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함양의 진산鎭山인 대봉산大鳳山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기로 한다. 지면에 실리는 지도 사진이 작을 수 있기 때문에 직접 네이버나 다음 지도를 통해서 확인하는 것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다.풍수風水에서 수 천 년에 걸친 임상 데이터로 나온 것이 바로 ‘인걸人傑은 지령地靈이다’는 이치이다. 나라의 큰 인물은 땅의 신령함, 즉 산천山川의 정기精氣로 태어난다는 말이다. 한 예로, 조선시대에 영남의 인재 배출 지역을 논할 때에 ‘좌안동 우함양’(낙동강 좌측으로는 안동, 우측으로는 함양)이라고 했다. 함양에서 산청의 필봉산筆峰山 끝자락이 문필봉文筆峰으로 보이는 지점이 바로 일두 정여창과 옥계 노진이 살았던 함양군 ‘개평마을’로, 이 지역 사람들은 일두와 옥계의 배출이 모두 필봉산筆峰山 정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고 한다. 한 마을에도 이러한 풍수적인 스토리가 있듯이 북쪽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면서 정기精氣를 공급하는 함양을 대표하는 진산鎭山을 대봉산大鳳山으로 이름을 바꾼 이유도 바로 풍수적인 목적 때문이다. 풍수지리에서는 봉황鳳凰이 양 날개를 활짝 펴고 비상飛翔할 때의 모습이 명당의 형국을 이룬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하늘을 나는 큰 봉황鳳凰을 닮으면 장차 대통령 같은 큰 인물이 마을에서 나올 것이라는 풍수적인 염원을 담아 큰 봉황鳳凰의 산인 대봉산大鳳山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대봉산大鳳山은 이웃한 백운산白雲山과 함께 함양읍 북쪽에 부챗살처럼 펼쳐진 능선을 이루며 함양군 병곡면, 서하면, 지곡면에 걸쳐 있다. 원래 대봉산大鳳山은 괘관산掛冠山이라 불렸는데, 걸 괘掛자에 갓 관冠자를 쓰는 괘관산掛冠山은 ‘갓걸이산’이라는 뜻이다. 옛날 천지개벽이 일어났을 때 산 정상의 바위지대에 갓을 걸어둘 만큼만 남고 모두 물에 잠겨 붙은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함양은 괘관산掛冠山이란 이름이 ‘의관을 걸어놓고 쉰다.’, ‘벼슬에서 물러 난 선비가 은둔하기에 좋다.’는 의미로 볼 수 있어 함양에 큰 인물이 나지 않는다는 여론에 따라 2009년 국토지리정보원 승인을 받아 대통령 같은 큰 인물이 나오라는 염원을 담아 대봉산大鳳山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대봉산大鳳山은 밋밋한 육산肉山으로 능선에 짙은 숲이 없어 전망이 좋다. 겨울에는 눈이 많은 산으로 설화가 만발하고, 봄이면 철쭉꽃이 능선을 수놓아 함양 8경의 하나에 대봉산大鳳山 철쭉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가을철 산등성이를 따라 억새가 하얀 솜털의 꽃을 피우는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한다. 함양에는 지리산, 덕유산을 비롯한 굵직하고 높은 명산들이 많다. 그래서 주변의 이름난 유명한 산들에 비해 발길이 뜸할 수밖에 없지만 이런 까닭에 조용하면서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어 좋다고 한다. 필자 또한 몇 년 전 대봉산大鳳山 산행에서 그 호젓함을 제대로 즐겨본 적이 있다. 참고로 경남 함양군은 2009년 일제 잔재가 있는 산 지명 변경을 목적으로 시작한 지명정비운동 계획에서 국토해양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 중앙지명위원회에 17개를 제출해 16개가 심의 의결되어 고시가 완료되었다.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하여 창지개명創地改名된 병곡면 소재 해발 1228m 천황봉(일본 천황을 지칭)을 대봉산大鳳山 천왕봉天王峰으로 변경하는 등 일제 잔재를 청산한 성과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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