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5일, 졸업 사진을 찍었다. 평소에는 편하게 체육복을 입고 다녔었는데 사진을 찍기 위해 오랜만에 교복을 입었는데 굉장히 어색했었다. 이제 나의 학창 시절이 끝나기까지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선지 뭔가 아쉽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친한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학업에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 떠오르며 후회가 남았다. 다 지나가고 나서야 후회하는 것만큼 멍청한 일도 없는데 말이다.
원래 졸업 사진은 5월에 찍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갑자기 튀어나온 앨범의 형태와 사진관을 바꾸자 하는 말 때문에 수능까지 50일밖에 안 남은 날에 찍게 된 것이다. 졸업 사진을 찍는 날이 점점 늦어지면서 수능 끝나고 찍겠지 하고 생각하던 우리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50일밖에 안 남았는데 사진을 찍어? 하면서 말이다. 같은 반 여자애들은 일주일 만에 살을 뺄 방법을 궁리하고 있었고 남자애들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면서도 이런 시기에 찍는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나 또한 3학년이 되고 나서 살이 확 찌는 바람에 교복이 안 맞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었지만 다행히도 맞긴 맞았다. 다만 목이 졸리는 느낌이 들뿐.
그와는 별개로 졸업 사진을 찍는 것은 즐거웠던 것 같다. 어떤 컨셉, 포즈로 찍을 것인지 같은 조끼리 모여 의논하고 상상해보기도 했다. 날도 화창했고 조화이지만 꽃도 귓가에 꽂고 다른 애들이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즐거웠다. 워낙 애들이 기상천외한 포즈를 취하기도 했고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재밌었다. 뭔가 부모가 자기 자식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수능이 끝나고 나면 대부분의 애들이 학교를 안 올 것이기에 수능 전까지가 애들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다. 고등학교에 입학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도 벌써 수능이다. 그동안의 시간은 어디로 날려먹은 것인지 기억도 안 난다. 이제 얼마 안 남은 시간이라도 즐겁고 알차게 보내기로 했다. 모두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붙어 원하는 삶을 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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