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예전에 아주 감명 깊게 보았던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에 나오는 대사들 중에 인간의 운명 속에 정해지지 않은 우연을 가장한 정해진 필연이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내용이 있어 여기에 적어본다. “우린 살아가면서 끝없이 상호작용을 한다. 우연이든 고의든, 그걸 막을 방법은 없다. 쇼핑을 나선 한 여자가 외투를 깜박해 다시 자기 집으로 들어갔고 그때 전화가 울렸고 그녀는 약 2분간 통화를 했다. 같은 시각에 데이지(케이트 블란쳇)는 공연 리허설 중이었다. 집으로 들어갔던 여자는 전화를 끊고 택시를 타려고 밖으로 나왔지만 택시를 놓치고 만다. 한편 금방 손님을 내려준 한 택시 기사는 커피를 사려고 카페에 들렀고 데이지는 계속 연습 중이었다. 손님을 내려주고 커피를 산 그 택시 기사는 앞선 택시를 놓쳤던 그 쇼핑객을 태웠다. 그런데 잘 출발했던 택시가 바로 앞에서 길을 건너던 남자에 의해 급정거하게 된다. 길을 건너던 남자는 평소보다 5분 늦게 출근하는 길이었다. 알람 맞추는 걸 깜박했기 때문이다. 회사에 늦은 남자가 길을 건널 때 데이지는 연습을 끝내고 샤워 중이었다. 데이지가 샤워할 때 그 쇼핑객은 부티크에 있었는데 미리 주문한 물건이 포장 안 돼 있었는데 전날 애인과 헤어진 점원이 깜박한 거였다. 여자는 세워두었던 택시를 다시 탔는데 배달 트럭이 길을 막았고 그때 데이지는 옷을 입고 있었다. 트럭이 비켜줘서 택시가 다시 움직였고 옷을 다 갈아입은 데이지는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신발 끈이 끊어진 친구를 기다리게 된다. 택시가 신호에 걸려 서 있는 동안 데이지와 친구는 극장 뒷문을 나왔다. 단 한 가지만 달랐더라면, 즉 신발 끈이 안 끊어졌거나 트럭이 길을 막지 않았거나 부티크 점원이 실연을 안 당해 물건을 포장해놨거나 그 남자가 알람을 맞췄거나 택시 기사가 커피를 안 샀거나 쇼핑객이 코트를 안 잊고 앞 택시를 탔다면 데이지와 친구는 길을 건넜고 택시는 그냥 지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삶은 무수히 많은 상호작용의 연속이다. 누구도 통제 못하는……. 그 택시 기사는 순간적으로 한눈을 팔았고 데이지를 치었다. 다리뼈는 으스러져 다섯 조각이 났고 장기간 치료 받으면 걸을 수는 있겠지만 춤은 못 추게 됐다” 여기서 만일 여자 주인공이 사고를 당하지 않고 국제적인 무용수의 길로 계속 걸어갔더라면 다시는 남자 주인공과 만나지도 않았을 것이고 영화 속의 이야기는 더 이상 이어질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춤을 출 수 없게 된 그 절망적인 사건으로 인해 여자 주인공은 시간이 지나 다시 남자 주인공(브래드 피트)에게 나타나게 되면서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끝까지 이어지게 된다. 결국 우연을 가장한 그 필연적인 사고가 그 여자 주인공에게는 죽는 순간까지도 잊지 못할 소중한 삶의 의미를 만들어준 매개체가 된 것이다. 참고로 영화를 직접 보게 되면 여기서 설명하는 ‘정해지지 않은 우연을 가장한 정해진 필연’의 의미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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