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눈에 띄고 군락을 이루는 꽃들에 아름다움을 느끼고 살아오다, 요즘은 이질풀꽃, 씀바귀, 도깨비바늘, 닭의장풀, 개망초꽃, 무릇, 참취, 미역취, 고마리, 동자꽃, 산오이풀, 며느리밥풀, 쑥부쟁이 등 작은 풀꽃이나 들꽃 같은, 야생화에 관심이 많이 생겼습니다. 평소 같으면 무심결에 밟고 지나가거나 눈 한 번 주지 않고 지나치고 잡초라고 뽑아버렸을 여러 야생화들의 앙증맞고 아름다운 자태에 매료되어 야생화 관련 SNS에 가입해서 제가 찍은 야생화 사진도 올리고 이름들도 익히고 꽃말도 배워 가고 있습니다. 그냥 무심코 지나쳤던 야생화들이 색깔도 선명하고 모양도 특이하고 아름다운 꽃말들을 가지고 있고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유용한 약재로 쓰이는 것을 보면서 역시 우리는 아는 만큼 보이는가보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작고 사소해서 그 가치와 아름다움을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풀꽃들을 보면서 우리 주변에 늘 있었지만 너무 흔해서 또는 너무 작아서 눈여겨보지 않거나 그 가치를 모르고 지나쳤던 여러 것들을 생각해 봅니다. 저는 칭찬과 격려보다는 제가 생각하는 길을 제시하고 학생들이 따라오기를 바라는 선생이었습니다. 제가 하는 말을 잘 따라주고 시키는 대로 해서 좋은 결과를 내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중간에 힘들고 지쳐서 그만 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제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들여다보고 좀 더 오랫동안 애정을 갖고 바라보았더라면 훨씬 더 능력을 발휘하고 제대로 된 길을 걸어갔을 나의 제자들을 생각해 봅니다. 그래도 참으로 다행인 것은 저는 공부 좀 하는 학생들에게도 “공부 이전에 사람이 되어야한다. 배워서 남 준다는 마음으로 공부해서 개인의 영광뿐만 아니라 이 나라 이 민족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자. 공부만 잘 하고 인성이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고등 사기꾼이 된다. 공부실력 못지않게 올바른 인성을 길러야한다.”하며 공부 잘 하는 학생들도 잘못하면 호되게 꾸짖어서 원망도 사고 항의도 받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선생노릇하면서 잘 한 일들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힘들어 하는 학생을 불러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기죽지 말고 열심히 해 봐라. 이 모든 것은 지나가기 미련이다. 조금만 더 힘내자.”하고 격려 해주고, 공부를 게을리 하고 친구들과 너무 자주 어울려 다니는 학생에게 “앞으로의 인생을 생각해 봐라. 제발 정신 차리고 좀 단디 하자.”하며 어깨를 두드려 주었더니 스승의 날이나 명절이면 찾아오거나 전화 연락이라도 해서 “선생님 고맙습니다.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하며 감사 인사를 하는 학생들이 더러 있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공부 잘 하는 학생들에 비해 제대로 주목 받지 못하고 사랑을 덜 받아 좀 서운 했겠지만, 졸업 이후 들꽃 같은 생명력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풀꽃처럼 작지만 색깔 분명하게 제 모양대로 사회 구성원으로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며 생활하는, 사랑하는 나의 제자들을 떠올려 봅니다. 눈이 띄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있어야할 곳에서 제 역할을 묵묵히 감당하는 이 세상의 풀꽃 같은 인생들에게 감사하며 나태주 시인님의 ‘풀꽃’을 다시 읽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 풀꽃1 전문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을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 아, 이것은 비밀 - 풀꽃2 전문기죽지 말고 살아봐 / 꽃 피워봐 / 참 좋아 - 풀꽃3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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