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시낭송회 진행을 위해 서울에 갔다 온 적이 있다. 회장님이 시작과 끝인사를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자신이 없고 자꾸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듯해서 안타까웠다. 행사 후 뒤풀이까지 끝내고 밤늦게 내려 온 다음날 회장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칭찬을 해 주신다. 그리고 우려했던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자기는 일대 일로 말하는 것은 뒤지지 않는데 무대에서 여러 사람 앞에만 서면 횡성수설이고 하고 싶은 대로 말이 안 된다며 내가 준 저서로 공부를 해야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처럼 무대 위에서 말하거나 대중 앞에서 말할 때 제대로 못하는 사람은 본인의 성격일 수도 있지만 무대 공포증을 가진 사람이거나 철저한 준비 없이 대중 앞에 서기 때문이다.
19세기 미국의 정치가이자 언론인 다니엘 웹스터는 준비 없이 다른 사람 앞에 서는 것은 반나체로 서는 것과 같다고 했다. 청중 앞에 부끄러운 모습으로 서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누구나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서고 싶어 한다.
무대에 서기까지 나는 나름의 준비 원칙이 있다. 아주 세밀한 단계가 있지만 여기서는 굵직한 몇 가지를 얘기해 보겠다. 먼저 프로그램을 받으면 담당자와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필요할 때는 인터넷 자료를 통해 기본적인 정보를 얻는다. 예를 들어 음악회 사회라면 누가 작곡을 했고 어떤 느낌의 곡인지 모든 곡을 듣기까지 한다. 그리고 오프닝 내용과 클로징 내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일일이 생각하여 원고를 작성한다. 소리 내어 읽어 보면서 어색하거나 매끄럽지 못한 부분은 몇 번씩 다듬는다.
원고쓰기가 다 끝나면 원고를 외우는 단계에 들어간다. 막히지 않고 술술 나올 때까지 계속 반복해서 소리 내어 읽다 보면 거의 외워진다. 그리고 행사 일주일을 남겨두고는 일어서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연습한다. 거울을 보며 무대에 서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하는 것처럼 하는 것이다. 손동작이나 표정 몸짓까지도 연습을 하고 이 부분에서 또는 저 부분에서 청중의 반응이 어떨지 생각하며 애드리브 같은 준비된 애드리브까지 생각한다.
이러한 연습과 함께 아침저녁으로 혹은 시간이 날 때마다 시각화를 한다. 무대에서 당당하게 걸어가는 모습,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는 모습, 상황에 맞는 적절한 애드리브를 치는 모습 등을 선명하게 머릿속에 그리는 것이다. 그러면 자신감이 확 생긴다.지금까지 말한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자료 찾기-100퍼센트 직접 원고 쓰기-소리 내어 읽으며 원고 외우기-실제 무대에서처럼 연습하기-시각화하기
나는 무대 활동 십 년까지는 이러한 과정으로 무대에 설 때까지 꾸준히 연습하고 준비했다. 지금은 큰 행사 외에는 순서지만 들고서 잠깐 훑어보고 바로 진행하는 편이다. 이렇게 할 수 있기까지는 한 무대 한 무대를 서기 위해 철저한 준비와 노력 그리고 많은 경험을 통해 노하우가 생겼기 때문이다.
청중에게 박수 받고 싶은가? 그러면 완벽하게 준비한 후에 무대에 서라. 철저한 준비와 연습이 청중의 박수갈채를 만들어 낸다. 자료조사와 원고쓰기부터 위에서 제시한 전 과정을 통해 완벽한 연습까지 무대에 서기 전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준비하라. 그러면 이제 당신은 반나체가 아니다. 당신은 깔끔하고 화려한 옷을 입었다. 자신 있고 당당하게 무대로 걸어가라. 무대 위에서 가슴을 펴고 청중에게 말하라. 청중은 당신의 스피치에 열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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