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는 저의 사소한 한마디가 아버지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이 아닐까 라는 고민을 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공감해주셨는지요. 부모님이 나이 드시는 모습을 본다는 것을 모든 분들이 경험하실 것이지만, 참 마음이 복잡합니다. 오히려 어린 것이라면 어떤 일을 해도 모르니까 그렇다고 할 수 있는데 인생을 살아오셨던 부모님이 이해 못하는 일을 하시면 어디까지 알고, 어떻게 그걸 모르시는지 참기가 힘들 때가 있습니다. 몇 년 전에 들었던 이야기인데 “치매에 걸렸던 아버지를 모시고 길을 걷고 있었을 때 아버지께서 같은 질문을 계속하셔서 짜증이 나서 4번 5번 물어보실 때는 아버지께 대답도 안했다. 그런데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아버님의 일기가 나와서 읽어 봤더니 아들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었을 때 아들이 같은 질문을 계속했다. 나는 그 때마다 끝까지 대답을 해주었는데 그 때가 참 행복했다고 쓰여 있었다. 자기의 부족함을 느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때 들었을 때는 부모의 치매문제가 심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감동적인 이야기라고 밖에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어머니께서 5분마다 같은 이야기를 하시면 마음에 여유가 없어져서 짜증나는 체로 대답을 하게 되는 자기의 모습을 보고 그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그러면 짜증이 내려갑니다. 최선을 다하면서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 효도인 것 같습니다. 일본은 노인으로써 도움이 필요하다고 시청에 등록하면 전문 케어매니저를 배정해 줍니다. 그 케어매니저께서 부모님의 건강상태에 필요한 서비스가 뭔지 그 서비스를 어느 단체에서 제공 해주는지 등의 정보를 제공해 줍니다. 우리 집 같은 경우는 어머니가 치매이기 때문에 더 많이 신경을 써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의 치매상태도 케어해주시지만 그 옆에서 늘 신경 쓰게 되는 아버지의 정신 상태와 건강상태를 늘 신경 써주시고 주의해야 되는 내용 등을 가족에게 알려주십니다. 지난번에 친정에 갔을 때는 자꾸 아버지의 몸무게가 빠지기 때문에 이 대로면 아버님의 건강까지 해치게 된다고 어머님을 노인요양원에 맡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 라고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저도 그 생각을 해봤지만 제가 딸로서 느끼는 것은 힘들다고 하시면서도 그 어머니를 봐드리는 것이 자기의 책임이라고 아버지께서 버티고 계시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어머니께서 완전히 홈(노인요양원)에 가시게 되면 며칠은 편해져서 좋으시지만 계속 아버지 혼자 계시면 안 될 것 같다고 전했더니 그럼 두 분이 함께 홈에 들어가면 어떠냐고 제안했습니다. 우리 아버지가 사람은 좋지만 남의 눈치 보면서 살지 못하시는 분이라서 그것도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케어매니저께서 몇 번 집까지 와주시고 가족회의를 하고 최종적으로 어머니를 데이 서비스에 보내보기로 했습니다.데이 서비스에 체험하러 가실 때 어머니의 감정 상태에 아주 신경을 썼습니다. 일을 다니고 계셨을 때 여자면서 과장까지 하셨던 분이라 아주 자존심이 강하십니다. 잘못하면 왜 나를 그런 곳에 보내냐고 하실 것 같아서 어머니께 다른 사람을 돌봐주는 일을 해달라고 부탁하고 가기로 했습니다. 가보니까 벌써 아침부터 와 계셨던 분들 12명 정도가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들어가 보니까 평소는 사람을 만나면 귀찮다고 하는 어머니가 아주 애교 있게 모든 분을 찾아가면서 인사를 하셨다는 것입니다. 간식을 주셔서 그걸 먹으면서 다른 분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내용은 아직 회사에 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십니다. 그냥 잠깐 보면 치매가 아닌 것 같이 보입니다. 보호사분들 역시 프로이기 때문에 대하는 법을 잘 아시고 금방 마음을 잡아주셨습니다. 거기에 있는 동안 즐기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차안에서 다음에 또 가고 싶어요? 라고 물어봤는데 그래 가끔 이렇게 놀아주는 것도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웃음이 나오죠. 집에 도착하고 아버지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어머니에게 재미있었죠? 라고 물어봤더니 “뭐가? 나는 아무데도 안 갔는데”랍니다. 그래도 어머니가 즐기는 모습에 안심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보호사님이 하셨던 말씀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저랑 올케가 갔는데 우리를 보고 “어머님은 행복하시네요. 요즘 이렇게 부모님을 걱정하고 신경 쓰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라고 하셨습니다. 고령화문제는 더 심각해지는데 그 부모에 대한 효의 마음이 약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식인 우리도 날마다 늙어 가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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