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임금님은 1837년에 출판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단편작이다. 원제는《임금님의 새 옷》이다. 어느 왕국에 새 옷을 좋아하는 호화로운 임금님이 살고 있었다. 왕실에서 근무하는 두 명의 재봉사가 임금님을 만난 자리에서 근사한 옷을 지어주겠다고 하였으나 이들이 지어준 옷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옷’이었다. 그렇지만 임금님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옷은 실제로는 아무 것도 없는 옷이었다. 이들의 거짓에 속아 임금님은 이 옷을 입고 길거리를 행진하자 사람들은 임금님을 칭송하며 멋지고 훌륭한 옷이라고 아첨을 떨었지만, 한 아이가 외친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는 진실을 듣고서는 부끄러워한다는 동화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공무원들의 각종 비리 사건으로 또 한 번 공무원 비리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부정을 저지른 고위직 공무원이 감찰은커녕 도리어 비호를 받아 승승장구한 내용이나, 정부 입맛에 맞는 엉뚱한 통계자료를 발표하고, 우리 경제를 병들게 하고 있는 소득주도 경제 성장론에 대해 대통령은 경제가 살아나고 있으며 치솟는 부동산 값이 안정되어 가고 있다며 엉뚱한 말을 쏟아내 조롱거리가 되고 있지만, 누구 하나 직언하는 관료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야당이 청와대와 여당의 실정을 비꼬기 위해 만든 ‘벌거벗은 임금님’ 풍자를 국가원수 모독이라고 비판 했지만 웃으며 넘길 문제가 아니다. 얼마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경제 위기론을 거론한 것에 대해 “솔직하지 못한, 다른 의도를 가진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은 대통령을 의식하고 심기가 불편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그리고 자신의 안녕을 위해 진실을 덮고 외면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런 것을 ‘아첨’이라고 한다. 탈원전 같은 국가 자해 정책에 직을 걸고 고언하는 공무원도 단 한 명 없다고 한다. 한 번 찍히면 자신에게 불이익이 온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이 아니라 정권의 하수인들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 이유이다. 과거 대한민국의 경제 기적은 경제 관료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말이 있다. 박정희 대통령 앞에서도 소신을 펴는 경제 관료가 적지 않았는데 한 때 기획 재정부 예산실 관료들은 ‘노 맨(No Man)’으로 유명했다. 예산실장 만나기가 대통령 다음으로 힘들다는 소문도 파다했지만, 그런 불평을 예산 관료들은 국민 세금을 지키는 명예로 여겼다고 한다. 예전 같으면 소득 주도 성장, 세금 주도 성장 같은 황당한 정책에 기재부 실무자들이 반발했을 것이지만, 이제는 제 한 몸 살기위한 영혼 없는 공무원 정신으로 무장한 지금의 예산실 관료들은 국민 세금 지키려고 억척같던 예산실 전통을 비웃는 듯이 윗사람의 눈치를 보며 예스 맨(Yes Man)으로 전락되고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저서인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관료는 영혼이 없다’고 했다. 승진시켜주고 좋은 자리 보내주는 인사권자 앞에서 관료가 약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맞기라도 하듯 대한민국 관료들은 정권의 총대를 메고 나서서 적극적으로 영합한다. 물론 보상을 기대하는 심리로 이 일에 앞장선다. 솔로몬 잠언에 이런 말이 있다. “면책은 숨은 사랑보다 나으며, 친구의 아픈 책망은 충직으로 말미암는 것이나 원수의 작은 입맞춤은 거짓에서 난 것이다. 기름과 향이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나니 친구의 충성된 권고가 이와 같이 아름다우니라” 미국 제16대 대통령 아브라함 링컨은 대통령에 당선되자 국무부 장관으로 자신을 늘 놀리고 조롱하던 인물을 임명하였다. 그러자 기자가 물었다. “어떻게 자신을 무시한 사람을 요직에 임명할 수 있는가?” 그러자 링컨 대통령은 “그가 그 자리에 적임자이고 나에게 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힌 점은 왜 그가 지금까지 위대한 미국대통령으로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는지 알려준다. 바른 말을 하는 보좌진과 그 충고를 받을 줄 아는 정치리더들은 국민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게 될 것이지만, 아첨만 하는 보좌진을 두고 듣고 싶은 말만 듣는 정치리더들은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수치와 부끄러움으로 그 생명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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