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저녁 뉴스에 일본의 어느 장관이 수산물 소비를 장려하기 위해 시장에서 직접 회를 시식하는 장면이 보도되었다. 일본 경제상이었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장관이 방송 카메라 앞에서 과장된 몸짓으로 맛있게 회를 먹으며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부추긴 것이다. 그러데 이 장관은 원래 회를 전혀 먹지 않는 사람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일본 언론에서는 일본 정부의 초조함이 드러난 행사라는 논평을 내었다고 한다. 저녁 먹으며 얼핏 본 뉴스라 한국 사람의 불매운동으로 일본의 지역경제에 타격이 있어서 그랬다는 건지 후쿠시마 원전사고 여파로 그랬던 건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회를 원래 먹지 않는 일본의 어느 장관이 회를 먹는 모습에서 일본 정부의 초조함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지난 시월 말부터 깎아 말린 곶감이 맛이 들어 이제 첫 출하를 했다. 주문받은 곶감을 포장하면서 나는 오늘 곶감을 많이 먹었다. 물론 기다리던 곶감이 나오니 나도 먹고 싶어서 먹은 것은 아니다. 기다리던 거라고 먹고 싶었다고 이렇게 많이 먹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 포장하고 배송하면 고객의 입으로 바로 들어가게 될 곶감이 제 맛이 들었는지 떫은맛은 아니더라도 혹 텁텁한 뒤끝이라도 남아있지는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 먼저 시식을 해보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전문가의 도움으로 “귀감”이라는 브랜드를 개발하여 내가 만든 모든 상품에 귀한 곶감이라는 뜻의 “귀감” 스티커를 부착해서 포장하는데 작은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겠기에 이름 처럼 귀감이 되어야겠기에 더 조심스럽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곶감을 포장하며 오늘 하루 내내 많은 곶감이 내 입으로 들어갔다. 곶감을 시식하다 나는 문득 엊그제 뉴스에서 보았던 일본의 장관이 떠올랐다. 나는 비록 장관이 아니지만 만일 내가 곶감을 계속 먹어보는 모습이 방송에 나온다면 곶감 출하를 시작하는 한국 농부의 초조함이 드러난 장면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해마다 곶감을 출하할 때가되면 첫딸을 시집보내는 부모처럼 여간 애가 타지 않는다. 시집보낸 딸이 부디 이쁨 받아야 할 텐데 혹 미움 받지는 않을까 하는 부모마음 말이다. 곶감을 깎기 전에는 자신이 만만했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잘 만들 자신이 있었는데 막상 출하가 시작되면 초조해져서 나도 모르게 곶감을 입에 넣는다. 보통 사과 농사짓는 농부는 사과를 잘 안 먹고 알밤 농사짓는 사람은 알밤을 잘 안 먹는다. 하도 많이 먹어서 그럴 것이다. 그런데 곶감농사 짓는 나는 곶감을 많이 먹고 있다. 곶감을 유별나게 좋아해서 곶감을 만들게 되었고 맛있으니까 먹는 것도 있지만 유난히 많이 먹는다. 카카오스토리 채널 ‘지리산농부’에서 주문받은 곶감을 배송했더니 댓글로 첫 후기가 올라왔다. “역시 어릴적 먹던 고향의 맛~!!! 정~말 정말 맛있어요~” 이 한 줄 후기 덕분에 나는 구겨진 용기가 조금 펴진 것 같다. 내일부터는 곶감 시식을 좀 덜해도 될까?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