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의 진산鎭山인 대봉산大鳳山은 큰 봉황鳳凰을 의미한다. 용, 거북, 기린과 함께 사령四靈에 속하는 봉황鳳凰은 전설 속에 나오는 신령스러운 새로서 희대의 영조靈鳥이다. 봉황鳳凰은 닭의 머리, 뱀의 목, 제비의 턱, 거북의 등, 물고기의 꼬리 모양을 하고 키는 6척에 이른다. 목과 날개에는 오색찬란한 빛이 나고 다섯 가지의 울음소리를 낼 뿐만 아니라 성품이 어질다고 한다. 용龍과 더불어 봉황鳳凰은 천자天子를 상징하여 궁문과 수레 등에 봉황을 장식하여 봉궐鳳闕, 봉문鳳門, 봉거鳳車, 봉련鳳輦, 봉여鳳輿라고 했으며, 신령스러운 봉황鳳凰이 나타나면 성인聖人과 군자君子가 출현하여 태평성대太平聖代를 이루고, 봉황鳳凰이 사는 곳은 인재人才가 나고 후손後孫이 번성한다고 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문장紋章이 봉황鳳凰인 이유도 여기에 있겠다.봉황鳳凰은 모든 새의 우두머리로 풍수風水에서도 봉황鳳凰의 모양을 닮은 터나 봉황鳳凰의 기운이 깃든 터를 최고의 명당으로 여겼다. 우리나라에는 함양에서 가까운 진주의 비봉산飛鳳山처럼 봉황鳳凰이 붙은 산이나 봉황鳳凰과 관련된 마을이나 집터로 알려진 명당들이 전국 곳곳에 있다. 풍수風水에서는 ‘鳳非梧桐不凄봉비오동불처 非竹實不食비죽실불식’이라 하여 “봉황은 오동나무가 아니면 깃들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를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봉황鳳凰이 그곳을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물기를 바라는 뜻에서 대나무와 오동나무를 심는 등 풍수적인 비보裨補를 하였다. 아래에 봉황鳳凰과 관련된 풍수적인 비보裨補를 잘 설명하고 있는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1. 우리나라 지리서인 택리지擇里志의 선산군지善山郡誌를 보면 “선산읍 사방동네를 죽장竹杖이라 하여 대나무를 심어 대나무 순으로 먹이를 대어주고, 화조리花鳥里 또한 봉황鳳凰을 즐겁게 해주기 위하여 만화백조萬花白鳥가 있다는 뜻이며, 다시 동리 이름을 영봉리迎鳳里라 한 것은 봉황鳳凰을 맞이한다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며, 무래리舞來里 역시 봉황鳳凰이 날아오는 것을 뜻한다. 그 뿐만 아니라, 봉황鳳凰은 알을 다섯 개를 낳는데 한 개는 이미 앞들에 있는 동산이므로 다시 네 개의 동산을 만들어 다섯 개의 동산이 되게 하였다. 이것은 이 다섯 개의 알을 봉황鳳凰이 품고 영원히 깃들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라는 내용이 있다.2. 팔공산의 동화사가 자리 잡은 터는 봉황鳳凰이 알을 품고 있는 봉소포란형鳳巢抱卵形으로, 봉황鳳凰이 떠나지 않고 영원히 머물기를 염원하는 뜻에서 여러 가지 비보裨補를 하였다. 일주문一株門에 해당되는 문을 봉황문鳳凰門이라 하고, 대웅전으로 진입하는 누각의 이름을 봉황鳳凰이 깃드는 누각이란 뜻의 봉서루鳳棲樓라고 하였다. 그리고 봉서루鳳棲樓 앞에 있는 커다란 바위 위에는 봉황鳳凰 알을 상징하는 둥근 알 3개를 올려 두었다. 1808년(순조 8)에 세운 인악대사비仁嶽大師碑는 받침돌이 일반적인 거북 모양이 아니라 봉황鳳凰 모양을 하고 있다. 이러한 것은 모두 봉소포란형鳳巢抱卵形 형국에 맞춰 비보裨補를 한 것이다. 또한 대웅전 뒤편에는 대나무 숲이 무성하며, 지금은 오동나무가 많지 않지만 신라 때는 오동나무가 아주 많아 애초에 절 이름도 오동나무 숲이란 뜻의 동수桐藪, 혹은 오동나무 절이란 뜻의 동사桐寺로 불렸다.3. 진주시의 진산鎭山은 비봉산飛鳳山이다. 안산案山인 망진산網鎭山은 봉황鳳凰이 날아가지 못하게 하는 그물을 의미하고, 또 까치가 있으면 봉황鳳凰이 날지 못한다고 여겨 들 이름을 작평鵲坪이라고 불렀다. 객사 앞 누각의 이름을 봉명루鳳鳴樓라 하여 봉황이 우는 상스러운 일이 있도록 기원하였다. 가까운 골짜기에는 봉황鳳凰의 조롱鳥籠(새장)이 된다는 대롱사大籠寺와 소롱사小籠寺를 두었으며, 비봉산飛鳳山에서 바라보이는 마을 이름을 죽동竹洞이라고 하고 봉황鳳凰의 먹이인 대나무를 심었다. 4. 함안의 정구鄭逑가 고을 원으로 있을 때 읍치의 뒷산이 비봉형飛鳳形이라고 해서 봉란鳳卵을 만들고 동북방에 벽오동 천 그루를 심고 대숲을 조성하였다. 순흥의 진산鎭山은 비봉산飛鳳山으로 봉황鳳凰이 날아가는 것을 막고, 고을 앞의 허술한 지세를 보완하기 위하여 남쪽에 3개의 알봉(造山)을 만들었으며, 곁에 봉서루鳳棲樓를 세우고 둘레에 오동나무숲을 가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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