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의 안의고등학교 생활을 마치고 다시 함양고등학교로 학교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주변의 경치도 아름답지만 안의고등학교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학교였습니다. 시골의 자그마한 학교지만 결 고운 사람들과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지낸 1년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을 위해서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하시는 선생님들, 그리고 그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갖고 존경하며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고맙고 행복했습니다. 아침마다 교문 입구에서 경쾌한 음악을 털어놓고 학생들을 맞아주시는 교장선생님과 인성부장님, 아침 식사를 못 하고 오시는 분들을 위해서 월요일 아침이나 출장 때마다 빵을 사 오시는 교감선생님, 아침마다 커피를 내려 커피타임을 만들어 주신 선생님, 집에서 특별한 간식거리를 가져오시는 선생님들, 학생들의 성적향상과 진로를 위해서 방학을 반납하고 자발적으로 나와서 학생들 밥을 해먹이면서 고생하시는 선생님들 등 세상에서 귀한 선생님들만 다 모아 놓은 것 같은 학교였습니다. 지난 2월6일 빛나라 안고 학생들의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졸업식 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하는데, 학생들이 준비한 것들이 많아서 철저한 준비를 하고 체육관에서 졸업식을 했습니다. 학생회장과 부회장이 사회를 보고 학교생활 스케치와 축하 영상을 보고 후배들이 방학 내도록 준비한 축하 공연을 했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 졸업장을 한 명씩 수여하고 담임들이 학생들을 일일이 안아주고 송사 답사를 하는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함 없이 깔끔하고 멋지게 진행을 하는 모습이 참 대견했습니다. 요즘 보기 드문 송사 답사라 학생들의 동의를 구하고 그 내용 일부를 붙입니다. 선배님들이 떠난 학교를 생각하니 마음이 적적하고 학교에서 선배님들이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위로와 의지가 되었는지(중략) 선배님들이 남겨 놓은 자취와 흔적들을 보면서 우리가 그 자취를 따라 인연을 이어 가겠습니다. 선배님들은 우리 학교 곳곳에 온기를 가득 남겨 놓았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우리 후배들을 이끌어 준 선배님들이 학교를 떠나 내디딜 사회인으로서의 첫걸음을 응원합니다. 1년 후 저희도 따라가겠습니다. (송사 일부) 1학년 때 눈이 펑펑 내린 다음 날 학교에 오자마자 밖으로 나가 치열하게 눈싸움을 하고, 눈 위에 드러누워 팔다리를 휘젓고, 급식소로 가는 언덕에서 박스로 눈썰매 타던 때가 떠오릅니다. 추운 줄도 모르고 콧물 흘려가며 친구 뒤를 몰래 쫓아가는 눈 무더기를 든 우리 모습. 야자시간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학교 뒷산을 가위바위보에서 진 사람이 다녀오기로 해서 친구랑 손잡고 소리 지르며 갔다 온 일. 점심을 먹자마자 엄청난 승부욕으로 농구와 배구를 하다 팔다리 하나씩 부러져 깁스를 하고 다녔던 우리. 3학년 때 졸린 친구들을 위해 발라드면 발라드, 트로트면 트로트, 랩이면 랩을 선보였던 일. 끝없는 공부에 지쳐 지나가는 구름만 봐도 까무러치게 웃던 우리. 도서관에서 자습하다가 칸막이 치우고 공책 오목도 하고 비밀 이야기를 하던 우리. 너무나도 추억이 많은 이 학교를 떠나려니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더욱이 소중한 순간들을 함께 한 사람들과의 헤어짐이라 쉽지 않습니다. (중략) 존경하는 선생님들 말도 지독시리 안 듣던 저희를 사랑으로 보살펴 주시고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무가 얼마나 크게 될지 미리 벤다면 알 수가 없다는 말처럼 선생님들께서는 인내와 사랑으로 저희를 기다려주시고 바라봐주셨습니다. 그 은혜 꼭 보답하고 이 배움으로 더욱 큰 사람되어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집에서는 말도 안 듣고 청소도 안 하고 속만 썩이는 자식새끼들을 부족한 모습과 상관없이 항상 따뜻한 지지와 격려를 해주시고 우리가 잘못된 길로 갈 때 마음의 눈물을 많이 흘렸을 부모님, 정말 사랑하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희의 부모님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안의고등학교로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답사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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