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림과 위천은 떼 놓을 수 없는 불가분의 사이다. 위천의 다스림으로 지금 상림이라는 숲이 탄생했다. 하천의 형성은 주변 산들의 영향을 받고 있다. 골의 형태에 따라 물은 모여 흐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산천이 된다. 함양은 산이 높으니 골도 깊다. 하늘 정기가 산맥을 타고 이어져 강으로 흐르니 세상을 적신다. 山은 양의 기운으로 생명의 씨를 뿌린다. 川은 음의 기운으로 온갖 생명을 보듬고 키워낸다. 산천이 어우러져 휘돌아 치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다. 산천은 원류이니 세상의 어버이가 되고 생명의 젖줄이 된다. 박재삼은 어버이가 만나 탄생한 세상을 산수화로 표현하고 있다. 산수화(박재삼) 산은 남성으로 우뚝하고 힘이 있고 물은 여성으로 밑을 적시며 흐르니 山水畵 그 근본은 모두 여기에 발원했네.함양읍에 영향을 주는 산천은 백운산과 대봉산 그리고 위천이다. 위천의 물줄기는 함양읍의 북서쪽에 있는 백운산에서 발원하여 백전면, 병곡면을 거쳐 함양읍을 감싸고 14km를 흐른다. 하림이 있는 곳에서 팔령, 삼봉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와 합쳐져 흐르다가 함양 수동에서 남강천과 만나 남해바다로 들어간다. 위천의 형성은 백운산과 대봉산이 큰 역할을 해왔다. 백운산은 위천의 발원지이다. 하지만 함양에서 주목받고 있는 산은 대봉산이다. 위천의 옛이름은 뇌계(㵢溪)이다. 우레처럼 사납게 흘러넘치는 상상을 할 수 있다. 함양은 대륙성 기후의 영향으로 많은 양의 비가 한꺼번에 쏟아진다. 도천마을 솔숲을 돌아선 위천 물길이 상림 북쪽에서부터 갑자기 넓어져 하림까지 거대한 선상지를 이루었다. 이 자연보고의 땅은 홍수가 나면 거대한 습지로 변하기 일쑤였다. 최치원 선생은 위천의 사나운 물줄기를 다스려 따스한 주거지와 비옥한 농경지를 내놓았다. 치수(治水)는 지방관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다. 덕분에 일찍부터 농경의 터전이 만들어졌고, 고려 때는 함양읍성이 옮겨올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사나운 물길을 다스린 일은 어려운 처지를 슬기롭게 극복한 좋은 예가 된다. 위천의 계곡에는 예전부터 여러 개의 정자가 있어왔다. 선비들이 여기 풍류를 즐겼던 이유는 경관의 아름다움 아니었을까. 죽장마을에서 살았던 유호인은 시문에 뛰어난 학자였다. 그는 위천 가에 살면서 맑고 아름다운 경치를 노래했다. “뇌계의 경치는 여전히 거울처럼 깨끗하고 비쳐지는 속세의 모습 또 다시 기이하네.” 도천마을 건너 위천 솔숲에는 세한정(歲寒情)이라는 정자가 있다. 이 정자에도 위천의 호방한 시가 걸려 있다. “낙락장송 늘어진 물가의 정자에서 나 또한 소나무의 절개와 같이 늙어 가겠노라. 이 좋은 경승에 정자 하나 짓고자 품은 뜻을 이제야 이루었네.” 2000년대 들어 상림 곁 위천에는 천년교 위쪽으로 널찍한 수원지가 생겨났다. 다양한 물새들이 찾아오는 보금자리가 되었다. 원앙을 비롯해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백로, 논병아리, 할미새, 물총새, 검은댕기해오라기 등이다. 위천 강둑에 앉아서 수원지의 물새들을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현대에 와서 위천 수원지는 함양상림의 주요한 자연경관이 되었다. 시대를 뛰어넘는 경관의 변화에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대봉산은 백두대간이 함양읍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의 중간 지점에 있다. 남덕유산을 타고 내려오던 산맥이 백운산에서 크게 한 번 머문다. 그리고 팔을 뻗어 대봉산을 잇는다. 현대사에 대봉산은 또 많은 이야기를 묻어두고 있다. 천년교 위에 서면 대봉산 능선을 또렷하게 조망할 수 있다. 차를 타고 함양읍으로 들어서면 수려한 모양으로 맞이하는 산이기도 하다. 시각적,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함양군에서는 대봉산 아래에 대규모 휴양밸리를 만들었다. 대봉힐링관(환경성질환 예방관리센터), 치유의 숲, 자연휴양림 등이 들어섰다. 21세기 들어 대봉산은 함양을 대표하는 주요한 산이 되었다. 조선 시대에 함양의 진산(鎭山, 고을을 지탱하여 중심을 이루는 산)은 백암산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산불이 나서 생태환경이 파괴되었을 뿐 아니라 중심에서 벗어나 있다. 시대에 따라 가치의 시선에 따라 중심이 옮아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제 함양은 대봉산과 위천이라는 어버이 산천이 만나 새 생명의 산수화를 그려나가고 있다. 그 사이쯤에 오랜 자식 함양상림이 걸출하다. 이들이 조화롭게 세상을 이루어 함양을 찾는 많은 관광객의 마음을 너그럽게 안아주기를! 2020, 세상의 마음이 모두 풍요롭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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