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봄비가 추적거립니다. 고향집 마루에 앉아 안개 자욱한 먼 산을 보며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는 이수복 시인님의 시를 읊조리며 이 집에서 함께 지냈던 어머니와 가족들을 생각합니다. 비 그친 냇가를 따라 쑥도 캐고 냉이도 뽑고 언덕에서 머위도 채취했습니다. 조물조물 무쳐주는 어머니 솜씨는 아니지만 아내가 챙겨주는 봄나물들로 봄 향기가 입안 가득합니다. 봄은 해마다 때가 되면 오지만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 동생이 먼 길 간 봄이라 마냥 봄기운을 느낄 수는 없습니다. 요즘 선산을 자주 다녀옵니다. 성묘하고 동생들과 나눌 산야초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돌아보고 관리도 하고 씨도 조금 더 뿌립니다. 어머니께서 저에게 “우리 큰 아야, 고맙다. 고생 많다. 동생들 잘 챙기려고 하는 모습이 참 좋네. 우리 큰 아는 큰 아지.”하시며 흐뭇하게 바라보시는 것 같아 위안이 됩니다. 이 비 그치면/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푸르른 보리밭길/맑은 하늘에/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이 비 그치면/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임 앞에 타오르는/향연(饗宴)과 같이/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이수복의 ‘봄비’ 전문2. 우여곡절 끝에 학교를 옮기고 새로운 학생들을 맞을 준비를 하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만남이 연기되었습니다. 학생들과 전화 통화를 하고 단톡방을 만들어 주의사항을 전달하는데 학생들 목소리를 듣고 올라오는 글들을 보니 올해 학생들은 더 기대가 됩니다. 기다리는 만큼 만날 날이 설렘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올해는 어떤 학생들과 어떻게 지내야할지 더 준비하는 시간을 준 것 같아 감사하기도 합니다. 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과목 준비를 하라고 안내를 하고, 저도 일 년 동안 어떻게 지내야할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수행평가는 어떻게 실시할지 계획을 세우고, 과목별 세부능력 특기사항을 적기 위한 안내 자료를 제작하고, 전국연합학력평가 대비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등 해마다 해 오는 일들이지만 시간을 번 만큼 좀 더 세밀하게 준비해서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갑자기 불어 닥친 일들로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자기 입장에서만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려움에 처할수록 서로를 도우며 사는 민초들의 삶을 저는 믿습니다. 지금도 곳곳에서 소리 없이 헌신하고 희생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갑갑하고 힘들지만 언젠가 반드시 이 일이 끝나리라 생각합니다. 진중하게 믿고 기다라면 이 또한 지나가고 언젠가, 반드시, 진정한 봄이 올 것입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어디 뻘밭 구석이거나/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지쳐 나자빠져 있다가/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흔들어 깨우면/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너를 보면 눈부셔/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이성부 ‘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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