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는 한국과 일본에 있는 외가 집을 왔다 갔다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올해 1월에 부모님 집 가까운 곳에 살면서 부모님을 돌봐주고 있었던 둘째 오빠가 돌아가신 후부터 그렇게 살게 됐는데 그렇게 살다보니까 고령화가 심각한 것을 실감하게 됐습니다. 저의 부모님은 두 분 다 계십니다. 둘이 살고 계셨지만 오빠가 가신 후 두분 만으로는 불안해서 잠시 우리 큰딸이 가서 알바를 하면서 모시고 있습니다. 덕분에 식사, 청소 등 집안일 때문에 부모님이 힘드신 것은 해결이 됐지만 문제는 어머니의 치매입니다. 알츠하이머에 걸리신 것은 벌써 7년 정도 됐습니다. 증상이 천천히 진행돼서 같은 말이 반복되는 것도 일상생활 속에서 참을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오빠 돌아가신 후 3,4개월 지나면서 급속도로 어머니의 치매가 심해지고 아버지께 정신적인 부담이 견디기 힘든 상태까지 됐습니다. 집에 있으면서 자꾸 집으로 가자고 합니다. 여기가 집이라고 해도 받아주지 않고 계속해서 할머니가 기다린다, 가서 저녁을 준비해야 된다, 딸이 혼자 밥을 먹고 있어서 가야된다. 제가 그 딸이라고 해도 “그것은 알고 있지만 딸이 기다린다.”고 하십니다. 아마 어렸을 때 저를 생각하고 하시는 말씀 같았습니다. 밤중에 아버지가 자고 있을 때 혼자 나가시고 평소에는 지팡이 없이 걷지 못하시는데 그때는 30분정도 걸리는 곳까지 지팡이 없이 가셨다가 다행히 경찰의 신고가 있었기 때문에 경찰아저씨가 데리고 와주셨던 일도 있고 그래서 집 문은 밖에서만 아니고 안에서도 열쇠 없이는 열지 못하게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증상들도 어느 시간만 나타나고 있었지만 요즘은 아침저녁을 가리지 않고 나타납니다. 그런데 화장실, 목욕 등은 완벽하게는 못하지만 혼자 하시려고 합니다. 우리 어머님의 단계라면 일어나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케어매너저도 어머니보고 희귀한 사례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를 위해서 요양병원에 보내는 것도 생각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어머니를 봐드려야 된다는 책임감으로 마음을 다잡고 계시는 것 같이 보여서 아직 완전히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낮에 잠깐 가시는 서비스를 받아보자고 시설을 방문하고 체험을 해봤습니다. 치매에 걸리면 기억은 없어지지만 그때그때 느꼈던 감정은 남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 시설에서는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떤 마음으로 보냈는지가 체크포인트랍니다.1년 전에 한번 체험하셨을 때는 시설에서는 잘 보내셨지만 조금 불변한 일이 있었던지 집으로 왔다가 “왜 그런 곳에 보냈냐.” “나한테 왕따 시킬 생각이냐” 등등 얄미운 말을 계속해서 아버지가 갈 때마다 이렇다면 안 보내는 것이 좋다고 아버지가 보내지 말라고 했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했던 일은 다 잊어버렸지만 즐거웠다고 집으로 와서도 오늘 재미있었어요? 라고 물으면 좋았다 또 가보고 싶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일단 이번에는 체험 밖에 해드리지 못했지만 다음에 가면 일주일에 2,3번갈 수 있게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는 등록을 하면 모든 생활면에 대한 관리를 해주시는 케어매니저가 있습니다. 케어매니저는 담당하는 분에 대한 아주 자세한 정보를 관리하고 그 가족에게 적당한 어드바이스를 해주십니다. 노인이 그 지역복지를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그런 서비스에 대한 소개도 해주시고 가족들의 고민도 함께 해결하기 위해 도와주십니다. 생활환경과 건강상태를 보고 어떤 도움(청소, 식사 등)이 필요한지 관리도 해주십니다. 저도 그 시설에 가기 전에 케어매니저와 어느 시설이 우리 어머니께 맞는지, 많은 시설의 특징을 아는 매니저분께서 시설명단 중에서 몇 개를 소개해주시는 상담을 하고 그 중에서 가족들이 상의하고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한 달 전에 갔을 때보다 어머니께서 더 심해진 것을 보고 충격이었고 늘 마음이 든든했던 아버지가 약해져서 저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를 키워주신 부모님께 충분이 효를 해드리지 못해서 참 마음이 아플 뿐입니다. 저의 부모돌보기 일기는 다음까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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