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집(後集)10장손님과 벗이 구름같이 모여들어 맘껏 술마시고 허드러지게 노는 일은 즐거우나 이윽고 시간이 다해 촛불이 가물거리고 향불도 꺼지고 차도 식고 나면 저도 모르게 도리어 흐느낌을 자아내어 사람을 한없이 쓸쓸하게 한다. 세상 모든 일이 이와 같은데 어찌하여 일찍 머리를 돌리려 하지 않은가. <원문原文> 賓朋(빈붕)이 雲集(운집)하여 劇飮淋漓樂矣(극음림리락의)라가 俄而漏盡燭殘(아이루진촉잔)하고 香銷茗冷(향소명랭)하면 不覺反成嘔咽(불각반성구열)하여 令人索然無味(영인삭연무미)하나니 天下事率類此(천하사솔류차)어늘 人奈何不早回頭也(인내하부조회두야)리오. <해의解義> 환락이 극에 달하면 오히려 슬픔이 흘러나온다. 이것은 부귀공명 등 감각적인 화려함이 가지는 덧없음과 인생 자체가 지니는 무산성(無常性)에 기인한다. 극단적인 즐거움을 다 맛본 후에 이루말할 수 없는 처량함을 느끼기보다는 조금 아쉬울 때에 그 즐거움을 간직하고 거기서 그치는 것이 좋다. 천하의 모든 일이 다 이와 마찬가지인 것이다. <주註> 劇飮(극음) : 맘껏 마심. 淋漓(임리) : 물이 흠뻑 젖어 뚝뚝 흐르거나 흥건한 모양. 俄(아) : 이윽고, 잠시후. 漏(누) : 물시계, 곧 시간. 茗(명) : 차(茶)를 말함. 嘔咽(구열) : 흐느낌, 설움이 북바침. 索然(삭연) : 쓸쓸한 모양. 率(솔) : 모두. 奈何(내하) : 어찌 ~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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