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에는 언제나 맛있는 소리가 난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소리는 치킨 튀기는 소리.(?) 함양군 안의면에도 여러 치킨집이 있지만 소문을 듣고 찾아간 곳은 페리카나 안의점이다. 안의면 토박이 주병규(55세)가 운영하는 곳이다. 치킨집이 ‘고기서 고기’라지만 주병규씨의 페리카나 치킨은 어떤 매력으로 고객을 사로잡았을까. 주인에게 비법을 물어봤지만 수더분하고 말주변 없는 주씨는 특별한 게 없다는 말과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주병규씨는 안의면에서 여러 가게를 경영하다 2010년 2월28일 페리카나 치킨을 인수받았다. 치킨집을 한 지 10년이 되었지만 그가 하루도 빼지 않고 해 온 일이 있다. 바로 치킨튀김기를 청소하는 것. 처음 가게 문을 열고 한 달이 채 되기 전 그는 튀김기를 새로 교체했다. 낡아서 바꿨다기 보다 닭기름과 부유물이 섞여 산화되는 걸 줄여 최대한 깨끗한 기름에 닭을 튀길 수 있다길래 튀김기를 새로 샀다. 하지만 이 기계의 단점은 매일매일 물과 기름을 분리해서 청소를 해야 하는 것이다. 주씨는 이런 수고쯤은 치킨 맛을 위해 마다하지 않기로 했다. 주씨의 페리카나치킨에서 찾을 수 있는 특별함 또 하나는 치킨무다. 아삭하고 시원한 치킨무는 주씨가 일주일에 한 번씩 직접 담근다. 배달이 많을 때는 일주일에 2번을 담가야 한다. 직접 만든 치킨무는 후라이드치킨과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 영업시간을 아침11시부터 저녁10시30분까지라고 정해 놓긴 했지만 언제든 주문전화가 들어오면 튀김기 앞에 서야 했다. 특히 단골이 주문을 하면 서하, 지곡, 수동 등 장거리 배달도 마다하지 않는다. 안의면에서 평생을 살았으니 지인도 많고 단골도 많다. 함양에 흩어져 사는 지인들이 배달주문을 하면 거절할 수 없다. 함양읍의 태권도 도장에서 주문을, 거창의 대학교에서 주문을, 서하면 월평마을, 수동면까지 주병규씨의 배달차는 달려야 한다. 치킨을 주문하는 장소도 다양하다. 주소만 알려주면 구글지도든, 티맵으로도 금방 찾아가지만 주씨에게는 “어디요”라며 주변 지형 설명만으로도 배달장소가 인식된다. 농번기 때는 과수원이나 밭에서도 주문이 들어온다. 양파 캘 때, 사과 따고 솎을 때, 선별 작업하는 곳, 들판에서 로타리를 하고 논에 모를 심을 때도 주소 대신 “어디 쯤”이라고 설명하면 오차없이 배달된다. 관광철에는 산이며 계곡에서도 주소대신 “어느 바위 근처” “어느 나무 아래”라고 설명해주면 이해가 더 빠르다. 55년을 이곳에서 살았으니 인간 네비게이션이 따로 없다. 그가 장거리 배달을 마음 편히 다녀올 수 있는 건 주방을 지켜주는 든든한 아내가 있기 때문이다. 2006년 베트남 출신 김성희씨와 결혼한 주병규씨는 둘 사이에 여섯 살 딸을 두고 있다. 26살 한국에 처음 온 아내가 가족과 떨어져 외로워할까 처가 식구를 초청하기도 하고 딸과 함께 베트남을 수시로 갈 수 있게 했다. 가게 문을 닫을 수 없으니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마흔이 된 아내를 언제나 스물일곱으로 소개하는 주씨, 그의 눈에 아내는 처음 한국에 왔던 그 모습 그대로다. 다문화가족 모임도 가계 일이 바빠서 자주 참석하지 못하는 주씨지만 봉사활동만큼은 미루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안의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진행하는 ‘사랑나눔 착한가게 발굴사업’에 참여했다. 안의 페리카나는 협약을 맺고 사랑나눔 착한가게 간판을 달고 한 달에 한번 독거노인 어르신에게 치킨을 보내드린다. 이뿐만 아니라 6년 전부터는 안의면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하며 물놀이 안전사고예방 캠페인, 지역민 안전을 위한 소방업무도 보조한다.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봉사자로 안의면자원봉사협의회에서 활동한 공로로 2013년에는 함양군수 표창을 받기도 했다. 요즘은 전 국민이 어려운 시기다. 외출을 삼가는 분위기라 배달주문이 이어지긴 하지만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주병규씨. “앞으로도 지금처럼 하려고요. 이웃에게 도움이 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위치에서 동참하고 치킨도 맛있게 튀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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