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이 가까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다른 산보다 자주 가게 된다. 눈감고도 갈 수 있지만 사시사철 새로운 느낌을 주는 최고의 산이 지리산이다.” 함양목요산행 손상길(65) 회장은 지난 9월28일 지리산 천왕봉 500회 산행이라는 흔치 않은 기록을 세웠다. 목요산행 회원들은 이날 손 회장의 천왕봉(1915m) 500회 등반에 앞서 그가 가장 즐겨 오르는 함양군 마천면 백무동 천왕할매상 앞에서 산신제와 함께 조촐한 기념식을 열었다. 가족들과 지인, 산악회 회원 등이 참석해 손 회장의 500회 등반을 축하했다. 손 회장은 “천왕봉을 500번 이상 산행한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나 보다 더 많이 다녀온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 산악회 회원 중에도 100번, 300번 다녀온 사람은 더러 있다”며 별것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한다. “오래전에 지리산에 갔다가 등산하는 노부부를 만났다. 나이 들어서도 꾸준히 등산하는 모습이 참 좋아 보여 나도 해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는 그는 “틈틈이 지리산 등산을 즐기게 됐다”고 한다. 그러다 “산삼엑스포 유치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무렵인 2006년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 천왕봉 500회 산행 목표를 세우게 됐다. “내년 9월에 엑스포가 개최되니까 원래 계획보다 1년을 앞당긴 셈”이라면서 뿌듯해 했다. 손 회장은 공식적인 천왕봉 첫 등반일을 1985년 8월25일로 잡고 있다. 물론 그전에도 몇 차례 다녀왔다. 그런데 이를 입증할 만한 사진이나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리산 등반 기념메달에 새겨져 있는 날짜를 첫 등반일로 친다”고 한다. 85년 첫 등반부터 500회 산행을 돌파하기까지 35년이 걸렸지만 본격적으로 천왕봉 등산을 시작한 것은 2006년 산행 목표를 세우면서다. 그때부터 최소 한달에 두세 번은 지리산에 올랐다. 산악회 회원들과 동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혼자 산에 오른다. 혼자 등산을 하면 잡념도 생기지 않고 편안해 산행 시간도 훨씬 단축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일반 등산객들보다 배는 빠르다. 보통사람이 4시간 정도 걸리는 백무동~하동바위~참샘~소지봉~장터목~천왕봉 구간(7.9㎞)을 2시간6분만에 주파한 기록을 갖고 있다. 여유 있게 걸어도 2시간 반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손 회장은 15년 전 목요산행 회장을 맡은 뒤 카페(다음)를 개설해 카페지기로 활동하면서 꾸준히 산행소식을 전하고 있다. 초창기 목요산행은 4~5명의 회원들이 활동했던 소모임으로 출발했다. 15년 전 손 회장이 회장을 맡으면서 활성화되기 시작해 현재 40명에 달하는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15년째 회장을 도맡고 있다. “회장직을 좀 팔아야하는 데 아무도 사려하지 않는다”는 손 회장은 올해 또 다른 산악회 회장까지 떠안았다. 두류산우회다. 목요산행은 매주 목요일 근교산을 위주로 산행하고 두류산우회는 매월 둘째주 화요일에 산행한다. 손 회장은 산악회 정기 산행 외에도 수시로 등산을 즐긴다.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산에 오르지 않는 날이 없다. 삼봉산, 오봉산, 쾌관산, 백암산 등 해발 1000m 안팎인 인근 산을 동네 뒷산 오르듯 한다. 손 회장의 주업은 자영업이다. 지난 1976년 옷가게(영진상회)를 개업해 43년 동안 지리산함양시장을 지키고 있다. 직전 상인회 회장으로 전통시장 현대화와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을 위해 힘쓰기도 했다. 전문 산악인이 아닌 손 회장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산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아내의 배려 덕분이다. 혼자 도맡아 점포를 지키다시피 하면서도 싫은 소리 한번하지 않는다고 한다. 손 회장은 스스로 “나는 ‘셔터 맨’이다”면서 “아침 일찍 산에 가는 날이나 늦게 돌아오는 날은 셔터 맨 역할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천왕봉 산행 500회를 달성한 손상길 회장의 다음 목표는 우리나라 100대 명산을 모두 등반하는 것이다. 90곳은 이미 등반했고 이제 10곳만 더 오르면 목표를 달성한다. 손 회장은 다음 목표를 향해 오늘도 산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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