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서재가 되어버린 거실을 둘러보면서 매번 다짐하는 것은 어서 이 책들을 버려야겠다는 것인데 버리기보다 자꾸 늘어나서 골치가 아프다. 벽면을 채운 서가를 넘쳐 바닥에 쌓여있는 책 뿐 아니라 거실 가운데 버티고 있는 8인용 탁자 위에도 노트북을 둘 만한 공간을 제외하고 책이 쌓여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책을 또 주문하기 위해 대형문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파주 해이리의 한길사 ‘북하우스’를 그리워한다.
대형문고는 ‘대형’에 걸맞는 서적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전 연령층의 고객을 붙들기 위해 카페, 문구, 푸드 등을 소비할 수 있는 잡화공간이 있고, 인근의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위치를 점하고 있다. 게다가 독서공간까지 확보해 놓아 긴 탁자에 앉아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빈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애용한다. 덕수궁 뒤편에 위치한 한길사의 ‘순화동천’도 서점과 토론 공간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했다.
2013년 봄에 출판된 <도쿄의 서점> INTRODUCTION은 첫문장을 “서점은 신비한 곳이다. 서점은 그저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때로는 만남의 장소로, 때로는 기분전환의 장소로, 때로는 아이디어를 찾는 장소”라고 하면서 서점에 오면 분명 무언가를 만나게 된다는 확신을 했다. 대형문고를 기획하는 사람들은 유명서점의 트랜드를 분석하고 고객의 문화적 취향과 시장을 분석했을 것이다. 서점과 도서관을 결합한 듯한 ‘문고’의 영역으로, 복합적인 문화공간으로 확장된 유명서점은 이미 세계적이다.
<도쿄의 서점>은 다섯 개의 콘텐츠로 나뉘어 ‘생각을 확장해 주는 서점, 라이프 스타일을 디자인하는 서점, 세계를 배우는 서점, 일상의 예술을 발견하는 서점, 보물창고같은 동네서점’으로 분류했다. 서점마다 추구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고객의 심리나 취향을 반영한다는 점이 남다르다. 그러나 지금은 일본의 서점도 아마존의 출현으로 위기가 고조되자 카페와 갤러리, 호텔과 영화관 등 경계를 지우고 장르를 오가는 변화를 추구하여 책방을 경유하거나 함께 한다.(한겨레21) 그들도 복합문화공간을 모색하는 것이다.
옛 영화 <유브 갓 메일>에서 이미 보여주었듯 대형문고는 동네서점에 위협적이며 인터넷 주문판매 역시 동네서점의 판매량을 감소시킨다. 사업은 변화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며 기획은 획기적이고 앞서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다. 모든 분야가 변화를 거듭하고 소비방식도 다양하므로 비즈니스업계는 세태와 세대를 연구, 분석하여 변화를 시도하고 소비를 주도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소규모 영세업자들도 트랜드에 발빠르게 적응하고 대처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지만 게중에는 자본의 문제와 정보부족으로 시류에 합류하지 못하고 누구에겐지 모를 원망과 한탄으로 일관하며 도태되기도 한다. 안일하게 하던대로 하는 방식은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며칠 전 교보문고에 주문한 책은 POD(Printed On Demand)출판물인데 주문과 동시에 제작을 시작한다. 고정된 것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파격적으로 변화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읽는독서’에서 ‘듣는독서’로 진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점은 정신을 풍요롭게 만드는 공간이다. 들어서기만 해도 눈과 마음이 충만해지고 시간을 풍부하게 한다. 책을 고르거나 읽다가 차를 마시고 전시공간으로 이동하여 또 다른 눈을 밝힐 수 있는 인문학적 문화공간은 복잡한 세상사에 지친 정신을 위로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점이 하루에 3개씩 사라진다는 것은(일본, 한겨레21) 서글픈 일이다. 우리나라라고 예외이겠는가. 서점이 사라지지 않도록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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