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페미니스트 학자 캐럴 길리건과 인권변호사 나오미 스나이더가 함께 쓴 ‘Why Does Patriarchy Persist?(원제)’가 9월 30일 이경미(56·함양읍)씨의 번역을 통해 ‘가부장 무너뜨리기’로 재탄생했다. ‘가부장 무너뜨리기’는 성인지 감수성은 높아지고 페미니즘은 확산되는데 왜 우리는 아직도 혐오, 차별,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지, 가부장의 화신들이 권력의 정점에 앉아 진보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지, 가부장제 내면화 과정을 분석한 생생한 기록을 담고 있다. 또 책은 인간으로 태어나 반드시 겪을 수밖에 없는 사랑·이별·상실·배신의 순간에 우리가 어떻게 가부장제 안으로 편입되는지, 견디기 힘든 고통에 시달릴 때 가부장제가 우리의 심리를 어떻게 통제·보호하는지 파헤치는 내용이다. 역자 이경미씨는 가부장제에 대해 “가부장제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해를 끼칩니다. 남성을 마치 관계가 필요 없거나 관계를 맺지 않는 듯이 행동하게 하고 여성을 마치 자아가 없거나 아예 필요치 않은 듯이 행동하도록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거나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고 지시하기도 합니다. 문화의 한 형태인 가부장제는 남성과 여성이 이 세상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정해놓은 일련의 규칙과 가치이며 규정이자 대본입니다. 이런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를 맞이할 수 있지요. 음흉하게도 가부장제는 인간의 내면에 침투해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 나아가 우리 자신, 갈망, 우리가 사는 세상, 우리가 맺는 관계를 인식하고 판단하는 방식에 개입 합니다”라고 전했다. 이 씨는 대구 출신으로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전공했으며 한국성폭력상담소 책임연구원, 전북여성 연합 교육위원장을 역임했다. 20년 전 함양으로 귀촌해 소설가 남편인 곽성근씨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녀가 번역한 책은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 ‘아주 특별한 용기’, ‘기업과 섹슈얼리티’, ‘다시: 이혼한 사람들을 위한 셀프 리빌딩’, ‘우리 속에 있는 지혜의 여신들’, ‘나이듦을 배우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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