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보다 사람이 먼저’, ‘사람이 보이면 일단 멈춤’이라는 문구를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자동차는 언제든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편리한 수단으로, 현대인들에게는 운전면허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지 오래다. 운전자는 운전면허를 취득할 때 보행자의 안전이 우선임을 기본 원칙으로 배운다.그러나 ‘사람보다 차를 우선’하는 교통문화나 행정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특히 2020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라는 국제행사를 앞둔 함양군의 교통행정과 군민들의 교통문화 수준은 어디까지 왔는지 한번쯤 되돌아볼 일이다. 이에 본지는 3회에 걸쳐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함양군의 현주소와 안전한 교통문화 의식 개선을 위한 방법을 모색해 본다. / 편집자 <글 싣는 순서>① 함양군 교통문화 현주소② 함양군 도로 위 보행권 진단 ③ 안전한 교통문화 개선 방안 ‘100번을 양보해도 사람이 먼저’ 망각하면 불행 보행자 교통사고 경각심그동안 우리나라의 교통안전 관련 법률과 속도관리, 도로 환경 등이 자동차 위주로 이루어 져 왔기 때문에 사람을 차보다 먼저 생각하는 문화는 아직 낯설기만 하다. 특히 농촌지역인 함양군은 도시에 비해 교통정체가 훨씬 덜한 데도 차량 중심의 행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이 문제는 최근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스쿨존 내 어린이 사망사고 등 비극적인 사고가 잇따라 이슈화되면서 보행자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이 ‘보행자 위험 국가’라는 점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실제 교통사고 사망자 수 가운데 차량 사고는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음주 단속 및 처벌강화와 같은 정부 대책과 군민의 인식 변화로 매년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보행자 교통사고는 여전히 OECD 평균 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8년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3781명으로 2017년 4185명에 비해 9.7% 감소했다. 이는 1976년(3860명) 이후 처음 4000명 아래로 내려간 기록이며 2013년부터 6년 연속 감소 기록을 유지했다. 반면 지난해 보행 중 사망자는 1487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3781명의 39.3%를 차지했다. OECD 회원국 평균(19.7%)의 2배 수준이다. 사고 줄지만 사망자는 늘어최근 3년(2016~2018) 함양지역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016년 192건, 2017년 180건, 2018년 165건으로 감소했다. 반면 사망자 수는 2016년 7건, 2017년 7건, 2018년 15건으로 평균 교통사망사고 9건 보다 증가 추세를 보였다. 또한 지난해 기준 지역별 교통안전지수 분석에서 하위 등급인 C 등급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함양군의 교통안전도 가운데 도로환경 영역이 D 등급으로 가장 취약했으며, 다음으로 운전자 영역, 교통약자 영역이 C등급이다. 구체적으로 도로환경에서는 교차로 보다 단일로의 환경이 위험했으며 그 곳을 지나는 어린이, 노인 교통약자의 통행 사고 위험률이 높게 나타났다. 90년대 녹색교통운동 시작우리나라에서는 1993년 녹색교통운동이 ▲어린이 통학로 확보 운동 ▲장애물 없는 보도 조성 운동 ▲육교·지하도 대체 횡단보도 설치 운동 등을 추진했다. 도심에서는 과거 횡단보도가 차량의 흐름을 막는다는 인식 때문에 육교나 지하도, 굴다리를 설치했다가 다시 보행자와 자동차 모두에게 위험이 된다며 보행자 우선도로를 조성하고 대다수 육교를 철거했다. 1997년 서울시에서 ‘서울특별시 보행권 확보와 보행환경 개선에 관한 기본조례’를 제정했다. 서울시의 보행권 조례에는 ‘시장은 매 5년마다 보행환경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덕분에 덕수궁 돌담길 보도 정비 사업부터 광화문 사거리 횡단보도 설치, 청계고가도로 철거, 버스전용차로 도입 등이 연이어 이뤄진 사례를 볼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0월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 다발지역 점검을 통해 경남 통영을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 위험 지역으로 꼽았으며 지역 도로 맞춤 보행자 우선도로를 설치하는 등 내년 연말까지 개선하도록 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안전 욕구지금까지 보행권 확보에 대한 대책이 이뤄진 여러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보행권 선진국이라 부르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시속 60~70㎞인 도로의 속도제한을 30~50㎞로 낮추고, 어린이보호구역 범위를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교통 안전대책으로 국민 인식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지역 특성에 맞는 보행자 중심 교통안전문화를 만들기 위한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중요하다. 일본에서는 마을을 만드는 과정에서 주민과 주민사이, 민과 관 사이에 합의가 될 때까지 ‘밀당’을 한다. 반면 다수의 국내 지자체에서는 주민 의견보다는 지자체장의 입맛에 따라 밀어붙이기식의 사업이 추진되다보니 곳곳에서 공공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지나친 성과주의 내지 보여주기식 행정의 조급성이 민선자치시대 크나큰 폐단임을 알면서도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간다.우리나라에서 도로를 개선하는데 평균 1년 미만이라면 일본은 평균 4년, 길게는 10년까지 걸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국도나 고속도로와 같은 큰 도로의 개선만 생각하지 않고 골목길 개선에도 계속 예산을 확대해 왔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들이 안전하게 운행할 수밖에 없는 물리적인 도로 시설을 갖추게 된다. 도로환경이 훨씬 좋은 선진국에서도 교통사고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보행권에 대한 높은 안전욕구를 갖지 않으면 보행자 교통사고는 쉽게 줄이기는 힘들 것이다.보행자 사고 다발지역에 대해서는 오히려 도로 폭을 좁혀 횡단보도 길이를 줄여서라도 보행자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최근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을 함양군이 간과해서는 안된다. 뿐만 아니라 함양군과 운전자인 군민들도 교통체증이 훨씬 심한 도시지역의 5030 속도제한 정책이 주는 의미도 주목해야한다.‘차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은 이해관계를 가진 일부를 제외한 다수가 꿈꾸는 세상임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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