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모들의 관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자녀다. 자녀에 관한 것 중, 으뜸이 교육이 아닐까! 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은 다양한 동기와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 역시 아이들이 커 가면서 교육에 관해 조금의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목회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여기저기 쫓아다닐 수 없어, 몇 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삼·사 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억에 남는 책이 몇 권 있다. 그중 하나가 후쿠다 세이지의 『핀란드 교육혁명』이다. 이 책이 필자의 뇌리에 오래 남는 것은 핀란드 교육관계자의 이 말 때문이다. “핀란드의 교육개혁은 무척 단순한 경제적 필요성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적은 인구에 척박한 자연환경, 단 한 명도 버릴 수 없는 절박한 처지에서 나온 생각들을 실천한 결과입니다.” 이 말은 먼저 반감을 주었다. 이유는 학생들을 “경제적 필요”에서 생각하고 교육했다는 것이다. 짧은 생각으로 학생들을 경제적 대상화 또는 경제성으로 평가하는 것 때문에 부정적 느낌이었다. 그런데 다음 말은 더 충격적이었다. “한 명도 버릴 수 없는 절박한 처지”란 말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누구는 문제아야!”라고 말하고, 또 포기한다. 그러나 핀란드 교육에서는 문제아란 없다. 일시적으로 문제에 직면한 아이(학생)가 있을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교사와 복지사, 상담사, 부모가 함께 아이의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모습은 정말 충격이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여러 면에서 핀란드와 비슷한 환경으로 변해가고 있다. 특히 학생 수 면에서 우리 함양은 더욱 그런 것 같다. 필자가 함양으로 이사를 준비하며 걱정 중 하나가 아이들의 학교였다.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란 염려는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정말 감사한 것은 아이들은 생각 이상으로 학교에 잘 적응하고 즐겁게 다니고 있다. 이 지면을 빌려 직간접으로 우리 아이들이 적응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필자가 살고 있는 유림의 산천도 예쁜 단풍으로 물들고 있다. 필자는 이 가을에 세상 어느 농부보다 더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오늘 경험했다. 오늘은 막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학예 발표회가 있었다. 시간을 내어 참석하니 지역의 기관장, 학부와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말 그대로 작은 시골 학교를 중심으로 동네잔치가 되었다. 27명(초등생 21명, 유치원 6명)의 학생들이 준비한 발표를 보며, ‘한 해 동안 많이 성장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의 동작 하나하나, 준비한 작품 하나하나에서, 몸과 마음, 지식과 인품이 자란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작년에는 긴장하다 못해 울음을 터뜨렸던 아이가 올해는 당당하고 여유 있게 웃으며 발표하는 모습, 박자와 속도를 맞추기 위해 서로 눈짓으로 화합과 조화를 이루어 가는 모습, 동생들을 챙기는 고학년들의 모습은 여러 모양으로 잘 자란 우리의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이런 모습으로 자리기까지 수고하신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 학교 관계자들께 감사드린다. 학생들을 뒷바라지하며 구슬땀을 흘린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들의 수고에도 박수를 보낸다. 또 지역의 기관장으로서 학교 교육과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기울여 주신 모든 분께도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란 말이 있다. 오늘 학예 발표회가 바로 이 속담이 실현된 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배움과 성장을 마음껏 뽐내고, 학부모와 가족들은 기쁨과 즐거움으로 응원하고, 기관장들은 학교의 필요와 학생들의 필요를 살피는 모습은 한 아이의 성장을 위한 지역 사회의 돌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교육공동체의 돌봄 속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앞으로도 잘 자라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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