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나 수리는 꽃을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집사의 친구들은 지리산 엄천골에 사는 수리라는 고양이가 향기로운 꽃을 좋아해서 백합이 필 때면 백합이 피는 돌담과 데크 난간에서 살다시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내 코가 사람보다 수백 배 예민해서 향기로운 백합과 은은한 향의 장미는 물론이고 사람들이 향을 느끼지 못하는 목마가렛, 비올라, 겹접시꽃 등등 대부분의 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내가 그런 별난 귀족 고양이라는 것이다. 세상에나~내가 꿀을 빠는 벌도 아닌데 꽃을 좋아한다고? 아무리 내가 작위를 가진 고귀한 냥작이라지만 말이다. 그래서 해본 팩트 체크. 진실은 이렇다. 꽃을 좋아한다는 냥이의 진실, 오해는 집사가 SNS에 올린 사진에서 비롯되다. 집사는 아침저녁 햇살이 좋을 때 정원에서 꽃 사진을 찍는다. 해가 중천에 있어 빛이 너무 강하면 사진이 잘 안 나오기 때문에 빛이 비스듬하고 야옹하게 비칠 때를 맞춰 꽃을 담는 것이다. 나는 하루 두끼 먹는다. 그런데 우연히도 내 식사 시간이 집사가 정원에서 꽃 사진을 찍는 시간과 겹친다. 충직한 집사라면 당연 내 식사를 먼저 챙겨야 할 것이다. 나는 집사에게 나름 바쁘시겠지만 내 밥을 먼저 챙겨주고 사진을 찍든지 예술 활동을 하든지 할 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하지만 집사는 빛이 좋을 때 사진을 찍어야한다고 고집을 부린다. 그러면 나는 항의의 표시로 밥을 줄 때까지 집사가 하는 일을 스토킹하는데 이것이 카메라에 잡혀 내가 꽃을 좋아하는 걸로 알려진 것이다. 세상에 내가 벌도 아닌데 무슨 얼어 죽을 먹지도 못하는 꽃을 좋아한다고. 분명히 말하는데 고양이는 꽃을 먹지 않는다. 좋아하지도 않는다. 나는 고등어나 참치를 좋아하고 냥이 사료를 먹는다. 그리고 가끔 운이 좋은 날은 미키마우스도 야옹한다. 성격이 무던한 집사는 내가 스토킹을 하든지 말든지 상관을 하지 않기 때문에 나의 방해공작은 점점 과감해진다. 그런데 나는 가끔 집사가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내가 알 수 없는 어떤 이유로 나의 방해공작을 조장하거나 유도하는 것이 아닐까?) 오늘도 데크 옆에 있는 백합 사진을 찍는 걸 내가 방해하며 “밥은 도대체 언제 줄거냐”고 들이대었는데 집사가 화를 내기는커녕 기다렸다는 듯 셔트를 누르는 것이다. 뭐지? 내가 모델이야? 시시한 짓 그만두고 고등어 캔이나 하나 따 보시지 했더니 집사는 “조금만 더~ 좋아 좋아~”하며 아침 햇살이 담긴 미소를 짓고 즐거워한다. 부디 오해가 풀리셨길 바란다. 냥이는 꽃향기를 즐기지 않는다. 하지만 냥이는 그 자체가 꽃이다. 꽃과 함께 사진을 찍으면 꽃은 배경으로 전락하고 냥이가 꽃이 되어 빛난다. 물론 세상의 모든 냥이가 나 수리처럼 아름다운 꽃이라는 건 아니다. 내가 한 송이 백합이라면 어느 길냥이는 들장미일 것이고 또 어느 아파트에 사는 뚱냥이는 호박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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