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키가 고장났어~ 어떻게 해?” 아침에 학교로 출근한 아내가 다급하게 전화했다. 차 문을 잠그고 사무실로 들어가야 하는데 자동키가 망가져 단추가 눌러지지 않는다는 거다. 자동키는 엄지손가락(손톱)으로 자꾸 누르다보면 언젠가는 망가지게 되어있다. 아내 차는 마일리지가 20만 키로가 다 되어가니 쓸 만큼 쓴 거다. 내 포트 자동키는 3~4년 겨우 쓰고 망가져 수년 째 그냥 수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어디서 수리하는 건지 모르고 고쳐 쓰기가 번거롭기도 해서 좀 불편하긴 하지만 그냥 수동으로 쓰고 있다. “그럼 그냥 꽂아서 잠궈~” “뭘 꽂아?” “길쭉한 거 그거 그냥 꽂으면 되지~” “그게 뭔데? 어떻게 하라구?” “아이 참 그거 꽂으면 되잖아~ 그냥 일단 꽂아 쓰라구~” 나는 키라는 말이 갑자기 생각이 안나 “길쭉한 거 있잖아 왜~” 하며 설명을 하는데 아내가 못 알아들으니 목소리가 좀(?) 높아졌나보다. 아내가 “왜 화를 내고 그래~”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동키에 익숙해진 아내는 자동키가 나오기 전 열쇠로 현관문 열고 잠그듯 하던 방식을 까마득히 잊어버린 것이다. 문손잡이 옆에 키를 꽂는 곳이 있다고 설명해도 그게 안 보인다고 문을 잠그지 못하고 사이드 미러만 접어놓았단다. (마치 문이 잠긴 것처럼, 어차피 훔쳐갈 거도 없다며)“당신도 갱년긴가 봐~” “왜?” “아침에 키가 안 되서 전화하는데 막 소리를 지르고 그래 ~누가 들을까봐 창피하드라...” “뭐? 내가 무슨 소리를 질렀다고~ 참 내~ 자동키 고장 나면 그냥 수동으로 쓰면 되지~ 내 거는 벌써 망가져서 그냥 수동으로 쓰고 있는데?” “몰라~ 나는 키 꽂는 데가 안 보여~ 그리고 주머니에 망가진 쪼가리가 있드라구~ 테이프로 붙이니까~ 이제 다시 돼~” “그럼 이제 키 누를 때 살짝 살짝 눌러~ 또 부숴지지 않게. 그리고 또 망가지면 그때는 수동으로 쓰면 돼~” “몰라~ 내 차는 키 꽂는 데가 안보여~” 자동차 문손잡이 어드메쯤 키 꽂는 구멍이 있을 텐데 아내는 없다고 우긴다. 그래서 새삼스레 보니 손잡이 위에 그것이 있다. 잠그면 손잡이가 움직이지 않고 열면 손잡이가 당겨져 문이 열리도록 되어있다. 평소에 눈여겨 보지 않다가 이번에 보니 그렇다. 오랫동안 자동키만 사용해온 아내는 수동키 자체를 아예 잊어버린 것이다. 어떻게 그걸 잊어버릴 수가 있을까? 싶지만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설 연휴 때는 큰 아들 차로 가족이 영화를 보러갔는데 조수석에 앉아 차를 유심히 보니 시동키가 보이지 않는 거다. “어? 이 차는 시동키가 없네?” 하니 없단다. 대신 단추를 눌러 시동을 걸고 끈단다. 과연 계기판 쪽에 그런 단추가 있다. 그리고 신호 대기 중 시동이 끄진 것 같아 물어보니 자동으로 꺼진 거란다. 나는 신호대기가 길어질 때 가끔 키를 되돌려 시동을 끄는데 요즘 나오는 차는 그게 자동으로 되는 모양이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다시 시동이 걸린다니 참 똑똑하다. 하긴 멀지않은 장래에 다 알아서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자율주행 차가 일반화 될 거라 하니 그 때는 또 뭘 잊어버리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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