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문턱에서 지나온 한해를 되돌아봅니다. 어느 누군가 말했다지요. 세월은 화살과 같다고... 올 한해가 저에게는 그러한 한해였던 거 같아요. 삶을 되짚어 볼 여유도 없이 무작정 바쁘게 달려 온 듯 싶네요. 먼저 농사일을 되짚어보면 봄에 남편이 논과 밭에 농작물 심을 준비를 해 두면 옥수수 씨앗을 심고, 4월부터는 고사리 수확을 하고, 7월엔 옥수수 수확에, 9월부터는 밤 수확을 하네요. 10월에 밤 수확이 끝나면 바로 또 무씨를 심고, 10월 20일경부터는 감 수확을 하고, 저장고에 넣고, 감말랭이와 곶감깍기에 정신없이 보내다보면 틈새 시간을 내어 무를 뽑고, 무시래기를 말리고, 김장을 하고, 그리고 어느새 곶감과 감말랭이 포장에 판매에 그렇게 또 12월 말이 되어 버렸네요. 새해에는 1월2일부터 5일까지 함양 상림 일원에서 하는 ‘함양곶감축제’가 있는데 곶감 판매 부스를 운영해야하니 그 준비가 무척 바쁘답니다. 축제 중에도 집에 돌아오면 포장을 해야하고, 축제가 끝이 나도 남아 있는 곶감 등을 설 앞에 모두 판매 해야하니 연말이면 남들하는 송년회나 망년회는 저희 집에는 남들 이야기가 된지 오래인 듯 싶습니다. 단순히 농사일만 되돌아봐도 이런데 그 많은 농산물을 모두 통신판매 등을 통해 택배 포장하여 보내다보니 이 일도 바쁜 시기엔 숨쉴 시간조차 없을 정도랍니다. 작업장 건물 공사와 곶감 덕장 보수공사를 비롯해 남편이 벌려 놓은 일들이 저에게도 고스란히 중압감이 되어 올 한해는 정말 마음의 여유가 없는 한해였던 것 같아요. 아홉 살, 다섯 살, 두 아이 아침으로 학교 보내는 일부터 살림하는 모든 일들도 한사람 몫은 충분하거든요. 어떤 때는 살림만 하고 여유있게 사는 주변 분들이 부러울때도 많답니다. 네팔 친정에서도 농사일로 어린 시절을 보내었기에 농사하는 직업이 왠지 싫었거든요. 네팔에서는 지금도 농사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난하고 힘들기 때문에 정서적 추억이 농사에 대한 반감이 있나봐요. 시집 온 처음에는 함양의 시골에서 농사하는 남편을 만나 네팔보다 몇 배는 더 힘든 많은 농사일에 무척 힘들었는데 남편의 농사에 대한 자부심과 꿈이 저에게도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한것 같아요. 무지막지하게 일을 만들고 힘들다고 말도 못 꺼내게 분위기를 만드는 남편의 모습이 어찌 그리 싫었는지... 그런데 10년 넘게 함께 살면서 같이 일하다보니 어느새 저도 전염이 되어 가나봐요. 밥을 먹을 수 있는데 감사하고, 일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논리. 우리보다 더욱 가난하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많고, 조금만 더 열심히 일해서 여유가 되면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논리. 남편은 항상 시아버지 때의 고단한 삶을 애기하고 또 장인 장모님의 삶, 네팔의 모습을 얘기 한답니다. 처음엔 가난한 나라에서 시집온 저를 괄시 하는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진심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삶이 힘들고 바쁘고 여유가 없더라도 꿈이 있다면 버틸 수 있을 듯 싶습니다. 조금은 멀리 바라보고 희망을 꿈꾼다면 내일도 밝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다가오는 새해에는 더욱 밝은 내일이 열릴 것이라 믿고 싶네요. 나라가 시끄럽고, 경제도 어렵고, 사건 사고도 많았지만 지리산의 큼직한 품안에 살고 있는 함양군민과 전국의 주간함양 독자 여러분께서는 새해 분명 희망차고 밝고 행복이 넘치는 한해 되실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시길 저도 기도 드릴게요.참 그리고~^^곶감, 감말랭이/구입문의 : 010-4560-8143(지리산똑순이)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