서???”라며 어쩔 줄 몰라 한다. 필자는 괜찮다면서 휴대폰을 돌려받았다. “고맙습니다”라는 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져 있다. 이게 ‘고객감동’이구나라는 생각과 동시에 필자의 입에서는 “제가 더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아무런 거부감 없이 나왔다.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은행문을 나섰다. 며칠 뒤 농협은행 고객센터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직원들을 감시하는 듯한, 때로는 직원들에게 친절을 강권하는 듯한 만족도 조사가 불편하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다. 그래서 평소 이런 부류의 전화를 받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생각이 다르다. 전화를 기다린 것도 아니었는데 그 전화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몇 가지를 묻는 말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모두 최고점인 ‘매우 만족’이라고 답했다. 비록 은행 창구에서 휴대전화 승인은 갈무리하지 못했지만 그 직원의 ‘예쁜 마음’을 오롯이 느꼈기 때문이다. 굳이 따지자면 이 직원이 필자에게 추가로 투자한 시간은 불과 10초 남짓이다. 하지만 그 감동의 시간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필자의 경험은 NH농협 부산 양정동지점에서의 일이다. 앞선 이야기 주인공은 경기도 고양시 한 우체국 직원이 베푼 친절이다. 출처를 애써 밝히는 이유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이기도 하거니와, 이런 일이 내 고향 함양에서는 흔한 일상이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물론 함양에도 친절한 공무원과 직장인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양군이 몇 년 연속 청렴도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깊이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 두 젊은이에게 친절이나 업무에 대한 만족도와 별개로 청렴도를 물었다면 과연 몇 점을 줄까. 모르긴 해도 모두 만점이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지 않겠는가. ‘청렴이 곧 친절’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겠지만 ‘친절과 청렴은 비례 한다’는 공식에는 이론(異論)이 없을 게다. 함양군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 청렴도 향상을 위해 오래전부터 여러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3S운동 실천도 좋고, 청렴사례 방송도 좋다. 하지만 감동이 부족하다. ‘감동 행정’으로 공무원보다 군민이 더 고마워하는 청렴의 고장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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