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국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유례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대구를 중심으로 감염자가 속출하는 상황 속에서 확산을 막기 위해 의료진과 해당 공무원들은 탈진에 이를 정도로 분투하고 있는 반면 대다수 국민들은 공포와 두려움 속에 외부와 접촉을 최대한 줄이며 진정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필자 역시 모든 일정들이 취소됨에 따라 본의 아니게 자가격리하면서 바이러스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들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인간과 바이러스의 싸움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은 이미 오래전부터 경험해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는 것도 분명하다. 21세기 들어 메르스 등 여러 종이 창궐하여 많은 고통을 주었으며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간다 해도 몇 년 안에 또 다른 새로운 것이 출현할 것이다. 더구나 그것의 전파력이나 독성이 어느 정도가 될지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세계 곳곳을 이웃 동네 방문하듯이 다니는 현대인들의 삶이 지속되는 한 인류의 생존마저 위태로울 것이란 생각이 든다. 독일의 철학자 오스발트 슈팽글러는 1918년의 저서 『서구의 몰락』에서 서구문명의 위기를 주장하며 다음과 같이 썼다. “문명이 몰락의 단계를 맞으면 파리, 런던, 뉴욕과 같은 거대 도시로 사람들의 생활이 집중되고, 그 이외의 지역은 황폐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까지 땅에 생사를 맡기고 생활해온 민중들은 사라지고, 토지로부터 유리된 채 대도시에 기생하는 유랑민이 대량으로 발생한다. 이들 대도시의 주민이 된 사람들은 농민생활을 마음으로부터 혐오한다... 그들에게는 전통이라는 것이 전혀 없으며, 그들을 지배하는 것은 오로지 경제적 동기일 뿐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무턱대고 여행을 좋아하고, 일찍이 문화가 번성했던 시대의 유물이나 예술품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구경하러 돌아다닌다” 100년이 흐른 지금은 대도시 유랑민이 아닌 모든 인간에 의한, 서구가 아닌 세계문명의 몰락을 걱정해야 할 때이다. 코로나19만 봐도 한중일 뿐만 아니라 상황이 심각해지는 이탈리아, 이란을 포함하여 빠른 시간 안에 남북 아메리카까지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바이러스 전파의 원인이 잦은 해외여행에만 있지는 않겠지만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최근의 수치들을 보면 우려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인의 연간 해외여행자 수가 1988년 72만 명에서 2005년 1037만 명을 거쳐 2018년에는 2800만 명에 이르렀다. 매년 2명당 1명 이상이 해외를 나갔다온다는 얘기다. 일본의 경우 2012년까지는 한국보다 더 많았지만 2017년엔 1642만 명으로 한국의 2409만 명보다 훨씬 적었다. 항공기 교통량도 매 15년마다 2배씩 증가하고 있으며, 2018년에 매일 2200대의 항공기가 우리나라의 공항에서 뜨고 내렸다. 물론 우리나라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의 해외여행자 수는 계속 증가 추세일 것이다.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 역시 심각해지는 지금 항공기의 운항이 온난화에 기여하는 정도 역시 증가하고 있다. 항공기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도 문제지만 수증기와 매연물질이 결합하여 만드는 작은 구름들의 역할이 훨씬 크다고 한다. 20세기 이후에 이룩한 인류문명은 엄청난 것이지만 그 문명이 이제는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살면서 많은 곳을 구경하는 즐거움도 물론 크며 크든 작든 배움도 따를 것이다. 그러나 그에 대해 치러야 할 대가도 점점 커지고 있다. 위대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단 한 번도 자신의 고향인 쾨니히스베르크를 벗어난 적이 없지만 세계인의 정신의 축을 세우는 업적을 남겼으며, 찰스 다윈 역시 20대에 5년간 비글호를 타고 전 세계를 탐험을 한 이후에 한 번도 영국을 떠난 적이 없지만 진화론을 통해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생명들의 연관관계를 규명할 수 있었다. 다시 정신의 축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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